김영근 아이닥안경 원장
보도용
13면 기고 추가 사진입니다.

"문화는 힘이 세다!" 마네, 르느와르, 고흐, 샤갈 그리고 피카소.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이 세계적인 화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 역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문호(文豪)이다. 이처럼 한 인물의 이름에 '세계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경우는 그들이 만든 성과가 한 국가, 한 개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말 그대로 지구적일 때에만 가능하다.

서두에 언급한 모든 이름들 앞에 동일한 문장 하나를 붙인다면 우리는 쉽게 '프랑스를 대표하는'이라는 말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는 위에 언급한 이들 외에도 미술, 철학, 문예 분야에서 '세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수많은 이름들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정신의 가치가 오늘날의 프랑스에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역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을 탄생시키는 초석을 제공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를 통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최첨단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기에 언급한 김구 선생의 소원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화가 갖는 힘이 특정 분야,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을 초월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긍정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 블루(Mr Blue)는 프랑스 에실로 사에서 출시한 자동 옥습기이다. 안경 렌즈를 하트, 배트맨 마크 등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여타 옥습기와 달라 똑똑한 보조 안경사 한 명 몫을 충분히 해낼 정도다. 이런 이유로 미스터 블루는 옥습기 중에서 최고가를 자랑한다. 이 장비와 첫 인연을 맺은 때는 2010년이다. '좋은 안경'은 정확한 시력검사와 섬세한 피팅, 그리고 정교한 조제 가공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정확하게 시력검사를 했다 하더라도 조제 가공이 잘못되면 고객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스터 블루는 안경사로서 반드시 구비해야 할 필수 장비였다.

최근 신일광학 관계자로부터 미스터 블루2가 출시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스터 블루에 대한 리뷰가 만족스러웠던 만큼 당연 미스터 블루2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런데 우연찮은 기회로 해당 제품의 제조사인 에실로 공장(ESSILOR Instruments Factory)에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문화에 담긴 정신이 어떻게 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 약 300Km 떨어진 Ligny-en-Barrois에 소재한 ESSILOR Instruments Factory는 1849년도에 세워졌다. 1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공장이지만 종업원 수는 30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방문 당일 일행을 마중한 Juliette 공장장은 약 11시간을 날아온 클라이언트를 위해 상세한 브리핑과 함께 공정별 작업 현장을 안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띤 부분은 공장의 규모나 시설보다 문화를 향유하는 그들의 정신이었다.

공장 내에 고성(高城)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저거 재건축하면 수익 얼마나 올릴 수 있을까요?"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에실로 사는 업태와 전혀 관계없는 오래된 고성을 사들여 내방객들의 방문 코스로 활용하고 있었다.

넓은 건물 부지 내에는 백 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한 아름에 안을 수 없는 커다란 나무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빈티지한 건물과 어우러진 ESSILOR Instruments Factory의 전경은 공장이라기 보단 이웃 마을 풍경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미스터 블루는 예상과는 달리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공정 하나 하나를 눈으로 확인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됐다. 마치 예술가가 예술 작품을 만들 듯이 말이다. 제품에 삽입되는 작은 나사 하나도 규격에 맞게 이곳에서 직접 생산했다. 이런 이유로 미스터 블루는 일 년에 생산되는 수량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미스터 블루2는 안경 렌즈에 원하는 문장이나 이니셜을 새겨 넣을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작업 종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스크린에 나타내 안경사가 조제 및 가공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ESSILOR Instruments Factory는 안경원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최첨단의 옥습기를 가장 예술적인 시선으로 만들었다. 이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익숙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명품은 어떻게 완성되고, 그 가치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사회는 실천의지 없이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고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반성하기도 했다.

"문화는 힘이 세다!" ESSILOR Instruments Factory 견학은 너무나 익숙하고, 쉽게 흘려보낼 수 있는 문장 하나를 다시금 가슴속에 새겨 넣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줬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신일광학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fn아이포커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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