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망지수 소폭 반등에도 소매유통업 체감경기 하락
안경사들 "명절 앞두고도 잠잠… 진상고객만 더늘어나"

5면기획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왔던 설 연휴가 끝이났다. 이번 설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경업계가 기대하던 특수는 없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각종 경제지표 역시 여전히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며 다소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이하 대한상의)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제조업제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보면 작년 4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한 75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이하면 그 반대다. 경기전망지수 자체는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기준치(100)를 넘어서진 못했다. 새해 1분기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얘기다. 제조업체들의 경제흐름에 대한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2019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 절반(49.3%)에 달한 가운데, '악화될 것'(40.7%)이란 답변이 '호전될 것'(10%)이란 답변보다 4배나 더 많았다. 새해 사업운용 계획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답한 기업이 72.2%로 '공격적'(27.8%)이라는 답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한상의가 조사한 '2020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역시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소매유통업계 1분기 수익성을 묻는 질문에도 '악화될 것'(37.0%)이라는 전망이 '호전될 것'(8.9%)이라는 전망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은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현 우리 경제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하려면 경제회복과 아울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정책의 조속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업계도 위와 같은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안경원의 경우 소비자들의 위축된 소비심리와 맞물려 임대료, 인건비와 같은 고정지출이 증가하고 저가 경쟁으로 인한 가격할인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안경원뿐만 아니라 안경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제조·유통사도 마찬가지다. 국산 하우스 업체의 경우 안경원 거래처가 줄어듬과 동시에 백화점이나 면세점, 아울렛 채널에서도 대형 업체들에게 밀리다 보니 설자리가 없어졌다. 온라인 채널마저도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본력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에서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우리의 경우 안경원 채널 의존도가 70~80%에 달하지만 최근 대형 체인들이 PB제품을 만들며 거래처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더해 저가 마케팅이 트렌드가 되다보니 하우스 제품의 경우에는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안경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심해 하루에 10장이 팔릴까 말까한다. 여러모로 갑갑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경원들은 줄어드는 고객도 고객이지만 업계 내 치열해진 저가 마케팅으로 인해 진상 고객이 늘어나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 대표는 "진상 손님이야 늘 있어왔지만 요새는 테도 공짜로 해달라는 손님들이 있다. 누진을 해야하는 고객인데 렌즈를 얼마짜리 할테니 테는 공짜로 해줄수 없느냐는 것이다. 이런 손님들이 하나가 아니라 벌써 여러번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안경원 이름을 대며 그런데는 공짜로 해준다고 홍보하는데 여기는 왜 안해주냐 하는 식이다. 업계가 계속 이런 저가 경향으로 가다보면 진짜 장사꾼들이 판치는 업계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라고 탄식했다.

새해 첫 1분기도 한국 내수 산업 전반에 걸쳐 부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안경업계의 경우 반등의 계기가 될만한 호재가 없다는게 더 큰 문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으며, 업계내 저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경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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