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안경사 "패키지에 도수 등 시력정보 삭제해야" 의견도


"우리 안경원에 와서 이것저것 검사 다 해주고 도수에 맞춰서 렌즈 줬더니 한번 구매하고 인근에 더 저렴한 안경원 가서 구매하더라고요. 렌즈 패키지에 있는 정보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구매가 가능하니까 처음에 꼼꼼하게 검안해준 안경사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어요. 고객이 자신의 도수를 안다고 더 저렴한 곳 찾아 옮기는 상황들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패키지 디자인부터 전면 수정돼야 하지 않을까요?"

한 안경사의 푸념이다. 처음 방문한 고객을 성심성의껏 검안하고 상담해서 원하는 제품을 권유했더니 굉장히 만족해 하면서 구매해갔다. 그 뒤로 재구매가 없어서 의아했는데 우연히 팩렌즈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다른 안경원에서 구매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쉽고 속상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보다 검안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자신만의 운영 철칙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꾸준히 한 안경원만 찾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도 있지만 자신의 도수를 알게 되면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경사들 입장에서는 검사와 상담을 통해 획득한 나름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지만 고객이 가격을 따라가버리면 결국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겪은 안경사들은 "허무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안경사는 "근시는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토릭이나 멀티포컬렌즈처럼 기능성이 더욱 강조된 제품들은 더 안타깝다. 잘 아시다시피 고객 시력에 맞는 제품을 한 번에 처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그래서 시험착용 렌즈를 수 개 사용하는데 고객이 가격을 따라가니 결국 이런 과정들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패키지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지만 전문가인 안경사가 보면 별도의 검사 없이도 비교적 수월하게 도수, 난시축, 가입도를 맞춰 처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해외직구나 해외직구 대행사이트 등 온라인 구매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일부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 패키지에 도수나 기타 정보를 모두 삭제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고객의 눈을 검사하고 상담을 통해 얻은 정보는 해당 안경사의 고유 재산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부득이하게 안경원을 옮겨야 한다면 그 안경원에서도 검사가 이뤄지고 안경사 나름의 콘택트렌즈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안경원별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안경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계속 재방문 하는 고객이라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권유하거나 지금 착용하는 콘택트렌즈의 불편함이 없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애프터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도 "주기적으로 눈 검사를 해주는 것이 좋으니 다음 방문때 한 번 더 검사해보자"는 식으로 본인 안경원에 재방문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계속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격보다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라면 전문가가 눈 검사를 요청하고 그에 맞는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주는 것에 신뢰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검안을 우선으로 하는 안경원에서는 이미 검안 예약을 받거나 비용을 청구하면서 안경사만의 기술력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경원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꼼꼼한 검안과 상담이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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