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는 천직, 항상 자부심… 선후배 화합 절실”

2016-04-02     전시현
원로에게 듣는다

"어른이 살아 계시면 어른 뜻에 따르고 돌아가셨으면 살아생전의 행적을 살펴 본으로 삼아야 한다."

논어의 한 구절이다. 어른의 뜻에 따르라는 말은 효를 행하라는 의미다. 한때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면 준엄하게 꾸짖는 큰 어른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런 역할을 하는 어른이 우리 사회에 없다. 아니 없어졌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어떤 길이 잘못된 길인지 제대로 알려 주는 선배도, 형도, 누나도 없다. 서슴없이 회초리를 들고 꾸짖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회초리(돌이킬 회 回 .처음 초 初 .다스릴 리 理)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이 담겼다. 일명 사랑의 매라고 일컫기도 한다. 회초리엔 일관성 있게 중심을 잡고 따르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회초리를 드는 어른 다운 어른, 아니 어른 역할을 하는 제대로 하는 큰 어른이 없다.

유일하게 회초리를 든 어른이 계시다. 바로 이익재 안우회 회장이다


이익재 안우회 회장
지난달 30일 이익재 안우회 회장이 영등포에 위치한 안경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점유율 위한 제살깎기 경쟁은 어리석은 일

―아직도 현직에 계신 것으로 안다. 건강은 괜찮으신가.

▲아주 건강하다. 하루종일 일을 하는 게 아니라서 괜찮다. 또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안경원 운영은 현재 아들과 며느리가 주로 하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 잠깐 나와 일을 본다.

―아들과 며느리까지 가족이 모두 안경사다.

▲그렇다. 안경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크다. 그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 아들에게 안경사 직업을 권유했다. 아들 역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며느리도 안경사다. 아들이 안경사 법정보수교육 강의를 받다가 서로 만났다고 하더라. 서로 마음이 맞는 것 같아 결혼을 시켰다. 이젠 아들과 며느리가 내 길을 이어 받아 안경원도 잘 운영하고 있다. 보람이 크다.

―어떤 계기로 안경사 길로 접어들었나.

▲외삼촌이 안과의사다. 현대 건양대학교 김희수 총장이다. 그 분과 함께 병원에서 일했다. 그분이 환자를 진료하면 나는 옆에서 안경을 맞췄다. 그렇게 인생의 대부분을 안경과 함께 보냈다. 안경은 나의 분신인 셈이다. 그때의 안경시장은 사람과의 정도 있었는데… 지금의 안경시장과는 사뭇 다르다. 다들 왜 그리 경쟁만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소싯적 이야기 좀 해 달라.

▲ 지난 40년간 서울 영등포에서 씨채널 안경원을 운영했다. 또 서울시안경사회의 6대 회장을 지내면서 협회 일도 했다. 내가 처음 안경사 일을 할 때는 수입테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사입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수입테 구하기가 많이 쉬워졌다. 그렇게 인생을 안경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안경 하나만 보고 살아왔다. 몸이 1천냥이면, 눈은 900냥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위다. 그 눈을 보호하는 기구가 바로 안경이고, 안경을 다루는 사람이 안경사다. 안경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만큼 책임감이 필요하다. 때문에 안경사라는 자부심 하나는 하늘를 찌르는 듯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안경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현재 안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우회에 대해 설명하면.

▲ 현재 안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우회는 안경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 한 우물을 파 온, 안경을 정말로 사랑하는 원로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평생을 안경업에 종사하며 안경업의 발전을 논하던 원로들이 이제는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우리 젊은 후배 안경사를 위한 조력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선배 안경사들은 후배 안경사들의 본보기로 모범을 보이며 생활을 하고 있다. 안우회는 만 60세가 되면 회원으로 자동 입회가 가능하다.

―지금 안경업계에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현재 안경업계가 화합이 필요할 시기다. 또 전국 안경원이 불경기로 많이 지쳐있다. 그렇다고 과다 경쟁을 벌이며 서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품가격을 낮추는 등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런 일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서로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 이겨나가야 할 때다. 선배는 후배를 잘 이끌고, 후배는 선배를 잘 따르는 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는 방법이다.

jun7564@fneyefocus.com 전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