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시기능훈련 전문성 갖추면 위상 더 높아질 것”
2016-04-25 노민희
시기능훈련교육협회
2년간 교육 이수해야, 국제교류·재능기부 활발
시기능훈련의 장점
수술없이 교정 가능, 부작용·재발 없고 안전
【부산=노민희기자】한국시기능훈련교육협회는 행동발달검안 전문가 단체로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안경광학과 교수는 물론 안경사 등 현재 7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최초 시기능훈련협회인 만큼 전반적인 교육과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북미지역을 제외한 세계 최초의 미국 COVD 국제지부로 승인받은 협회는 국제 수준의 시기능전문가 양성, 시기능관리 및 시기능훈련, 시기능재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COVD 국제지부가 위치한 부산에서 신효순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신 이사장은 COVD Korea 국제지부 설립의 최고 중심에 있다.
―COVD Korea 국제지부 설립 1주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시기능훈련교육협회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뜻을 같이한 분들과 협회를 준비하고 국제지부로 승인 받을 때까지 약 3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회원 분들도 두 배 이상 늘었다. 국제지부로 승인되고 회원들의 위상이 더 높아지면서 사회기여에도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 덕분에 시기능훈련에 대해 믿음을 갖고 우리를 찾는 시민 분들이 늘고 있다.
―협회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COVD 국제지부에 입회한 회원은 1년간 90시간 이상의 시기능훈련 전문가과정을 이수한 후, 1년 동안 시기능훈련 실무기간을 거친다. 또한 희망자는 국제지부에서 운영하는 시기능훈련 및 시기능재활 연수과정에 참여해 집중적인 실무를 익히는 기회도 부여된다. 이 연수는 5개월 과정으로 병원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로서 자질과 역량을 다 갖췄다고 판단이 되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2년간은 준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육을 이수하고 승인을 받으면 정회원으로 승격된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한 번에 25명 이상의 회원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협회와 COVD 국제지부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첫 번째 목표는 국제수준의 시기능전문가 양성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본회인 미국을 비롯해 제1 국제지부인 캐나다와 유럽, 또 다른 국제지부를 준비 중인 중국, 핀란드,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많은 시기능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시기능훈련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시기능이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외 계층이나 학습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봉사활동과 바우처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다. 시기능훈련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시기능훈련은 '자궁에서 무덤까지' 즉, 세상에 태어나기 전인 태중부터 죽음을 맞기 전의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에 적용할 수 있는 훈련이다. 시기능훈련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다양하다. 초점이상이나 안구협응이상, 사시, 약시, 학습장애, 발달장애, 뇌손상 등은 흔히 시기능이상을 유발하는데 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증상들도 알고 보면 시기능이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상이 많다. 예를 들어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시야가 흐릿하거나 움직임에 예민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을 느낄 때 시기능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시기능이상이 있는 아동들은 ADHD로 오인되기도 해 약물치료를 받지만 큰 효과는 없다.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안구협응이상이 있는 초등학교 어린이 6명을 대상으로 주2회씩 5개월간 국제지부에서 제공하는 집중적인 시기능훈련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해당 어린이들은 책을 읽을 때 글씨가 겹쳐 보이고 단어를 빠뜨리고 읽거나 같은 줄을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때로는 건너 띄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배우는데 흥미를 잃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모자라는 아이로 규정지어 올바른 자존감이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어린이들의 시기능이상을 평가하기 위해 첫 번째 방문 일에 3시간이 넘는 포괄적인 검사를 받는다. 17가지 정밀한 평가가 이뤄지는 동안 집중하지 못하거나 짜증을 내는 아동들이 극히 드물다. 물체가 흐려지고 겹쳐 보이고, 공간왜곡이나 깊이인지 저하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불편함에 대해 자신의 상태와 문제점을 알아주는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하고 따른다.
―시기능훈련의 강점은.
▲수술없는 교정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부 심한 안구협응이상일 경우 수술과 시기능훈련이 병행되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수술을 하게 되면 근본적인 기능회복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몇 년 후 다시 재발하기 마련이다. 시기능훈련은 수술없이 비침습적으로 기능을 회복하는 교정법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안전하며, 교정효과가 우수한 장점이 있다.
―안경사 혹은 안경광학과 교수와 시기능훈련 전문가가 연관이 있나.
▲당연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안경사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시기능훈련과 결합하면 충분히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안경사는 안과지식과 굴절검사, 특수렌즈, 안경조제가공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무경험이 있어 여기에 고도의 시기능훈련 전문성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안경과 시기능 업무를 병행한다면 우리 집단의 전문성과 위상이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시기능이상과 시기능훈련이 대중에게 점차 알려지면서 시기능전문가들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미 서울, 경기권을 비롯해 대구, 경북지역에서 국제지부 회원이 시기능훈련학원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기능훈련·교정 국내·외 사례]
- 사례 1> 인지발달장애가 있는 명화(가명, 14세)를 지난해 처음 만났다. 명화는 단 한 번도 혼자서 등교를 해보지 못했다. 방향감각과 위치감각이 제로였기 때문이다. 6년 내내 같은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등교시 명화 어머니가 교실까지 데려가 자리에 앉혀주고, 하교시도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집으로 데려와야 했다. 명화는 '뇌동정맥 기형'과 선천성 내사시를 가지고 태어났다.
지난해 실시한 시기능발달평가 결과에서 원거리 교정시력은 0.1, 근거리 시력은 0.4, 내사시와 수직사시가 동반된 입체맹이었다. 신체가 좌하방으로 20° 기울어져 있고, 사용하는 시야도 좌하방으로 국한돼 있었다.
시기능훈련 초기 프로그램으로 명화의 신체중심선을 발달시켜 좌우개념과 방향위치감각을 발달시키고, 좌하방으로 국한된 시야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확장시키며, 신체 고유감각과 균형감각을 발달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시기능훈련 5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명화 어머니는 "선생님, 우리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집을 찾아갔어요"라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때가 바로 명화의 시각공간이 좌하방에서 중심부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신체중심선이 크게 발달하는 과정이었다.
- 사례 2> Michele Hillman은 발달단계가 미숙한 아들 Joshua를 소아과의사와 상담했는데 의사는 Joshua가 생후 16개월이 됐을 때 그는 성장장애로 진단받았다.
Hillman은 Joshua가 19개월이 되었을 때 Joshua가 한쪽 눈은 자신을 보고 있었지만 다른 쪽 눈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Joshua는 소아안과의사에게 의뢰해 3개월 후인 22개월이 됐을 때 외사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 Joshua의 상황이 더 악화됐다. 그녀는 신경행동 전문가에 의해 Joshua가 중등도 자폐증이 있다고 진단되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Joshua는 다년간 수많은 치료를 받았고, 7세가 되었을 때 마침내 한 작업치료사가 시기능전문가에게 의뢰했다고 한다.
소아안과의사는 Hillman에게 시기능훈련이 효과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들을 위해 시도해보기로 했다. Hillman은 "옵토메트리 시기능훈련 프로그램이 Joshua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어요. 아들의 자폐성 진단이 고기능성 자폐증으로 향상되었고, 이제 학교에서도 잘 따라가고 있답니다. 시기능훈련 덕분에 아들은 앞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