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 깨우치도록 어른이 먼저 손 내밀어야”

아이젠트리<br />대안가정에 안경·트레이닝 지원

2016-05-02     전시현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천종호 부장판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호통 판사' ·소년범들의 아버지'로 유명
사법형 그룹홈 재원지원 절실 거듭 강조
아이젠트리-(사)만사소년, 안경지원 협약

【 부산=전시현 기자】 법정에서 호통 치기로 유명한 판사가 있다. 그래서 별명이 '소년범들의 아버지', '비행 청소년의 대부', '호통판사', '버럭판사'다. 최근에는 '사이다 판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판결문을 들어다 보면 속이 확 뚫린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 '사이다 판사'다. 바로 부산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천종호 부장판사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2013년 방영된 SBS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방송 이후 세간에 집중 조명된 천종호 부장판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4월 2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언론에서 많이 소개됐듯이 '호통치는 판사'로 유명하다. 청소년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시다. 무슨 계기가 있는가.

▲특별한 계기는 없다. 원래 아이를 좋아한다. 자녀도 셋이나 된다. 내 별명이 '만사소년'(萬事少年)이다. 자나 깨나 소년들을 생각한다고 해서 붙혀진 애칭이다.

―아무리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비행과 범죄를 저지른 10대인 경우 잘 인도를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어떠한가. 가장 기억에 남은 청소년이 있는가.

▲폭력, 상해, 절도, 강도, 성매매 등 청소년 범죄는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청소년들은 본인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또 알면서도 반성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그들이 잘 깨울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른들 몫이다. 소년비행이 성인범죄가 되기 전에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들은 비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소년들의 인생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기 전에 그들이 발 딛고 선 벼랑 끝, 그 가파른 현실에 먼저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어른들이 앞장서야 한다. 재판을 할때 마다 한 사람 한 사람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다들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소식이 희소식 아닌가.

―소년전담재판은 다소 어렵거나 꺼리는 영역이라고 들었다. 그럼에도 부장판사님은 자청해서 하신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는가.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정책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후진국이다. 이러한 상태로 그대로 두었다가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나라로 결코 미래가 밝지 못할 게 당연하다. 현 정책이 개선되고 밝은 정책이 될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청소년을 위한 센터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 이름이 '청소년회복센터'다. 어떤 센터인가.

▲아주 위법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교도소에 보낸다. 하지만 비교적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 중에 집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소년보호사건의 소년들은 결손가정이나 저소득·빈곤층의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재비행률은 매우 높다. 이로 인해 이들에 대해서는 사회내처우가 꺼려진다. 그렇다고 초기 비행 단계에 있는 소년들을 무턱대고 소년원 등에 위탁시킬 수 없다. 미성숙한 소년들을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 가두는 것은 소년들의 사회성 내지 관계 능력의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소년들의 재활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가정적 경제적 문제가 비행의 원인인 소년들의 재비행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친지들을 대신해 보호해 주는 대안가정이 청소년회복센터다.

―최근 (사)만사소년를 세웠다고 들었다.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사)만사소년은 위기청소년들 중 비행과 범죄로 소년재판을 받은 보호소년들을 중점대상으로 안정된 보호환경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몇몇 사람들과 함께 생각한 그룹홈이다. 즉 소년범을 살리는 대안가정인 '사법형 그룹홈'으로 부산 6곳, 창원 6곳, 대전 1곳, 울산1곳으로 청소년회복센터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에 안경체인인 아이젠트리과 안경지원 협약식도 체결했다.

―'청소년회복센터'나 '만사소년' 등 사법형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문제다. 그룹홈을 운영하려면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도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도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행소년이라고 하면 오는 도움도 돌아선다. 비행소년이라는 선입견이 모든 도움의 손길을 막는 느낌이다. 단지 사법형그룹홈의 법원이 위탁한 1명 당 매월 40만 원을 지급하는 게 정부지원의 전부다. 답답하다.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해 치유와 회복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인 한국판 '쇠이유' 2인3각을 기획했다고 들었다. 무엇인가.

▲'2인3각'은 두 사람이 각자의 다리 중 한 쪽을 끈으로 묶고 달려가는 것처럼 성인멘토와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 멘티가 서로 마음의 다리를 묶고 한 마음이 되어 도보여행을 하라는 뜻이다. 실제로 '2인3각'이 서로를 배려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고, 눈높이와 호흡, 보폭을 맞춰 함께 가야하는 것처럼 불편하더라도 서로 이해와 배려로 동행하며 마음을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선택한 용어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은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보호소년 뿐만 아니라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학교폭력피해 청소년·저소득층 청소년 등 자존감 회복이 필요한 모든 청소년이다. '2인3각'은 멘토와 멘티 단 2명이 하루에 6시간 15~20km를 함께 걷는 도보여행 방식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신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이다. '2인3각'은 단기 집중 치유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보여행을 마친 청소년의 재범률은 15%로 프랑스의 일반 비행청소년의 재범률이 85%임을 감안하면 기적적인 수치다.

―우리나라 청소년 범죄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인은 어른과 사회에 있다. 낙인찍고, 외면하고, 격리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사회가 더 큰 문제다. 문제아로 태어난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소년범들은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상처는 받을 때로 받아서 아프다고 소리도 못지른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그들의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주변에 없다. 그들의 재비행을 막으려면 따뜻한 사회과 시선,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비행소년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회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다시 버려진다. 국가는 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사회는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할 공동체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도 사회도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소년비행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그러다보니 경미한 비행이 재비행을 낳는다. 비행소년은 소년범이 되어 자포자기하고, 범죄의 학습화와 고착화를 거치면서 성인범이 된다. 결국 구조적인 악순환이 된다.

―끝으로 청소년 멘토로서 청소년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미안하다'는 말…. 애들아. 미안하다.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 마치 사회는 그들의 잘못인냥 말하고 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래야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아이젠트리는 ...

지난 달 11일(사)만사소년과 안경체인 아이젠트리는 안경지원 협약식을 체결했다. 아이젠트리는 만사소년의 전국 14개 총132명의 청소년이 주거하는 대안 가정에 시력 이상자에게 안경 지원을 년 2회 및 필요 시 시기능 이상자에게는 트레이닝 지원까지도 하기로 했다.

아이젠트리 관계자는 "부산 소년의 집에 이어 만사소년의 정기지원으로 기업의 사회환원화 사업인 '행복한 세상 만들기 안경 지원 행사'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젠트리는 하우스 브랜드 전문 안경원으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안경 프랜차이즈다. 부산에는 경성대점, 광복점, 대연점, 마린시티점 등 전국적으로 총 40여 개의 가맹점이 있다.

본사 및 가맹점 안경원에 입점된 브랜드는 디올·구찌·프라다·크롬하츠 등 명품라인부터 레이밴, 뮤지크 등 하우스 브랜드 라인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또 각양각색의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 안경원에 갖춰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