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과 상생없이 한류 편승한 마케팅 집중

2016-05-14     김선민
방송인 하하가 새롭게 론칭한 '칼리프애쉬' 홈페이지 캡쳐.


하하, 사진작가와 '칼리프애쉬' 브랜드 론칭

"자고 일어나면 브랜드가 하나씩 생기네요." 근래에 안경테 제조·유통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올 2월 KIOF와 4월 DIOPS에서도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는 참가 기업들 중 유독 눈에 띄었으며 실제 관람객들의 반응도 가장 뜨거웠다. 이처럼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는 국산 하우스 제품의 인기를 등에 엎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국산 하우스 브랜드는 한국인의 얼굴에 딱 맞는 편안한 핏과 트렌디한 디자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안경원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도매가격과 부담스럽지 않은 초도금액, 온라인 노출가와 소비자 가격 차이가 덜한 편에 속해 안경사들도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또 지난 4월 DIOPS 에서도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방문해 국산 아이웨어 브랜드에 큰 관심을 보이며 DIOPS역사상 최고 수출 금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산 아이웨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는 아이웨어 브랜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기 연예인들의 안경업계 진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작년 말 인기가수인 제시카가 '블랑 앤 에클레어'를 론칭하며 시작을 알렸다. '블랑 앤 에클레어'는 초기에는 스카프와 선글라스로 시작해 의류 및 향수 악세사리등 토탈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선글라스 라인은 제시카가 직접 착용하며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해, 중국, 홍콩 등 아시아권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이 비교적 비싼데다 디자인 역시 지나치게 과감해 현재는 한국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가 됐다.

지난 4월에는 인기 방송인 하하가 유명 사진작가와 손잡고 '칼리프애쉬' 브랜드를 론칭했다. 론칭 쇼에는 유재석, 김종국, 송지효, 지석진, 박명수, 정준하, 광희 등 정상급 연예인들이 함께 하기도 했다.

특히 관련 기사에 따르면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목표로 한류콘텐츠의 인기를 아이웨어에 접목해 한류스타들과 브랜드의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생각해본다면 아시아 전역에 부는 한류콘텐츠의 인기를 산업과 연계시켜 수익을 창출해 나가는 바람직한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경업계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안경테, 선글라스는 공산품으로 취급돼 안경원이 아닌 곳에서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한 품목이다. 하지만 안경은 패션 아이템이기전에 시력교정의 역할을 하는 품목이다. 다시 말해 착용자에게 꼭 맞는 안경이나 선글라스가 되기 위해서는 안경사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안경원 입장에서는 한류인기에 편승한 일회성 브랜드는 골치만 아프다. 유통사에서는 판매만 하면 끝이지만 소비자가 안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안경원으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랑 앤 에클레어'와 '칼리프애쉬'가 안경원과의 상생이나 협업에 있어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다. 또 현재도 난립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중·소 국산 브랜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서 한류스타의 인기를 내세운 업체들이 진출해 소비자 마케팅을 진행해 나간다면 많게는 수 십년, 적게는 수 년간 안경원과 동고동락해 온 제조·유통사들이 업계를 떠나야하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국산 하우스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무한경쟁 사회라고는 하지만 안경업계의 생태도 잘 모르는 연예인들의 진출이 반갑지만은 않다. 자신들의 인기를 내세워 시작해 안되면 말고 식의 업계 물흐리기가 되지는 않을런지 염려스럽다"며 연예인들의 업계 진출에 대해 우려 했다.

한류콘텐츠 인기로 인해 아시아권 전역에 국산 아이웨어 브랜드 수출이 늘고 있다. 이는 모든 안경인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류 연예인들의 안경업계 진출은 어딘가 이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별은 원래 그 자리에 있을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