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2016-05-14 전시현
주변 사람들이 크게 얘기해주면 보청기가 굳이 필요할까.난청인을 상담하다 보면 'TV는 내 방에서 보고 필요하면 가족이 큰 소리로 말해주기 때문에 보청기는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상의 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첫째, 꼭 들어야 하는 필수 대화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의 협상을 할 때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화' 인 경우다. 이때 상대방이 큰소리로 얘기해주거나 잘 듣지 못한거라고 생각하면 몇 번이라도 다시 말해 준다.
둘째,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대화다. 세간의 얘기나 농담 등은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대화다. 못 들어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사실 평범한 대화일 경우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 것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세간의 얘기를 큰소리로 얘기하는 경우는 없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더욱 그렇다. 농담을 놓쳐도 다시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듣지 못하면 말하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이 없어진다. 만약 난청이 진행되면 극단적인 경우 '밥! 전화!'라고 말하는 최소한의 말에 일방통행식의 대화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상대방에게 큰소리로 말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자신부터 들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본인이 난청인 경우 보청기를 착용하고 싶지 않는 게 사람 마음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회사나 학교에서 난청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난청을 숨기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난청인 것을 숨기게 된다면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인사를 할 때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지나치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회의 석상에서나 상담을 할 경우 잘 알아듣지 못하고 적당히 얼버무려 추측만 가지고 일 처리를 하게 된다면 결국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 판단하게 된다.
친한 지인이거나 가족이라고 해도 매번 큰 소리로 말해주거나 다시 말해 준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처음 한두 번은 말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해 줄 수 없다. 난청에 대해 우리 한국 사회는 장애로 인식을 하고 직장내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난청이 있는 것을 숨겨서 오해를 받는 것보다 주위 사람에게 알려 이해를 받는 것이 보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보청기를 착용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알려지면 주위사람도 이해하고 그 나름의 대화방식으로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난청은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소리다.
만약 난청인 상태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성격마저 변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난청이 생기는 경우 일반적으로 청력이 조금씩 나빠지게 되기 때문에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을 알아채기 어려워 본인이 모르는 사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난청이 되면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를 피하기 위해 자꾸 나를 숨기게 되고 소극적으로 되어 간다. 결국 자신감을 잃게 된다. 외출하기가 꺼려지고,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다거나 집안에서 혼자 있는 일이 더 낫다는 이유 등으로 사회로부터 떨어져 외톨이가 되기 쉽다. 또는 대화를 들을 수 없어 소외감이나 고독감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한편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가 말하는 것을 일체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해버리는 일도 있다. 그 결과 대하기 어려운 사람 혹은 독불장군이라고 오해를 받는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고립되어 버리기 쉽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낙심하게 되고 우울증이 걸리거나 여러 가지 형태의 심약증, 신경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고려한다면 소음성 난청이 계속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간 4000억 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소음성 난청은 아이들 4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앓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을 지금 바로 시행해도 늦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적인 청력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소음성 난청에 대한 예방 교육이 중요하며, 난청이라고 판단되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것이다.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대부분 난청인에게 억울한 경험을 가진 경우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점점 사회 적응이 어렵게 되고 악순환이 발생한다. 난청을 경시하고 방치하지 않도록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본인이나 지인이 난청이라고 판단될 경우 하루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