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경사가 3D 업종입니까?

2016-07-25     노민희


노 민 희
fneyefocus 기자

구직자는 일할 곳이 없다고 하고, 기업에서는 일할 청년을 구하기 힘들다는 게 요즘 세태다. 안경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입 안경사는 근무환경이 힘들고 페이가 적다고 호소하고 중년의 안경사나 원장들은 제대로 일하는 신입 안경사가 없다고 토로한다. 신입과 경력자 사이에 벽이 생기고 갈수록 단합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최근 안경업계 모습이다.

"사장으로서 직원을 배려해주면 이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자꾸 이용해 먹으려고만 한다" 최근 만난 A원장의 하소연이다. 직원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서 급여도 신경써주고 퇴직금도 월급에 포함해줬는데 이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무기로 삼아 노동청에 고소했더란다. 돈은 돈대로 쓰고 사람도 잃었다며 A원장은 쓴 입맛을 다셨다.

B원장은 "최근 뽑은 직원은 유명 대학원에 붙었다며 곧 사표를 내겠다고 하더라. 기껏 힘들게 안경광학과 공부해서 전혀 다른 전공으로 대학원을 가려고 하는지 물었더니 이유는 '일하기 힘들어서'란다.

우리 때는 더 힘들게 일했어도 이게 업이려니 생각하고 임했는데 갈수록 일에 대한 사명감도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아마 적지 않은 안경원장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부에는 '안경사는 준 의료인이다', '전문성을 가지고 고객들을 대하고 있다'라고 계속 떠들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얼마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안경업에 임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기사에서도 매번 강조한다. 안경사는 전문인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강조를 해도 본인 스스로가 일할 의욕도, 전문성을 키울 마음도 없는데 타인이 백번, 이백번 세뇌시킨다고 과연 전문성이 고취될까.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안경광학과를 졸업하는 신입 안경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서 기업에서 시행하는 전문가 교육에도 항상 참여하고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진다.

그러나 수능 점수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진로선택을 못하고 다른 업계로 빠지거나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쉽게 그만둬버리는 신입 안경사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안경사가 아니라서 그 마음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힘든 근무환경을 견뎌내기가 오죽 힘들면 전향을 고려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생긴다. 안경사 특성상 근무시간이 길고 주말 휴일은 '그림의 떡'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보다 더 힘든 마음도 알 것 같다.

그뿐이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접목하기에는 변수나 애로사항이 많다. 이를 잘 이끌어줄 멘토격의 선배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지만 2인 미만 안경사가 대부분인 만큼 신입 안경사의 니즈를 충족하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안경업계에서도 이런 고질적인 환경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단축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하고 의무휴일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급여부분도 과거에 비해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위에서는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이들에게 전할 응원의 말은 없다.

기사를 쓸 때도 오랜 고민과 생각을 거쳐 한 단어, 한 문장을 작성한다. 때로는 질책을 받기도 하고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기도 한다. 안경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손을 거쳐간 안경때문에, 내가 상담을 통해 판매한 콘택트렌즈 때문에 소비자들의 말도 안되는 억지를 들을 때도 있고 본인의 실수로 잘못을 책임져야 할 때도 있다. 난 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다. 안경사분들도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이겨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