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지루하냐고요? 힙합보다 더 신나는 음악이에요”

2016-09-19     전시현

소리들으면 마음 정갈해져
깊은울림·소리 전달하고파
국악 통해 어르신과 소통
기피하는 이들 편견 깨야

■국악인 송소희
국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지루함'이지 않을까. 북, 징, 꽹과리, 장구 등 그리 젊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악기일 수도 있다. 이런 국악을 젊은 사람은 물론 초등학생, 주부, 어르신 등 모두 반하게 만든 국악소녀이 있다. 그 소녀는 2008년에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그때 부른 창부타령은 시청자에게 큰 감명을 줬으며 상반기 결선 및 연말 결선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 이후 sbs tv 스타킹, kbs 1tv 열린음악회,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창부타령, 태평가, 아리랑, 뱃놀이, 군밤타령, 배 띄워라 등의 경기민요를 불러 더 유명해졌다. 국악인 송소희 양을 지난 8월 24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포은아트홀에서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단국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있다. 국악을 선택한 계기는.
▲어머니의 교육열이 대단하시다. 특히 예술 분야로 나를 키우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어렸을 때부터 미술, 발레, 피아노, 수영, 피겨스케이트 등 안해 본 게 없다. 어머니는 '예술 계통을 하는 사람이 집안에 아무도 없으니까 자식을 낳으면 (예술 분야로)시켜보고 싶다'고 하셔서 나에게 이것저것 가르치셨다. 아마도 내가 어느 분야에 더 소질이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처음 국악을 접한 것은 3~4살 때쯤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진득하게 수업을 듣는 모습을 어머니가 보시더니 '너가 가야 갈 길은 국악'이라면서 국악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처음은 어머니 권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나에게 있어 국악은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 국악은 우리나라 음악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우리나라 음악보다 서양음악을 선호한다. 어릴 때 자장가부터 시작해 매일 듣는 것(또는 들리는 게) 팝송, 힙합, 클랙식이다. 당연히 서양음악이 더 친숙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음악임에도 국악은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악은 국악인만 하는 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국악이 주는(또는 듣는) 장점을 꼽는다면.
▲국악은 편안함과 멋스러움이 모두 공존하는 소리가 담겨 있다. 또 한국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멋과 흥이 있다. 경쾌하면서도 경박스럽지 않고, 흥이 있으면서도 시끄럽지 않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 우리 모두 '하나'라는 느낌이 있다. 물론 평소에 클래식이나 힙합, 팝송도 즐겨 듣는다. 하지만 국악을 할 때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 소리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드리고, 옷무새도 더 단정하게 된다. 아니 저절로 그렇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인 송소희 양을 통해 국악을 달리 보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쁘고 감사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서양음악에 더 익숙하다. 당연히 국악은 듣지 않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국악을 안 듣는 게 아니라 들을 기회가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들을 기회가 없으니 흥미가 없고, 흥미가 없으니 국악이 주는 장점을 모를 것이다. 물론 힙합, 트로트, 발라드 등 각 장르마다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모두 살려 국악에 힘을 주고 싶다. 국악은 절대 지루하거나 따분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오늘날까지 내가 국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악은 서양음악에 없는 소리, 그 형언할 수 없는 소리, 즉 감정으로도 표현이 안되는 깊은 소리와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더욱 많은 노력과 도전을 할 것이다.

―국악을 하면 한복을 입기 때문에 행동이나 말씨, 옷차림에 신경이 쓰일텐데.
▲맞다. 한복을 입고 공연하다 보니 행동이나 말을 더 조심하게 된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도 자제하게 되고, 목소리 톤도 의식적으로 한 단계 낮아진다. 그리고 어르신과 소통할 때는 상대방을 더 배려하게 된다. 모든 국악인이 그렇듯 국악을 배움과 동시에 예절을 배운다. 이런 생활에서 오는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국악이 주는 힘인 것 같다.

―대학생이 됐다. 국악 공연도 하면서 공부하기도 힘들텐데.
▲특별하게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공연이 있는 날에는 공연에 집중하고, 학업에 집중해야 할 때는 학업에 집중한다.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다 보니 힘든 일이 있어도 '그러거니'하면서 넘긴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정신적으로 피곤해 본적은 없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라… 열심히 노는 것?! 휴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신나게 논다. 놀 때만큼은 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할 때는 일에만, 공부할 때는 공부에만, 놀 때는 놀는 순간만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생겼다가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마련이다.

―송소희 양에게 있어 국악은 어떤 존재인가.
▲국악은 내 분신과 같다. 내 생활에 국악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새앨범을 냈다.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난해 첫 앨범 'new song'을 발표한 후 지난 7월 25일 약 1년 만에 2번째 앨범인 '사랑, 계절'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때까지 보여주던 노래와는 조금은 다르다. 국악을 다른 음악장르보다 멀리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신경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첫 번째로 수록된 '사랑, 계절'이란 곡은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이별한 사람들에게 슬프고 힘들겠지만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 새로운 봄을 기다리자는 메시지로, 슬프지만 아름답게 표현했다. 두 번째 곡인 '비밀이야기'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다. 모든 사람들은 바쁘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허해 보인다. 저 역시도 스케쥴과 레슨, 공부할 것들이 꽉 차 있지만 하루를 정리해보면 정말 공허한 기분만 남을 때가 많다. 다들 바쁜 일정 속에 살고 있지만 사실 마음 속은 텅 비어있는 그 아이러니한 현대인들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작사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면.
▲할 게 너무 많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책도 열심히 읽을 계획이다. 그리고 작곡, 작사에도 더 매진하려고 한다. 물론 공연활동에도 더 열심히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