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퀄리티 옷 입은 케이스·클리너, 올해는 유료화 기대
2017-02-14 노민희
한국인의 특성 혹은 문화중 하나를 꼽으라면 '덤'을 들 수 있다. 물건을 사고팔 때 '정'에 의해 더 주기도 하고 끝에 붙은 몇 백원은 깎아주기도 한다. 업계에도 이런 덤, 서비스 문화가 존재한다. 바로 부대용품이다.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대용품 유료화 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으며 대한안경사협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대국민 캠페인 진행 등의 방안이 오고갔다. 케이스, 클리너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디자인의 다양화, 소재의 고급화 등을 통해 유료화에 적극 앞장서기도 했다. 이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까지 국내 케이스, 클리너가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까지 제값을 주고 케이스, 클리너를 구매하는데 인색하다. 올해는 부대용품 유료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실제로 부대용품 유료화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한 안경원. 외부에 사전고지를 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항의가 없다.
흔히 안경을 맞추거나 콘택트렌즈를 구입할 때 기본적으로 서비스하는 품목이 있다면 케이스, 클리너 등이다. 안경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안경 구매에 대한 감사의미를 담아 부대용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반영구적으로 몇 년 간 쓸 정도로 견고하다거나 특별한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은 아니지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보관하기 좋고 휴대하기 용이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로 주는 이 케이스, 클러너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무료로 제공받는 제품들도 사실 안경사들이 해당 업체에서 구매하고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스를 한 개 더 달라거나 구매이력이 없는 안경원에서 케이스를 무료로 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간혹 기본 케이스가 아닌 판매용으로 진열된 케이스를 무료로 달라고 떼쓰는 고객들도 있다. 안경, 콘택트렌즈를 구매했기 때문에 안경원에서 당연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을뿐더러 부대용품을 서비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부대용품 유료화 목적지까지 절반도 채 못 온 현실이다. 돈을 받고 팔기 위해서 부대용품 기업에서는 제품의 고급화를 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가가 높아지고 안경원에서는 불황때문에 안경, 콘택트렌즈 소비가 줄어드는데 케이스에 돈을 투자하겠냐며 단가가 높은 제품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마디로 업체와 안경원에서 가야하는 노선이 다른 것이다.
올해를 부대용품 유료화가 실현되는 원년의 해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인테리어로 구매율 UP
안경원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품목이 대체로 선글라스다. 매장 벽면에 선글라스가 진열돼 있고 고객들이 안경사와 상담하는 테이블 겸 쇼케이스에는 안경테를 주로 진열해 놓는다. 안경원별로 위치는 다르지만 상대적으로 구매시간이 짧은 콘택트렌즈 코너는 대체적으로 입구쪽에 진열돼 있다. 그렇다면 케이스, 클리너는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 클리너를 구비해 놓은 안경원이 많지 않을뿐더러 몇 가지 상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알더라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때문에 구매를 망설이지만 모르기 때문에 구매를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뜻이다.
케이스를 쇼케이스 위에 놓아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마트에서도 계산대 바로 앞에 껌, 캔디, 초콜릿 등 비싸지는 않지만 한 개씩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제품을 진열해 놓고 있다. 계산을 기다리면서 시선이 쏠리면 한 개쯤을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안경제조를 기다리는 동안 충분히 구매욕구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고퀄리티 디자인·소재
퀄리티 높은 디자인과 소재는 당연한 얘기다. 부드럽고 잔기스가 없는 극세사 클리너와 친환경 소재의 케이스 출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그만큼 서비스품목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더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디자인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러스트부터 게임이나 영화·만화 캐릭터는 물론 명화그림에 기업별 자체 디자인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택하기 난감할 정도다. 캐릭터나 명화에 대한 라이선스도 확실히 획득하고 제작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오는 3월 국내 안경원에 선을 보이게 되는 새 브랜드 '핫쮸'를 보유한 더보다 이윤기 대표는 "가격은 낮추면서 디자인과 컬러 퀄리티는 높였다.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안경원의 새 수입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핫쮸는 이미 중국과 합작을 통해 물량 1만개 모두를 완판한 바 있으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케이스, 클리너를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는 콘택트렌즈 전문 체인브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렌즈미, 오렌즈는 별도의 진열장을 두고 다양한 종류의 케이스와 렌즈 세척기를 구비해 놓고 있다. 입구 혹은 렌즈를 둘러보다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케이스가 있다보니 10대는 물론 20대 소비자에게 인기가 좋다. 여기서 나아가 수능이 끝난 뒤,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저격하도록 패키지로 묶어 예쁜 리본이나 박스로 포장해놓기도 한다.
실제로 콘택트렌즈 체인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패키지를 진열할 때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이 제품을 누가 살까'라고 반신반의한다. 그런데 실제로 판매를 시작하면 의외로 관심을 많이 갖는다. 부담없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우선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물론 패키지까지 정성스럽게 포장돼 있으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청소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셈. 선물뿐만 아니라 디자인별로 모으기도 할 정도다.
또 학교에 있는 중에는 평범한 디자인의 렌즈를, 하교할 때는 개성넘치는 독특한 디자인의 렌즈를 착용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렌즈를 하루에 두 쌍 이상 들고 다니기 위해서는 케이스가 필수라는 얘기다. 직장인들도 특별한 약속이 있거나 모임이 있을 때 메이크업을 수정하듯 조금 더 과감한 렌즈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케이스는 필수다. 야근을 하게 되면 중간에 렌즈를 빼고 안경으로 바꿔 끼기도 한다.
집에서 렌즈를 착용하고 나와 다시 집에 들어갈 때나 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케이스 휴대도 필수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