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색을 왜 봐야 할까-동물의 색상구별법

2017-02-17     노민희
김진수 부천 대성안과 검안실장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로 해석하면 다른 동물들도 색을 볼까하는 애기를 하려고 한다. 앞서 눈은 생존을 위해 발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 명암이나 형태만 구별하면 될 것인데 왜 색이라는 더 복잡한 요소를 추가해 진화했을까에 대한 의견이다.

동물과 색각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다. 정리한다면 이렇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대표주자인 개와 고양이는 색맹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잘못된 오해다. 종종 하얀 눈이 쏟아지면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뛴다고 하지만 이는 단지 발바닥이 차갑기 때문이다.

개의 원추세포는 보라색(429~435nm)과 노란색(555nm)만을 감지한다. 그래서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오렌지 계열의 컬러는 개의 눈에 노란색으로 보인다. 그러니 실제로는 빨간색만 못 보는 셈이다. 이들의 경우에는 색의 엷은 명암정도만 볼 수 있으며 사람의 적록색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강아지는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 정도만 볼 수 있으며 고양이는 파란색과 초록색은 구분하지만 붉은 계열의 색은 보지 못한다. 고양이는 낮에는 사람보다 시력이 좋지 않지만 사람보다 수십 배나 뛰어난 야간시력을 가졌다. 또 사냥에 적합해 빠른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능숙하다. 타원형태의 동공은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거나 축소된다.

파충류의 대표 주자인 뱀은 낮동안 자신의 눈을 사용해 움직임에 의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먹이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밤이 되는 경우에는 머리에 적외선 탐지기로 털 세포들에 예민한 감각을 발휘한다. 어떤 뱀은 1m~1.5m 거리나 0.0001℃ 이하의 온도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생쥐나 작은 새 등의 항온 동물은 체온이 주변 환경보다 높기 때문에 땅속이나 새집에 숨어 있어도 뱀에게 발각된다. 그래서 뱀은 어둠 속에서도 먹이를 정확히 공격할 수 있다.

포유류인 말(馬)의 눈은 사람과 다르게 머리 측면에 붙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시야가 약 350도로 상당히 넓은 편이며 야생에서 육식동물을 미리 알아차리고 도망갈 수 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우선 말들에게는 코 근처에 사각지대가 있다. 그 부분에 있는 물체는 인식을 못하는 것이다. 또 왼눈, 오른눈에서 얻은 시각적 정보를 합칠 수가 없이 따로따로 보게 된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사람보다 떨어지는 편이며 초록색과 파란색은 구분할 수는 있으나 회색의 명암을 지닌 형태로 보인다. 말이 장애물을 넘을 때는 기수의 신호가 필요하다. 또 누가 조용히 뒤에서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절지동물의 곤충은 수백, 수천개의 작은 렌즈들이 합쳐진 형태로 복합적인 눈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한 번에 수백 개의 같은 이미지를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작은 렌즈 하나하나가 전체 시야의 일부를 보는 역할을 한다. 각 렌즈들이 본 것들이 모여 마치 완성된 퍼즐과 같은 형태로 전체 시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곤충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의 복합된 눈에는 10개부터 3만개의 구역으로 나눠진다. 색을 인지하는 능력은 곤충에 따라 다양하며 나비와 같은 곤충은 사람보다 색을 더 잘 구분한다. 벌 역시도 같은 형태의 눈을 가지고 있으나 이들은 붉은 색을 보지 못한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대개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자외선 영역까지도 볼 수 있으며 빛에 민감한 세 번째 감각의 눈을 가지고 있다.

새우 등 갑각류는 가장 덜 발달된 형태의 시야을 지닌다. 곤충과 비슷한 형태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형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될 것 같은데 다행히 이들은 그들 주위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나오는 신호들을 감지하는데 상당히 뛰어나다.

거북이는 우수한 시력을 가지고 있으나 멀리 보지는 못한다. 자외선 영역으로 보는 경우에 색은 더 강렬해보이고 사람이 보는 것과는 사물이 다른 색으로 보인다. 슬릿형태의 동공을 가진 파충류의 경우에는 오직 흑백으로만 볼 수 있으며 밤에 더 활동적이다.

조류는 낮에 활동할 경우, 사람보다 색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며 자외선 영역까지 보는 것이 가능하다. 사냥하는 새들의 경우 매는 사람보다 5배 많은 시세포가 물체의 상을 맺는 황반(망막에서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신경조직)에 밀집해 있다. 특히 황반이 두 개나 있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는데 사람과 비교하면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 새는 원추 세포가 네 종류 이상이다. 3원색을 보는 것은 물론 자외선을 감지한다. 새 행동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보호색을 띠고 있는 애벌레도 자외선을 보는 새에게는 두드려져 보인다고 설명한다. 황조롱이의 눈에는 들쥐 소변이 형광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부근에서 들쥐를 쉽게 사냥한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매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시세포 중 밝은 곳에서 반응하는 원추세포만 많고 어두운 곳에서 반응하는 간장세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빼미와 같은 야행성 조류만이 색맹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더 화려한 색의 종이 색맹이 아닐 확률이 높다.

바다는 시각이 발달하기에 제약이 너무 많은 환경이다. 가시광선이 닿는 깊이는 수심 200m가 한계다. 게다가 파란빛만 이 깊이까지 침투할 수 있어 해양생물의 원추세포는 파란색(525m)에만 반응한다. 따라서 물고기는 물밖으로 나와도 파란세상을 보게 된다. 시력도 매우 나빠 바로 눈 앞에 것만 겨우 보는 수준이다.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를 근처에서 찾을 수 있어 어느 깊이에서나 근시면 충분하다. 대신 시세포의 98% 이상이 막대 세포다. 고양이 같은 야행성 동물에 있는 다페텀이라는 반사판이 있는데 망막 안에 들어온 약한 빛을 반사시켜 재이용한다. 항상 빛을 최대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동공을 최대한 열고 거의 바꾸지 않는다.

상어는 망막에 'cone cell'이 없으며 색을 감지하지 못한다. 또 가능한 많은 빛을 알아차리게끔 설계가 돼 있다. 이는 어두운 물속에서 더 멀리보기 위한 형태로 발달된 것인데 60피트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물체를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우리의 눈과 달리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금붕어는 의외로 시력이 매우 좋다. 사람과 똑같이 색상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외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먹이를 주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고 시각신호에 반응하게 하는 훈련도 가능하다. 하지만 눈꺼풀이 없어 빛과 어둠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고래와 바다표범의 경우에도 눈에 cone은 없으며 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색맹인 것을 의미한다. 오징어는 색맹이다. 돌고래는 두 눈이 각각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한 번에 두 가지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다. 물 속뿐만 아니라 물 밖에서도 사물을 잘 볼 수 있다. 돌고래는 한 쪽 눈을 뜨고 자기 때문에 한 쪽 뇌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른 쪽 뇌는 포식자를 감시하는 경계태세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

동물들은 먹히지 않기 위해 또는 잡아먹기 위해 발달한 기관이 눈이며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진화했다. 하늘에서 생활하는 동물은 빠른 속도를 날아가면서 잡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주간에는 추세포가 황반에 많이 분포해 형태시와 업체시가 발달하고 시각과 색각을 이용해 정확한 사냥이 가능하다.

굴절률이 1.333인 바다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지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빛이 굴절하고 빛의 양도 감소하는 물 속에서 물체를 구별하려면 우선 빛의 양을 확대하는 방법과 먹이감의 투명한 구조를 볼 수 있는 편광필터, 음파를 통한 물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게 됐다.

또한 명암만을 구별하는 간체신경세포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나 신경주파수는 단순하고, 색상을 구별하는 추체신경세포는 종류도 많지만 사용되는 에너지나 신경주파수도 많고 복잡하기에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사용하는데 무리가 있다. 즉, 진화에서 도태되는 방향인데도 불구하고 지구를 정복한 인류는 왜 색각으로 발전했을까하는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계속>
■검안의가 소개하는 색상테라피는 격주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