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어떻게 구별할까<2>-명암과 생삭의 구별

2017-05-26     노민희

김진수 부천 대성안과 검안실장

이 애기를 하자면 아마도 학교때 배웠던 시기생리학과 물리학 등의 내용을 차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에 대해 설명할 때 어두움과 밝음을 구별하는 세포, 아마도 가장 오래된 시세포일 것이다. 간상세포(杆狀細胞, Rod cell)는 눈의 망막에 위치한 광수용 세포(Photoreceptor Cell)이며 약한 빛을 감지한다. 세포의 모양이 원기둥 모양이어서 간상세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간상세포는 망막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어 시각의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평균적으로 인간의 망막에는 9200만개의 간상세포가 있다. 간상세포는 원추세포보다 더 민감해서 야간에는 시각 대부분을 담당한다. 그 구조로 간상세포는 원추세포보다 조금 더 두껍지만 구조는 유사하다. 색소들은 색소 상피의 바깥쪽에 위치한다. 간상세포의 끝부분은 많은 디스크들이 쌓여있는 구조이며 이 구조는 아마도 이 부분의 세포막이 안으로 함입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각 디스크들은 10~20nm만큼 떨어져 있다.

개구리의 간상세포 바깥 분절에는 약 1000개의 디스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 가지 종류의 광수용색소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원추세포와는 달리 간상세포는 단 하나의 광수용 색소만을 가지고 있어서 색을 보는 역할은 거의 하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해서 명암만 구별한다. 이것은 운동성향에 관련이 있어서 움직임이 밝고 어두움의 차이로 물체가 존재와 이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역시 책에 나온 얘기지만 그 빛에 대한 민감도는 간상세포 한 개의 광자에도 반응할 만큼 민감하며 광자 한 개에 대한 민감성이 원추세포보다 100배는 더 민감하다. 간상세포는 원추세포에 비해 적은 빛의 양에도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밤의 시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야간에 아주 적은 빛으로도 물체를 구별할 수 있으며 여러 개의 간상세포는 하나의 연합뉴련에 연결되기 때문에 신호를 모으고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연합은 시각의 예민한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데 여러 개의 세포가 하나의 정보를 만들어 보내는 경우 각각의 간상세포에서 정보를 보내는 것보다 해상도가 낮다. 간상세포의 연합은 움직임에 매우 민감한 주변시야를 만드는 역할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시야 가장자리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났을대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간상세포는 원추세포에 비해 느리게 빛에 반응하는데 100milliseconds의 시간동안 자극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느린 반응속도는 적은 양의 빛에 더 민감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원추세포에 비해 간상세포는 순간적으로 변하는 이미지를 감지하는 것에는 적합하지 않다.

George Wald와 동료들의 실험을 통해 간상세포가 498nm(초록색, 파란색) 부근 파장의 빛에 가장 민감하고 640nm(붉은색) 이상의 파장에서는 완전히 빛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간상세포가 시각의 대부분 역할을 하게 되는 저녁때 붉은색에 비해 푸른색이 더 밝게 보이는 퍼킨제 효과(Purkinje effect)를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눈에서는 명순응과 암순응의 기능이 필요하게 되는데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동할 때 눈에서는 빨리 밝은 곳에 적응하고 다시 어두운 곳으로 이동하면 어두운 곳에 적응하는 기능이 주로 사용되는 세포다.

색상을 구별하는 시세포인 원추세포 또는 원뿔세포는 눈의 망막에 있는 시세포로, 색상을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게만 있으며 원뿔모양으로 생겨 원추세포라 불린다. 원추세포는 0.1 Lux 이상의 밝은 빛을 감지하는 세포다. 인간의 망막에는 약 600만개 이상의 원추세포와 9000만개 이상의 간상세포가 있다. 망막에는 세 가지 종류의 원추세포가 있다. 첫째로는 L 원추세포(ρ세포)로서 가시광선 가운데 비교적 파장이 긴 노랑에서 녹색사이의 빛에 민감하며 파장이 564nm인 빛에 가장 민감하다. L 원추세포는 긴 파장(Long-wavelength)을 뜻한다. 둘째로는 M 원추세포(Г세포)로서 중간 파장(Medium-wavelength)인 청록과 파랑사이의 빛에 민감하며 파장이 534nm인 빛에 가장 민감하다. 셋째는 S 원추세포(β세포)로서 짧은 파장(Short-wavelength)인 파랑과 보라색사이의 빛에 민감하며 파장이 420nm인 빛에 가장 민감하다. 인간의 색각인지에서의 색상은 3원색이론이 가장 근접한 이론으로 설명하는 이유다. 원추세포의 분포는 맹점이라 불리는 시신경 원반을 제외한 망막 전체에 분포하며 길이 40~50um 정도의 원뿔모양의 세포다. 특히 눈의 초점이 모이는 황반은 원추세포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 종류의 원추세포는 망막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으나 황반에는 S원추세포가 좀 더 많다.

인간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세 종류의 원추 세포가 감지할 수 있는 최대 범위가 가시광선의 범위가 된다. L원추세포가 감지할 수 있는 가장 긴 파장의 빛은 680nm 정도로 그보다 긴 파장의 적외선은 감지할 수 없다. 빛은 눈의 각막과 수정체를 통해 망막에 도달한다. 인간의 각막은 380nm 이하의 짧은 파장의 빛은 통과시키지 못한다. 그 결과 보라색보다 짧은 파장을 지닌 자외선은 인간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다. 백내장 등의 질병 때문에 각막 제거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외선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세 종류의 원추세포 중 두 종류의 원추세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간이 녹색과 인접해 있어 인간은 녹색 빛을 가장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