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2017-05-26     노민희
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고령화시대를 맞이하는 안경원 자세


수분광 WET 메이크업으로 잔주름은 숨기고, 신종어로 대화하며 아주 노련하지만 유연하게 내 나이를 숨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칼럼 원고 마감일과 함께 재발한 초기 노안 증세인 흐림과 두통으로 다시 현실을 직면한다. '이걸 정말 내가 체험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놀라기 그지없다. 문득 노안에 대한 첫 수업 때 Horler 교수님이 했던 '조절력(調節力)이 줄어들어 노안 증상이 오는 것은 드디어 세상과 타협을 할 준비가 된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의 시생활은 괴로워졌지만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한 결 수용적이 됐다. 그렇다면 중년 고객의 시력 케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전문성을 장전해 두면 좋을까?

우선 안구 노화의 해부학적 변화는 조절력과 반응 속도를 저하시키고 동공 크기를 줄어들게 하며, 수정체의 투명성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중년안에 대한 시력 검사를 이행하는데 참고해두면 도움이 될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겠다. 가장 먼저 상세 문진을 통한 증상 확인이다. S+0.75 C-0.50 X 85 가 측정되는 필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초기 노안의 증세는 명확하게 뭐가 불편하다고 표현이 어렵지만 초점이 자주 놓쳐지고, 피로감이 심하고, 작업 후 두통이 잦다. 아주 현실적인 일상의 불편함 중에는 돌잡이 둘째의 손톱 케어를 해주기 위해 가장 밝은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노안으로 인한 불안정한 근거리 시력은 이마와 뒤통수 부위를 덮는 후두전두근과 안륜근에 부담을 주어 두통이 유발되고, 졸린 증상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한다(Cameron 76'). 또한 필자와 같이 원시는 평상시 잘 보인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시력 검사를 추천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교육센터를 방문한 많은 안경사 선생님들이 바쁜 현대인에게 시력 검사를 권유하는 게 참 힘들다고 하신다. 이런 경우, '시력 검사 해보세요'보다는 '시력 검사는 언제 마지막으로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시력 검사 유도가 보다 수월하다고 하니 참고해 봐도 좋겠다.

두 번째로 고려해 볼 사항은 전체 시표를 사용한 시력 측정이다. 일반적으로 세로 한 줄 시표를 사용해 시력 측정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전체 시표를 사용해 시력 측정하는 것을 추천하고자 한다. 가장 기본적인 시력측정표에는 한 줄에 5개의 알파벳이나 숫자가 있는데, 난시가 있는 경우 특정 숫자는 문제없이 읽어낸다 하더라도 동일한 크기의 다른 숫자의 경우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난시의 경우 가장 흐려 보이는 방향이 수평 방향의 선들일 것이다. 이 경우, 8과 3처럼 수평의 선이 흐려졌을 때 구분이 어려운 숫자는 틀리게 읽어낼 수 있다. 만약, 고객에게 제공된 줄 시표에 3과 8처럼 혼동이 쉬운 숫자가 없었다면 우리가 측정한 시력에는 자칫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양의 경우 전체 시표를 사용하여 1.0-2와 같이 보다 정확하게 시력 측정을 기입하고 있다. 참고로 1.0-2는 1.0 시표 줄의 5개 숫자 중 3개만 정확히 읽어내고 2개는 틀렸다고 해석하면 된다.

많은 기존의 연구들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난시의 발현이 증가하고, 특히 40대 정도에 직난시와 도난시의 비율 추세선이 교차하며 점차적으로 도난시가 많아진다고 한다(Richdale, 2009). 줄 시표 대신 전체 시표를 보여주는 것은 아주 간단한 변화이다. 하지만 굴절 검사를 구체적으로 실시하기도 전에 시표를 읽게 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고객이 미교정된 난시가 시력에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떤 방향에 난시가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노안과 함께 난시의 발현도 더욱 증가하니 중년안의 시력 검사에 도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부각되는 다초점 콘택트렌즈 피팅에 있어 참고하면 도움이 될 사항을 정리해 보겠다. 필자를 포함해 그간 안경 착용이 전무한 원시의 경우, 노안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더라도 안경을 착용하겠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영향에서 인지, 안과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의 전언에 의하면 노안 라식을 상담하러 온 고객 중 원시의 경우는 대부분 상담 후 바로 수술 결정을 한단다. 교육 때 이런 제안을 하면 많은 선생님들께서 콘택트렌즈 착용감에 대한 초기 적응을 우려하신다. 일반적으로 미용렌즈로 시작하는 젊은 고객의 경우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굳이 참아내니 수월하지만, 렌즈 경험이 없는 중년들에게 선뜻 다초점 콘택트렌즈를 시험착용 시키기 꺼려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너무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각막의 민감도도 역시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젊은 고객보다 이물감에 대한 불편이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Salvi 2006).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 인구 분포의 중간값에 해당하는 나이는 40.8세이고, 2040년에는 52.6세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인구의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큰 고민이라지만 노안 교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니 시력 분야의 전문가인 안경사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필자도 사무실에서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모니터를 보는 동료들에게 신제품인 다초점 콘택트렌즈 체험하러 가자고 제안해드리면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검안 약속을 잡는다. 다초점 콘택트렌즈를 끼고 신세계를 만난 거 같다는 동료들의 감탄이 참 고맙다. 오늘 이 칼럼을 읽고 노안 고객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고 싶다면, '고객 님, 시력검사는 마지막으로 언제 하셨어요?'이렇게 한마디라도 적극적으로 꺼내 봐 주면 어떨까? 많은 초기 노안 고객들이 차마 꺼내 보이지 못한 변화한 시력에 대한 속사정을 먼저 알아봐 주는 안경사가 마음 속 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이다. 보다 노련하지만, 유연하게 우리의 노안 고객을 케어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