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치는 선글라스값 ‘충격’

2017-08-11     김선민
소셜커머스서 2000원대 제품 등장
KC인증마크까지 붙여 소비자 안심
시즌 막바지에 총 물량공세 펼친듯

본격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의 저가 선글라스 판매 공세가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다. 소셜커머스 사이트 'T'에서는 최저 2800원 부터 미러 선글라스를 판매하고 있었으며, 구매 리뷰에는 수백명의 구매자들이 판매후기를 남겼다. 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선글라스 기획전이라는 명분 아래 원가도 안되는 가격에 누가 더싸게 파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품질을 가늠하기 조차 힘든 저가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커머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시간을 정해 놓고 박리다매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처음 국내에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도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있다.

특히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가장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배송 부분 마저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자체 담당하며 배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구매자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줘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도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처럼 파급력이 큰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선글라스가 판매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경원에는 이로울리 만무하다. 하물며 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99.9% 자외선 차단을 보장하고 KC인증을 받았다는 선글라스가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가 판매되고 있으니 안경원은 혀를 찰 노릇이다.

도매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들여 신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더라도 온라인에 뿌려지는 판매처도 명확하지 않은 저가 선글라스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안경원에 판매도 어렵고, 소비자 직판도 여의치가 않다. 기존에 안경업계에 꾸준히 몸담아왔던 소위 업계 베테랑들도 현재 선글라스 시장에 대해 할말을 잃은 모습이다.

수도권 도매업체 대표 A씨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 환경 변화에 맞게 도매업체들도 온라인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저가테들의 공세가 너무 강하다. 토털 브랜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자본력이 있는 병행 업체들은 말도 안되는 가격에 온라인에 물건을 뿌리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경원 자체가 선글라스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매사들도 과거처럼 안경원에 제품을 넣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품을 원가도 안되는 가격에 소비자 직판을 한다고 해도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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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경원에서의 선글라스 판매 부진이 오늘 내일의 일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모바일이 미래 산업의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며 온라인 쇼핑은 현재 거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일상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경업계 역시 변화를 맞이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다.

안경테나 선글라스가 비록 공산품으로 취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얼굴에 직접 착용하는 제품일 뿐더러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때문에 국가가 인정한 안(眼)전문가인 안경사의 손을 거쳐 착용자에게 씌워졌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있는 품목이다.

그러나 현재는 금전적인 이득에만 눈이 먼 일부 업자들에 의해 품질도 검증되지 않은 저가테들이 판을 치며 국민들의 안보건을 해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담배 한갑 값도 안되는 선글라스가 판매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경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안경사는 장사꾼이 아닌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장사꾼으로 오해를 받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매장에도 판매처를 알 수 없는 제품을 들고와 A/S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더러 있다. 나는 매번 그분들이 기분상하지 않도록 판매처에 문의해보라고 권유한다. 안경원이 어렵다고 계속 고객들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결국엔 우리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시장 변화에 따라 안경원 역시 피팅이나 수리, 검안, 렌즈 가공 등 안경사의 기술을 요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우리의 권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