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2017-08-18 노민희
우리가 시력검사를 해야하는 이유
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7월의 마지막 날, 교육팀 동료들 그리고 마음을 모아 준 CEP 안경사 선생님들과 시력검사 봉사를 다녀왔다. 장대비를 마다하고 발걸음해주신 어르신 중 막내 할머님의 춘추가 67세. 뉴스에서 농촌 지역의 고령화 문제를 논할 때는 귀담아 지지 않더니 눈으로 장면을 담고서야 비로소 깨우치게 된다.
본격적인 시력검사가 시작되자 햇살 강하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 검안 할 때나 자주 봤던 심각한 군날개부터 백내장까지, 강한 햇볕을 이겨내고 농작물 키워낸 어르신들 눈에는 자외선 훈장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르신들이 '백태'라고 부르는 군날개의 섬유혈관조직이 각막 내부에 침범해 각막을 누르고 당기며 발생한 난시와 시야 방해로 큰 불편감이 예상됐다. 아직 수술 전인 백내장 역시 뿌연 시야는 기본이고, 단안 복시까지 진행된 경우도 있어 생활 상의 안전도 걱정이다.
문득, 봉사 장소 주변에 집이 별로 없던데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날 어떻게 오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할아버지 한 분께 여쭤봤다. 돌아온 답변이 "오토바이 타고 왔지!"다. 아이쿠야. 방금 확인한 양안 교정시력은 0.4가 채 안되던데… 궂은 날씨로 대비감도도 많이 떨어진 상황, 최고 시력은 당연히 더 저하될 것이 뻔하다. 걱정이 앞서 안전한 귀가 길을 기도로나마 위탁 드려 본다.
총 17명의 봉사단이 5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렇게 난시도 심하고 양안 도수의 차이가 큰 경우가 대부분일 줄이야. 봉사를 다녀오는 길에 예전 뉴질랜드 클리닉에서 함께 근무하던 70세 검안의 선배가 기억났다. 10불짜리 기성용 돋보기 좀 보여 달라며 발걸음 하신 노인 고객분을 항상 정성껏 검안해주고, 양안이 다르니 꼭 돋보기를 맞춰 쓰라며 애쓰시던 모습이 선하다.
예약 환자도 아니고 그냥 지나치다 가볍게 들리신 거 같은데 시력 검사에 맞춤 돋보기 처방까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편하지 않은 몸으로 클리닉까지 방문하신 노인 고객분들을 그냥 그렇게 10불짜리 기성용 돋보기나 팔고 보내면 안됐던 것을, 그건 전문가의 자세가 아님을 20대 인생 꼬맹이였던 필자는 이제야 반성한다.
이번 봉사 경험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가 시력 검사를 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 안경사들에게 시력 검사 란 고객과의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대화가 부족한 사람과 신뢰나 사랑이 싹트기 어렵듯이 우리 안경원을 방문한 고객과 시력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 해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우리 안경사는 고객의 시력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문가다. 봉사 때 만났던 그저 한 명의 할아버지가 '백태로 얼마나 불편하실까, 백내장이 심한데 대비감도 떨어지는 야간이나 비오는 날엔 오토바이 좀 안타셨음 좋겠는데…'하는 생각도 그 분의 눈과 대화하고 나니 비로소 가져지는 마음이다. 바로 사람을 아끼는 보건 전문가의 기본 정신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시력은 일생 동안 어떤 변화를 거치는 걸까? 필자가 공부한 오클랜드 대학교 검안학과를 창립한 Dr T. Grosvenor가 집필한 'Primary Care Optometry'라는 교과서가 있다. 옵토메트리에 입문하는 학생이 한번쯤 공부하는 필수 원서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일생 동안 변화하는 시력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면, 굴절이상은 근시에서 원시 방향으로 10대부터 60대까지 점진적으로 변화하다 다시 근시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난시의 방향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40세를 기준해 그 이전에는 직난시 방향에서 도난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축의 변화는 안검의 힘에 따른 영향이 큰데, 노화의 시작으로 상안검 검판이 느슨해 지기 전까지 매우 단단하여 각막에 수평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 이로 인해, 수직 경선이 스팁해지기 때문에, 직난시 방향이 보다 많다고 한다.
40대 이상이면 점점 경화되고 불투명해지는 수정체 변화가 굴절이상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정체의 황화현상(yellowing) 은 한국 안경원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양안 균형 검사 방법인 적록 검사(Duochrome test)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백내장 종류마다 각기 다른 굴절이상을 발생시키게 된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핵성(nuclear) 백내장은 굴절력을 근시 쪽으로 변화시키며 피질(cortical) 백내장은 수정체에 선형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난시, 눈부심, 대비감도의 저하 등을 초래한다. 낭밑(subcapsular) 백내장은 주로 당뇨와 고도 근시 등이 원인이 되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시력적 방해도 크다.
이렇게 일생 동안 변화하는 시력에 대해 일반인들은 알 수 없다. 조용히 변화하는 시력으로 인해 그저 불편감만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불편감을 우리 안경사들은 반드시 검사를 통해 고객의 눈에서 찾아주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해 줘야 하는 그런 전문가인 것이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성인을 기준으로 1년~2년 마다 정기적인 시력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혹시 고객들이 정기적인 시력 검사를 인지 못한다면, 일생 동안 시력이 변화한다는 설명과 함께 정기적인 검사를 추천해 보면 어떨까.
바야흐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우리가 고객과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시력 검사를 멀리하고 불편해 한다면 혹시 소외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다가오는 9월20일 제8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표준 시력검사법에 대한 강연도 준비된다. 우리가 전문가로서 기본적으로 어떤 검사 항목이 기준 돼야 하는지에 공동 체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 반갑다. 혹시 방문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싶다면, 더 적극적인 대화(시력 검사)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7월의 마지막 날, 교육팀 동료들 그리고 마음을 모아 준 CEP 안경사 선생님들과 시력검사 봉사를 다녀왔다. 장대비를 마다하고 발걸음해주신 어르신 중 막내 할머님의 춘추가 67세. 뉴스에서 농촌 지역의 고령화 문제를 논할 때는 귀담아 지지 않더니 눈으로 장면을 담고서야 비로소 깨우치게 된다.
본격적인 시력검사가 시작되자 햇살 강하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 검안 할 때나 자주 봤던 심각한 군날개부터 백내장까지, 강한 햇볕을 이겨내고 농작물 키워낸 어르신들 눈에는 자외선 훈장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어르신들이 '백태'라고 부르는 군날개의 섬유혈관조직이 각막 내부에 침범해 각막을 누르고 당기며 발생한 난시와 시야 방해로 큰 불편감이 예상됐다. 아직 수술 전인 백내장 역시 뿌연 시야는 기본이고, 단안 복시까지 진행된 경우도 있어 생활 상의 안전도 걱정이다.
문득, 봉사 장소 주변에 집이 별로 없던데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날 어떻게 오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할아버지 한 분께 여쭤봤다. 돌아온 답변이 "오토바이 타고 왔지!"다. 아이쿠야. 방금 확인한 양안 교정시력은 0.4가 채 안되던데… 궂은 날씨로 대비감도도 많이 떨어진 상황, 최고 시력은 당연히 더 저하될 것이 뻔하다. 걱정이 앞서 안전한 귀가 길을 기도로나마 위탁 드려 본다.
총 17명의 봉사단이 5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렇게 난시도 심하고 양안 도수의 차이가 큰 경우가 대부분일 줄이야. 봉사를 다녀오는 길에 예전 뉴질랜드 클리닉에서 함께 근무하던 70세 검안의 선배가 기억났다. 10불짜리 기성용 돋보기 좀 보여 달라며 발걸음 하신 노인 고객분을 항상 정성껏 검안해주고, 양안이 다르니 꼭 돋보기를 맞춰 쓰라며 애쓰시던 모습이 선하다.
예약 환자도 아니고 그냥 지나치다 가볍게 들리신 거 같은데 시력 검사에 맞춤 돋보기 처방까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편하지 않은 몸으로 클리닉까지 방문하신 노인 고객분들을 그냥 그렇게 10불짜리 기성용 돋보기나 팔고 보내면 안됐던 것을, 그건 전문가의 자세가 아님을 20대 인생 꼬맹이였던 필자는 이제야 반성한다.
이번 봉사 경험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가 시력 검사를 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 안경사들에게 시력 검사 란 고객과의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대화가 부족한 사람과 신뢰나 사랑이 싹트기 어렵듯이 우리 안경원을 방문한 고객과 시력 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 해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우리 안경사는 고객의 시력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전문가다. 봉사 때 만났던 그저 한 명의 할아버지가 '백태로 얼마나 불편하실까, 백내장이 심한데 대비감도 떨어지는 야간이나 비오는 날엔 오토바이 좀 안타셨음 좋겠는데…'하는 생각도 그 분의 눈과 대화하고 나니 비로소 가져지는 마음이다. 바로 사람을 아끼는 보건 전문가의 기본 정신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시력은 일생 동안 어떤 변화를 거치는 걸까? 필자가 공부한 오클랜드 대학교 검안학과를 창립한 Dr T. Grosvenor가 집필한 'Primary Care Optometry'라는 교과서가 있다. 옵토메트리에 입문하는 학생이 한번쯤 공부하는 필수 원서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일생 동안 변화하는 시력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면, 굴절이상은 근시에서 원시 방향으로 10대부터 60대까지 점진적으로 변화하다 다시 근시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난시의 방향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40세를 기준해 그 이전에는 직난시 방향에서 도난시 방향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축의 변화는 안검의 힘에 따른 영향이 큰데, 노화의 시작으로 상안검 검판이 느슨해 지기 전까지 매우 단단하여 각막에 수평 방향으로 힘을 가한다. 이로 인해, 수직 경선이 스팁해지기 때문에, 직난시 방향이 보다 많다고 한다.
40대 이상이면 점점 경화되고 불투명해지는 수정체 변화가 굴절이상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정체의 황화현상(yellowing) 은 한국 안경원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양안 균형 검사 방법인 적록 검사(Duochrome test)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백내장 종류마다 각기 다른 굴절이상을 발생시키게 된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핵성(nuclear) 백내장은 굴절력을 근시 쪽으로 변화시키며 피질(cortical) 백내장은 수정체에 선형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난시, 눈부심, 대비감도의 저하 등을 초래한다. 낭밑(subcapsular) 백내장은 주로 당뇨와 고도 근시 등이 원인이 되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시력적 방해도 크다.
이렇게 일생 동안 변화하는 시력에 대해 일반인들은 알 수 없다. 조용히 변화하는 시력으로 인해 그저 불편감만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불편감을 우리 안경사들은 반드시 검사를 통해 고객의 눈에서 찾아주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해 줘야 하는 그런 전문가인 것이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성인을 기준으로 1년~2년 마다 정기적인 시력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혹시 고객들이 정기적인 시력 검사를 인지 못한다면, 일생 동안 시력이 변화한다는 설명과 함께 정기적인 검사를 추천해 보면 어떨까.
바야흐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다. 우리가 고객과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시력 검사를 멀리하고 불편해 한다면 혹시 소외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다가오는 9월20일 제8회 국제학술대회에서 표준 시력검사법에 대한 강연도 준비된다. 우리가 전문가로서 기본적으로 어떤 검사 항목이 기준 돼야 하는지에 공동 체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 같아 반갑다. 혹시 방문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싶다면, 더 적극적인 대화(시력 검사)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