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방 문 빗살 사이 햇살 정겨운 '작은 교토'

2010-05-31     이재령


쓰와노 【츠와노(시마네현)=글·사진 송동근기자】야마구치역을 출발해 약 1시간 10분이 지나자 시골의 한 간이역에 도착했다. 츠와노(津和野)역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깊은 역사와 전통·문화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츠와노. 이곳은 일본 주고쿠(中?)지방 산지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시마네현 서쪽 끝에 위치한 인구 9600여명의 조그만 도시다.

옛부터 산인(山陰)지방의 ‘작은 교토’라 불리며, 약 700년전 요시미 요리유키에 의해 세워진 성(城)뒤로 병풍처럼 둘러쌓인 아오노산. 그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옛날 집들이 정겹다. 지금도 이런 풍경과 함께 이곳 사람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옛스러움과 맥박이 고동치며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역에서 2∼3분 거리에 위치한 혼마치도오리(本町通)를 돌아보기로 했다.

길게 뻗은 한적한 거리, 오가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츠와노시청 방향으로 걷다보면 안노미츠마사미술관을 지나, 길 양쪽에는 에도시대부터 깊은 역사와 함께 전통의 맥을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한약방, 주조(酒造), 미술관, 쌀가게 등이 늘어 서 있다. 약 1㎞에 가까운 이 길을 걷다보면, 마치 옛 역사의 기억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지나다 들러 본 곳은 가게 안쪽 정원에 울긋불긋한 잉어 350여 마리와 수차(물레방아)를 꾸며놓은 오코메야(쌀집). 쌀가게에 왠 잉어가 이렇게 많으냐고 묻자 요시나가 주인은 “취미로 기르고 있는데, 기른지 50년이 넘는 것들”이라며 “이놈들은 크기가 50㎝ 이상은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나와 또 걷다보니 오른편에 히노마루(일장기)를 단 문화유적같은 큰 건물이 보였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지은 지 88년이 넘은 건물인데 시야쿠쇼(시청)라고 했다. 과거 전통 양식에 내부는 초현대식으로 시설돼 있어,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렇게 무엇이든 편리성을 먼저 수용하고 자기의 것을 동시에 지키는 발상이 역시 일본 사람들 답다.

시청 앞 길과 도노마치도오리(殿町通)의 한쪽 좁은 수로(水路)에는 한가로이 헤엄치는 여러 색깔의 잉어와 3000여송이의 흰색·보라색 창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또 매년 5월 중순부터 10월말 저녁이 되면, 밤 10시까지 색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츠와노의 상징이라 할 수있는 시라카베(흰색흙담)의 무가저택과 창포에 운치있게 비춰지는 조명이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인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이 거리는 역시 ‘걷고 싶은 아름다운 일본거리 10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지게 마련. 혼마치 길 옆의 후야후야라는 식당에 들러보자. 왠지 이곳에서 맛보는 오므라이스(1000엔)와 츠와노의 명차인 야메차 향기는 가히 환상적이다. 또 도쿠가와 8대 장군시대에 창업해, 현재 11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츠와노의 명주(名酒) 카센주조에도 들러 정통 일본주(15∼19%)를 맛보는 것도 좋다.

츠와노에서 또 유명한 볼거리는 교토에서 야마구치를 거쳐 들어와, 텐몬(天文 11년)시대 부터 46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는 고이사기(해오라기)춤이 있다. 이 것은 국가중요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 매년 기원제가 열리는 7월20일과 27일 오후 3시부터 시내 11개 장소에서 일제히 열린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성(城)밑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우아하게 펼쳐지는 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붉은 색으로 칠한 1000여개의 도리이가 터널을 이루며 굽이치듯 만들어진 계단. 숨이 차도록 오르니 교토, 사가 등에 이어 일본 5대 신사중 하나라는 다이코다니이나리신사가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매년 5월15일과 11월15∼16일에 기원제가 열리는데, 이때는 전국 각지에서도 수많은 발길이 모여든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대가 높아 시내 한 가운데를 평화롭게 흐르는 츠와노강이 멀리 바라다 보인다. 츠와노는 이강을 중심으로 4계절 뚜렷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 유서깊은 역사가 한데 어우러져 고풍스런 목가(牧歌)적 매력이 간직되어 온 것이라 생각된다.

도노마치를 걷다보면 가톨릭교회를 지나 왼편에, 에도(400년)시대 유학을 비롯해 국학, 의학, 예학 등 다양한 교과를 교육하던 한코(藩校)요로칸이 눈에 띈다. 요즘으로 말하면 명문 종합대학에 해당하는 곳으로, 니시아마네를 비롯한 모리오가이 등 수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도노마치를 거의 지나면, 대대로 이곳 의사의 집안에서 태어나 군의와 소설가로서 두 인생을 살았던 모리오가이의 구택(국가지정사적)과 남쪽 옆에 그의 기념관이 보인다. 오가이의 일생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과 중요자료 등 3000여점이 전시되고 있는 이곳에 들러, 그의 지난 삶과 흔적을 잠깐 엿보는 것도 츠와노에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dksong@fnnews.com

■ 항 공: 서울에서 요나고공항 아시아나 매주(월·목·토)운항/1시간 20분

■ 오사카에서 이와미공항/ 55분 소요

■ 하기·이와미공항∼츠와노/1시간 소요

■ 열 차: jr특급 신야마구치역에서 츠와노/1시간 5분 소요

■ sl야마구치호 신야마구치역에서 츠와노/2시간(1937년제 현존하는 증기기관차로 편도 2시간을 달린다)

■ 버 스: 하기에서 츠와노까지(보쵸버스)/1시간 39분 소요

■ 도쿄에서 츠와노까지(이와미·jr버스)/13시간 50분 소요

■ 숙 박: 요시노야 혼마치도오리(0856)72-4039/www.tsuwano.ne.jp/yoshinoya

■ 쇼 핑: 나고미노사토 온천과 함께 마메차 등 특산품 쇼핑·식사·죽세공 체험이 가능한 곳.(0856)72-4122/www.tsuwano.ne.jp/nagomi

■ 체 험: 츠와노 전통종이공예관(0856)72-1518/www.15.ocn.np.jp/∼tsuwano

■ 안 내: 츠와노시 상공관광과 (0856)72-0652/www.town.tsuwano.lg.jp

■ 츠와노관광협회 (0856)72-1771/www.tsuwano.ne.jp/kan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