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시 활용으로 고객감정 사로잡기

2017-09-15     노민희
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존슨앤존슨 회사는 핑크 베이비로션으로 친근하지만 말초혈관 스텐트와 같은 의료기기와 제약 사업 규모가 크다. 다양한 헬스케어 계열사가 함께 모여있다보니 때때로 수술처럼 큰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해당 사업부 담당자에게 그 분야 황금손을 추천 받기도 한다. 실제 사람에게 행해지는 의술이다보니 다양한 이유로 차이가 느껴질 수 있나 보다.

그렇다면 우리 안경사들이 생각하는 황금손은 무엇일까 고민해 봤다. 완벽한 검안? 편한 도수 처방? 개개인마다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필자는 고객의 얼굴에 꼭 맞게 안경테를 피팅 해주고 내 손길로 피팅 된 안경이 편하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느꼈던 희열과도 같은 감정이 생각났다.

사실 필자에게는 안경테 피팅의 의미가 조금은 더 크다. 해외에서 검안의로서 주업무는 검안이고, 안경테 선택이나 피팅은 전문 dispensing optician이 담당한다. 하지만 불편한 고객은 항상 피팅 전문가가 없을 때 방문하기 마련인지 근무 첫 몇 주 동안 그냥 고객을 돌려보내다가 일단 부러져도 직접 재피팅 해보겠다는 위험한 도전을 시작했다. 근무 첫 해, 열로 구워 버리거나 부러트린 테가 참 많았다. 부족한 실력으로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우리 원장님 안드레아는 입사 첫 해 동안 만불까지 손해를 내더라도 유예해 줄 것을 약속했다. 부러트린 안경테와 잘못 선택된 다초점렌즈 등 참 많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후배를 양성하겠다는 큰 뜻 없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통 크게 허락해 줬고 덕분에 필자는 고객에게 늘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간혹 안경원에서 다초점과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컴플레인을 하면 실제 피팅을 한 직원이 아닌, 책임자급의 선배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경우를 봤다. 불편을 드린 고객에게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해 드리는 것은 중요하니 나쁘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경우에 안드레아 원장님의 행동을 기억해 본다. 그녀는 늘 한 쪽 구석에서 노트북으로 사무를 보며, 내게 컴플레인을 호소하는 고객이 방문하면 씩 웃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당면한 짐을 스스로 져보고 검안의로서 책임을 느끼라는 것이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당황스러울 때는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그녀가 조금 얄밉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클리닉 운영에 책임 있는 원장으로써 참아내기 어려웠을텐데 어린 후배를 얼마나 전문가로 존중하고, 배려했던 처세였는가. 아마도 안드레아 원장님은 나무가 아닌 큰 숲을 보는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검안의 2년 차가 돼 실력이 조금 늘자 근처 대형 클리닉에서 섭외 제안도 들어오고, 더 좋은 조건의 채용 광고가 눈에 띄기도 했지만 그동안 형성된 깊은 신의로 필자는 흔들림 없이 그녀의 클리닉에 충성했다.

단골이 많은 안경원의 원장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렇게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이 단기간의 이득보다 훨씬 큰 의미인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물론 보다 경제적인 경우, 우리 안경원을 방문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우리 인간의 뇌는 매우 복잡하기에 표면에서 보여지는 할인과 같은 경제적 조건보다는 깊은 마음에서 신뢰하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하지는 않을까. 최근 실시했던 글로벌 리서치에 의하면 전 세계인 모두 7:3 정도의 비율로 구매 심리적인 감정/감동(emotion)이 구매 결정에 더 큰 관계성을 보인다고 한다.

바쁜 안경원에서 효율적으로 고객의 감정을 사로 잡는 방법 중 필자가 자주 사용하던 것은 바로 양안시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 안과에서도 사시 클리닉을 제외하면 쉽게 상담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라 많은 안경사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신다. 하지만 안경광학이라는 과학을 공부한 우리 안경사들에게 양안시를 고객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풀이하는 데는 조금 서투르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예를 들어, 뽀족한 펜 끝을 안구에 가까이 옮겨가며 측정하는 폭주부족에 대해 모두 익숙할 것이다. 보다 확실하게 폭주부족이 읽기 능력에 미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근거리 시력표를 활용하여 10초에 5개 단어 정도를 읽어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본다. 분명 해당 고객은 살아오면서 독서를 할 때 읽던 위치를 자주 놓치거나 손가락으로 읽던 줄을 가이드 삼았던 경우가 있었을 것이고 심한 경우 공부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이들에게 폭주부족을 알게 되는 것은 큰 위안일 것이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것을 놓치지 않고 확인해준 안경사는 믿을 만한 전문가 일 것이다.

또 다른 유용한 예시는 조절용이성부족이다. 조절용이성부족을 가진 고객은 때때로 안경사를 곤란하게 한다. 분명 고객은 시력 흐림을 호소하는데 정작 시력 검사 결과는 예전과 동일하게 확인돼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플리퍼를 활용해 조절 용이성을 검사해 볼 수 있겠지만 간단한 질문 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원거리가 흐리다고 할 때 아침과 오후의 경우를 비교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감이 심해진다. 또한 학생의 경우 필기를 하다 칠판을 봤을 때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주시 거리의 차이가 빈번히 발생할 때 시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낀다. 조절용이성부족 고객의 문제가 단순히 굴절이상 정도로 설명하지 못하니, 우리 안경사가 아닌 이상 정말 확인하기 어려운 양안시 문제다.

상기 두 가지 모두 실제 검사 법은 너무 간단하다. 하지만 모든 고객에게 실시하지는 않는 검사들이다. 그 사유를 지인 안경사 선생님들께 물으면 마땅히 해결책을 주지 못하니 굳이 검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조사에서 확인 됐듯이 과학적 두뇌를 가진 우리 안경사가 표면에 보이는 30%를 가지고 고객과 대화하는데 익숙하다면 내면에 숨은 70% 의 감성 포인트를 찾아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너무 단순한 검사라 간과하지 말고 그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찾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 만으로도 우리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