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못읽고 두리번 거리던 나래 이야기

2017-10-23     노민희
시기능훈련, 시기능전문가로의 도약
신 효 순(한국시기능교정훈련협회 COVD 국제지부 이사장)

안경업계가 경기 침체와 가격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안보건을 담당하는 안경사로서 구태의연한 과다경쟁보다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주요 분야의 하나가 바로 시기능훈련이 아닐까 한다.

시기능훈련은 비수술적이고 비침습적이면서 부작용이 거의 없이 안전하게 전문적인 훈련만으로 사시나 약시 등의 시기능이상을 교정할 수 있는 이상적인 분야다. 시기능훈련이 생소하거나 막연히 어려움을 느낄 안경사 분들께 지면을 통해 사례를 소개해 나가려고 한다.

오늘 얘기할 친구는 숫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항상 두리번거리던 나래의 얘기다. 나래 부모님은 나래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낯가림이 심하고 또래보다 느리고 약한 편이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도 이상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교실 앞에서 안 들어가고 버틴다거나, 길을 가면서 자꾸 두리번거리며 부딪히고 넘어진다거나, 숫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수업시간 내내 딴 곳을 응시하고, 학교에서 그 누구와도 말 한마디 섞지 않거나, 갈수록 짜증이 심해지는 등 다양한 문제행동을 보였다.

나래는 학습부진으로 개별반에 배정되었고, ADHD로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했으나 부작용이 심해 한 달 만에 복용을 중단했다. 그 뒤에 안과병원에서 간헐성외사시로 진단받았고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나래 어머니 머리에 떠오른 것이 '입체시의 기적'이라는 책이었고, 그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나서 찾아온 것이 한국시기능훈련학원이었다.

나래를 처음 만나던 날, 나래의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기억이 난다. 나래가 인지하는 외부공간이 심하게 왜곡됐기 때문에 세상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아 늘 불안해하고 예민했던 것이다.

나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습장애, ADHD와 사시로 인해 학교생활과 학습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2회 시기능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나래의 원시반사, 신체협응, 신체균형, 신체리듬, 안구협응기술, 안구운동기술, 융합기술, 그리고 입체시를 발달시켰다. 나래가 인지하던 심한 공간왜곡도 실제공간과 정확히 일치하기 시작했고, 입체맹 수준에서 정교한 입체시가 가능해졌다.

나래 어머니는 "나래가 그동안 받아오던 미술.음악.심리치료를 거부하던 것과는 다르게 1년 넘게 받았던 시기능훈련은 매일이라도 받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고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좋아지는 것을 아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시기능훈련을 받고 얼마가 지났을까. 어느 날부터 다른 곳을 주시하던 나래의 눈이 정렬되고 예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고개도 기울이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기고 밝아지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예뻐졌다는 칭찬도 자주 듣고 있다.

"4학년이 된 나래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놀고, 숫자를 잘 읽고, 두리번거림 없이 씩씩하게 등교하고, 학교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 시기능훈련 후 달라진 모습은 누가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라며 나래 어머니는 감격스러워 한다. 학교 선생님들도 나래가 이제 학교생활 면이나 학습 면에서 또래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래 어머니는 "만약 그때 나래에게 ADHD 약을 계속 먹이거나 사시수술을 받게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한다. 시기능훈련을 마친 나래의 어머니는 주변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시기능훈련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제 나래는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맘껏 도전하면서 지내고 있다.
나래가 시기능교정훈련을 받기 전 그림(위)과 받고 난 후 그린 그림(아래)이다. 선을 또렷하게 그리고 중심으로 여러 개의 선이 겹쳐지는 것을 잘 그리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