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콘택트렌즈 도매가 인상설 모락모락

2017-10-27     김선민
최저임금 오르자 도미노 반응
국산 대리점 "아직 확정 아냐"
안경원 "가격파괴 이어 비보"

안경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 남대문에는 여러 렌즈 도매상이 밀집돼 있다. 남대문 도매 관계자들에 의하면 "도매가 인상에 대해 얘기는 들리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남대문 안경골목

내년도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확정돼 제조·도매사 및 안경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안경렌즈와 콘택트렌즈 도매사들이 안경원 공급가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콘택트렌즈 도매업체 관계자 A씨에 따르면 "이미 11월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재계약을 맺은 안경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 대부분의 업체들이 도매가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시급 인상이 가장 큰 요인이며, 일부 안경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산 취급 안경렌즈 대리점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남대문 안경렌즈 도매업체 관계자 B대표는 "조만간 대전에서 대리점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기로 돼 있다. 그러나 도매가 인상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가격 인상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업체들과 국산 업체들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한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사실상 쉽지 않다. 앞으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도 부터 적용되는 최저시급 인상가는 2017년도에 적용되고 있는 6470원에 비해 1060원 인상된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월 단위로 환산(주40시간 기준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할 경우 약 157만원으로 작년보다 22만원 가량 인상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 7월 정부 발표 직후 제조·도매사들의 경우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안경원의 경우에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가격파괴 안경원들이 등장하며 소비자 판매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도매가 마저 오른다면 안경원 매장운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안경원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해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인데 도매 쪽만 가격을 올린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그렇다고 싸게 팔지 못해 안달이 난 안경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소매가를 올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아직 거래처에서 자세한 인상안 얘기가 없지만 나온다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안경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도매가 인상과 관련한 내용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I'커뮤니티 이용자 '도*'는 '내년부터 최저시급 올라서 전 업체 팩렌즈 도매가 2천원 오른다니 현금 있으신 분들은 지금 사재기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남겼으며, 'E'커뮤니티 이용자 '미***'는 'H사 도매가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C, D, Z, E, I, B 다 올린다네'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한편 도매가 인상 논란으로 안경원의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안경원들도 내년부터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매장들의 경우 걱정이 덜 한편이지만 직원 1~2명을 고용하는 중소 안경원의 경우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인원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또는 소비자 판매가격을 올려야 유지가 가능한데 인원 감축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감소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커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가격파괴 안경원들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소매가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D원장은 "벌써부터 최저시급 인상, 도매가 인상 등 악재들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아직 해가 바뀌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내년 걱정을 미리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 안경원 상황을 말해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온라인 때문에 공테 손님이 늘어나고 수리나 피팅 요구가 늘어나는 마당에 근처 대형매장에선 연일 오픈특가, 반값세일 등을 걸어 놓는다. 점점 중소 안경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