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는 전문가다!
2017-11-17 노민희
"이런 주의 사항들을 그냥 한번쯤 콘택트렌즈 살 때 알려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어요…."
콘택트렌즈 사용자의 심리 연구를 위한 소비자 인터뷰 중 한 여대생이 던진 이 멘트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필자의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원데이 렌즈를 재사용하면 안된다, 수돗물이 손에 묻은 상태로 렌즈를 만지면 안된다 등 그녀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렌즈 사용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렌즈 케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매우 낮았다. 안전한 렌즈 사용을 위해 가장 중요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렌즈 케어 교육과 이행, 과연 어떤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는 것일까.
뉴질랜드 등 많은 서양 국가에서는 콘택트렌즈 구매를 위해 최소 연 1회, 전문가에게 시력검진과 안구 상태를 확인 받은 후 확인서(처방전)를 발급 받는 법적 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기인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고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확인해준 전문가에게 소임을 다할 책임을 부여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인지했으면 하는 사항은 콘택트렌즈가 전문가에 의해 취급되는 '의료기기'라는 점이다. 의료기기는 잠재성 위해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는데, 콘택트렌즈는 비교적 낮은 2등급에 해당한다. 투명렌즈와 미용렌즈 모두 동일하다. 동일 등급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종류에는 X선 촬영기, 주사기 등이 있다. 하지만 연속착용(수면 시 착용) 렌즈는 2015년 미국에서 착용 권장기간을 넘겨 사용한 후 감염으로 인한 실명 사례가 보고된 후 이를 바탕으로 3등급으로 상향돼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무리 철저히 최소한의 법적 시스템을 갖추고 안전한 렌즈 사용을 위해 전문가들이 노력을 해도 우리 인체에 직접 사용이 되는 의료기기인 만큼 콘택트렌즈 사용으로 인한 작고 큰 부작용은 전세계 어디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치 하루 세번 철저히 양치를 해도 충치가 발생하듯 세균과의 싸움에는 항상 경계태세를 낮추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콘택트렌즈 사용의 안전성은 어떨까?
콘택트렌즈 사용으로 인한 각막염의 원인은 녹농균이 가장 흔한데 샴푸 통에도 살고 있다는 녹농균은 축축한 환경을 너무 좋아한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명 중 1명 정도 비율로 보고 되는데(Stapleton F, 2012) 이는 신생아에게 구순열(입천장 기형)이 확인되는 정도와 유사한 발병률이다. 물론 각막염이 발생했다고 해도 모두 시력에 손상을 주거나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안전하게 콘택트렌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로서 고민해 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콘택트렌즈 관련 감염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들을 공부해본 결과, 콘택트렌즈 사용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공통적으로 확인 된 3가지 사항을 고려하면 좋겠다.
첫 번째, 수면 전에는 반드시 콘택트렌즈를 제거할 것. 높은 산소투과의 장점이 부각되어 국내에서도 실리콘 하이드로젤 재질이 많이 보급되었다. 또한 많은 실리콘 하이드로젤 렌즈들은 연속 착용이 가능한 것으로도 홍보된다. 하지만 실제 콘택트렌즈 관련 각막염의 발병률은 연속 착용군에서 10배까지 높아진다. 그 이유로 각막 산소 전달이 줄어들고, 눈물 순환이 부족해지며, 연속 착용을 착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뉴질랜드에서 연속 착용을 시작하게 하려면 슬릿 램프로 면밀히 전안부 등을 검사하고 연속 착용을 한 24시간 후 재검, 1주일 후 재검 등 지속적으로 검진을 했다. 고객의 안구 상태가 연속 착용이란 패턴에 적응이 되고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속 착용은 편리한 만큼 기회비용(위험성)이 높은 옵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능한 보관이나 관리가 필요 없는 원데이 타입으로 선택할 것. 가끔 지인들이 왜 더 비싸게 원데이를 선택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콘택트렌즈 관련 감염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녹농균은 렌즈 케이스에서 발견되었다는 연구 사실을 안다면 아마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하루 기준 1000원~2000원 정도의 비용차가 아주 나쁜 기회비용(안정성)은 아님을 느낄 것 같다.
세 번째, 손 세척을 정확히 할 것. 안전한 콘택트렌즈를 위해 미국의 질병통제 예방센터에서도 중요하게 안내하는 사항이 바로 '손 세척'이다.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손에 물기를 남겨두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생각보다 두 가지 모두를 잘 알고 있는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적다.
한국의 경우에도 2012년 의료기사법 변경을 통해 콘택트렌즈 사용방법과 부작용에 대해 소비자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의료기기인 콘택트렌즈를 취급하는 안경사를 분야 전문가로 인정하는 밑그림을 확실히 잡은 중요한 작업 같다. 콘택트렌즈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만큼, 전문가의 마인드를 높여 무분별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그로 인해 국민의 건강에 위해 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은 마땅한 것 아닌가.
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