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급 소확행을 선물하자

2018-02-14     노민희
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누구나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세련된 사람이고 싶지 않을까. 익숙해 질 듯 하면 금새 근사하고 멋진 아이디어들로 변화하는 세상 속도에 발맞추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연초인 만큼 2018년도에는 어떤 생각들이 화두가 될지 공부해 봤다. 흥미로운 많은 생각 중 마음에 와 닿는 경제 용어 하나가 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고가이거나 거대한 규모의 즐거움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 얼마나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인지. 작년에 유행했던 욜로(YOLO)와 같은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즐기며 살자는 소비 태도에 비하면 소확행은 매우 철이든 모습이다. 우리 안경사들의 삶에 있어 '소확행'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의 경우 가장 확실히 행복감을 남겼던 두 가지 추억이 떠올랐다. 비대칭으로 안경 시력이 늘 2% 부족했던 아버지의 안경을 드디어 만족스럽게 맞춰 드렸던 기억과 초기 다초점 안경 부적응 트라우마로 늘 3~4개의 안경을 가지고 다니며 생활했던 피터 아저씨에게 인생 첫 멀티포컬 렌즈를 선물해 줬던 기억이 났다. 막상 고민해 보니 전문가로써 더 큰 행복으로 다가 왔던 기억은 물질적이거나 금전적이 아닌 누군가를 나의 전문성으로 도와 줄 수 있었을 때 같다.

두 추억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관심'이다. 필자의 기억력이 허락하는 동안 아버지께서는 늘 안경에 대해 불만을 호소하셨다. 시력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한쪽 귀와 코는 늘 짓눌려 통증이 있는데 안경을 교체해도 신통하게 해결되지 못하니 동네 3~4 곳 안경원을 돌아다니며 맞추신 안경들이 지금도 장식장 한 층에 가득 있다. 필자가 검안사가 돼 떨리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첫 검안을 하고 파악한 해결책은 바로 양안 초점(높이) 위치 차이 확인과 안경 다리 높이 조절이었다. 안타깝게도 양쪽 눈과 귀가 모두 높낮이에 차이가 있어 시력은 수차 때문에 통증은 안경 다리의 위치 때문에 발생했던 것이다. 다행히 아버지는 유난히 까다로운 분이라는 아니라는 명예 회복이 됐지만 조그만 더 관심과 전문성으로 어프로치 해줬더라면 훨씬 전에 해결될 수도 있었을 텐데 무척 아쉬웠다.

피터 아저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직업이 건축 설계사였던 분으로 기억하는데 책상을 꽉 채울 만큼 큰 설계도면을 가지고 검안실을 방문하셔서 인상이 깊다. 첫 날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적응하지 못한 다초점 안경, 운전할 때 쓰는 안경, 전체 설계도 확인용 안경, 정밀 설계도 그릴 때 쓰는 돋보기 그리고 평상시 사무실에서 쓰는 바이포컬 안경까지 여러 개의 안경을 설계도면과 함께 데스크에 올려놓으시고는 'My life is so miserable'(내 삶은 비참하다)고 하셨다. 당시만해도 글로만 노안의 삶을 배웠던 필자는 명확히 이해는 안됐지만 저 많은 안경을 지참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감 충만했던 젊은 검안사의 결정은 멀티포컬 콘택트렌즈였고 55세에 인생 첫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했는 피터 아저씨는 이후 더 비참한 일주일을 성공적으로 버텨내 주신 덕에 필자의 인생 첫 멀티포컬 콘택트렌즈 케이스로 남아줬다. 그 분의 강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한 케이스였지만 이후 피터 아저씨는 동료와 와이프에게도 멀티포컬을 추천하실 만큼 렌즈와 함께 새롭게 시작된 행복한 라이프 전도사로서 열심히 활동하셨다.

간혹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고민하기 전 필자의 아버지나 피터 아저씨는 그저 유난스런 진상손님 들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를 정확히 확인한 후 전문가로서 추천하는 진짜 해결책에 비단 가격만이 가장 우선적인 선택 사유일리 만무하다.

간혹 프리미엄 가격대의 제품을 제안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안경사의 고민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때 초보 시절 필자에게 힘을 줬던 선배의 조언이 기억에 남아 공유해본다. "가격으로 옵션을 생각하지 말고, 늘 최고의 해결책을 제안해라." 프리미엄 급 옵션에는 그만한 가치와 혜택도 함께하기 마련이다. 행복한 고객이 있어야 우리 안경사도 행복하다. 매일 소중한 사람의 미소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고객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지켜주려는 세련된 안경사의 노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