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미, 신바람 나는 기업문화 앞장...직원존중.동기부여

2018-09-17     노민희
각자 원하는 버킷리스트 제출
가능 범위내서 순차적 실현중

생일주인공에 반차휴일 제공
월1회 전직원 최신영화 관람
냉장고 등 비치 휴게실 조성
안마의자.TV 놓고 자율이용


스타트업 등 젊은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평적 조직,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정착하는 가운데 안경업계에도 신바람 나는 조직문화를 내세운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뷰티 콘택트렌즈 전문 프랜차이즈 렌즈미(대표 송민섭). 2013년에 창립한 렌즈미는 타 경쟁기업보다는 느린 속도지만 탄탄하게 지반을 다지고 밑돌을 닦아가며 6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본사 사옥을 경기도 구리시로 확장 이전했으며 임직원수도 창립때보다 10배 가까이 충원했다. 그동안 스타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매니아들을 늘려나가다가 가맹점의 매출 활성화와 렌즈미 브랜드 변화를 위해 올해 가수 솔빈, 도끼를 뮤즈로 영입했다. 이밖에도 신중한 가맹점 오픈, 본사와 가맹점간의 신뢰 구축 등 업계에서도 정직한 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렌즈미의 탄탄한 기업 운영의 원동력은 어디 있을까. 송민섭 대표의 열정적인 기업운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철학이 큰 요소겠지만 직원들을 존중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트렌디한 기업문화 역시 한 몫 한다. 정시 퇴근, 야근 없는 회사 분위기 조성은 물론 직원들 스스로가 동기를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선 직장생활에 있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했다. 직원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어냈는데 대부분 금요일 칼퇴, 생일 주인공은 의무 반차, 업무에 관련된 도서 비치, 교육·전시회 방문 지원, 자기계발 지원 등이 나왔다. 이밖에도 프린터 및 파쇄기 위치 이동, 팀원들과 티타임 지원, 사원증 제작 등 소소한 버킷리스트부터 패밀리데이 지정, 모자뜨기 봉사 지원 등 훈훈한 버킷리스트도 눈에 띈다. 특히 상·하반기 결산 회식 버킷리스트도 적지 않았는데 이것만 봐도 렌즈미 체인본사의 유쾌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보통 직장인들이 제일 피하고 싶은 업무가 회식 아니던가.


직원들의 버킷리스트를 접수 받은 대표와 경영진은 이를 즉각 수렴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거나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 다른 부분은 더 좋은 방안으로 대체시켰다. 예를 들어 매월 하루를 정해 그달 생일 주인공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피자, 치킨 등을 시켜 다같이 다과행사를 가지며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으나 직원들 요청에 의해 선물로 반차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됐다. 오후 시간에 여유롭게 자신의 생일을 충분히 즐기라는 배려다.

주목할 행사는 월 1회 문화의 날이다.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을 문화의 날로 지정하고 오전 근무시간에 사옥 근처 극장에서 최신 영화를 함께 관람한 뒤 다같이 맛있는 점심을 즐긴다.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냈기 때문에 오후 근무시간이 오히려 활력있게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 업무에 대한 피로감으로 영화를 멀리했던 직장인들에게 문화의 날은 마치 오아시스와 같다.

사실 월 1회라고 하지만 전 직원이 오전 업무를 빼고 다같이 영화를 본다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쉬운 것은 아니다. 오전에 업무를 보지 못한 공백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직원들의 영화비, 식비 등의 추가적인 지출이 생긴다. 한달에 한 번씩 꾸준히 진행하면 1년으로 따졌을때 수백만원의 비용을 써야 한다. 그럼에도 렌즈미 본사 측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가 돼야 300개 가까이 되는 가맹점을 잘 돌볼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수백만원의 비용이 결코 마이너스 지출은 아니라는 뜻이다.


렌즈미 본사 마케팅팀 이철주 사원은 "처음에는 오전에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해서 걱정됐었다. 어제 못한 업무를 다음날 오전 중에 처리해야 되는데 영화를 보게 되면 그만큼 업무처리가 늦어져서 야근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사실 하루종일 업무에만 매달리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나. 핸드폰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면서 집중을 못하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오전에 영화를 보고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리프레시 한 다음 회사에 오게 되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휴게실을 마련했다. 전자렌지와 냉장고를 비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 휴게실 한 켠에는 안마의자를 설치해 근무 중 몸이 굳거나 뻐근할 때 잠깐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표나 임원실에서만 볼 수 있는 텔레비전도 들였다. 점심식사 시간에 자유롭게 시청할 수도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는 날에도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또 직원들의 다양한 커피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캡슐커피를 다량으로 구매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문화는 직원을 변화시키고 업무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발전시킨다. 이는 결국 기업의 성장과도 연결된다.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일을 하기 보다는 회사가 나를 위해 이만큼 복지를 신경써주는데 나도 그만큼 열심히 해야 겠다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해주는 것이다. 옆에서 채찍질을 하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단거리 경주 밖에 될 수 없다. 신바람 나는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안경업계에도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