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안경테 as요청 적지않아 가격.브랜드 떠나 소중함 인식 소비자 의식전환 신뢰도 높여 안경원에서만 구입 각인시켜야
이웃나라 일본의 한 통신회사에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의 메모리를 복구시켜주는 이벤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었다. 이 이벤트는 작동하지 않거나 충전이 불가능한 말 그대로 소비자들이 손을 쓸 수 없는 휴대전화를 가져오면 배터리 테스터기로 체크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일정부분 복구시켜 주는 것이다.
작동도 잘 안되는 옛날 휴대전화를 복구해서 뭐에 쓰려나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고장난 휴대전화를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쓰지 않았던 휴대전화에서 자녀의 어렸을 적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인화하기도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긴 녹음내용을 다시 듣기도 했다. 결혼 전 연애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의 모습을 찾기도 했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한 안경사는 최근 뜻깊은 경험을 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자신이 첫 출근하는 날 고가의 안경테를 선물로 사줬는데 잘못 올려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혹시 고쳐줄 수 있는지 문의가 왔다. 물론 자주 쓰는 안경도 있고 스페어도 있지만 추억이 담겨 있고 소중한 물건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관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너무 오래 전 모델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안경의 형태로 수리하는데 성공했고 안경을 받은 소비자는 너무 감사해 했다고. 앞서 언급한 일본의 휴대전화 사례와 종목은 다르지만 추억을 지켜줬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소비자들에게 있어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의료용구보다는 공산품에 더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안경원이 아닌 곳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고 심지어 길거리 가판대, 다이x 등에서도 5000원, 1만원의 저가에도 판매가 되고 있다. 아무리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소재가 불분명한 저가의 제품이 너무 쉽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과연 소비자들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경원에서도 1만~3만원의 저가 안경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행이 지나갔거나 제조된지 오래된 상품을 세일을 통해 처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은연 중에 안경을 교체하는 소비자들에게 테는 저렴한 것, 렌즈는 좋은 것으로 권유할 수도 있다. 매출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고객과의 상담에서 조금 더 고급스러운 스킬을 발휘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돈 1만원짜리 안경테를 판매할 때 "싼 제품이니 막 쓰는 안경으로 구매하세요"와 "혹시 사용하다가 부러지거나 손상이 되면 가지고 오세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손 봐드릴게요"라고 말한다면 소비자는 어떤 쪽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냐는 얘기다. 사실 1만원짜리 안경테가 부러졌다가 무상으로 as를 요구한다면 안경사 입장에서 기술비, 공임비를 따졌을때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안경테가 막 쓰고 버리는 공산품이 아니라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의료용구라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 중인 가우디안경의 '행복한 안경사'를 보면 게시글 중 부러진 안경테를 수리했다는 경험담이 꽤 자주 올라온다. 명품브랜드 혹은 수제제품처럼 고가의 안경테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애착이 가서,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한 안경사를 운영하는 안경사는 "힘이 약한 부위를 수리하게 되면 뒤틀리거나 다시 부러질 위험이 있어 as 요청이 와도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2~4년 사용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대부분 포기한다. 그러나 애착이 있는 안경은 as를 조르는데 외면할 수 없어서 팔을 걷어 부쳤다"고 코멘트를 달았다.
추억이 담긴 안경테를 깔끔하게 as해주는 것도 멋진 경우지만 그냥 버릴 수도 있는 저렴한 안경테에 멋진 추억을 새겨주는 것도 안경사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안경원에서 안경테, 선글라스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