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브로커 활개에 노안고객 다 뺏길라

2019-02-22     김선민
부산지역서 보험설계사들 고객리스트 넘기고 뒷돈 챙겨
가벼운 노안도 백내장으로 허위진단… 고가수술 종용도
안경업계, 고객신뢰 쌓고 노안시장 주도권 확보 필요절실


디지털기기 대중화 등으로 인해 노안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이로 인한 노안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안경업계 역시 노안고객 유치를 위한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노안인구 증가는 안경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화두다. 최근 안과에서 노안렌즈 삽입술을 안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는 이유도 커지는 노안시장 때문이다.

그러나 안과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지며 환자유치를 위한 검은 뒷거래가 횡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지역 일간지에 따르면 부산 모 지역에서 보험설계사들이 고객리스트를 들고 안과를 들락거리며 백내장 환자를 소개해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설계사들은 환자와 안과를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 환자 한 명 당 사례비 대가로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량을 전달 받고 환자를 알선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안수술의 경우 보험혜택이 없기 때문에 안과에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백내장으로 허위 진단을 내리는 행위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백내장 수술(인공 수정체 삽입술)의 경우 한 쪽 눈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술이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은 실손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보험에 먼저 가입시킨 뒤에 백내장 수술을 권하는 형태다.

이러한 사례는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MBC 'PD수첩'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부추기는 일부 안과들의 행태를 알리며, 실손 보험을 악용해 백내장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까지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과는 안경원과 달리 국가로부터 진료비를 보조받고,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한 수술분야가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은 행위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백내장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안과를 찾는 것이 맞지만, 일반 노안증상의 경우에는 안경원에서 얼마든지 처방과 시력교정이 가능하다. 노안 고객들이 안경원을 찾는 발길이 잦아질수록 객단가가 높은 누진렌즈나 멀티포컬렌즈 판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경원 매출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안경업계가 내부 가격경쟁에만 매몰돼 안과들의 환자 유치 공세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노안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이미 라식, 라섹 수술로 인해 많은 고객들을 놓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노안고객까지 안과에 내준다면 안경업계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안과들의 적극 공세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노안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컨텐츠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안경원 마다 할인 현수막을 걸어놓는 것이 트렌드가 돼버린 상황에서 노안증상이 있는 고객들이 안과보다 안경원을 더 신뢰할지 의문이다.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너무 강요해 안경원에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온 고객들이 더러 있다. 실제 검사를 해보면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이었다. 백내장 수술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안과들도 적극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과도 라식이나 라섹은 이미 수요가 끝났다고 판단해 노안렌즈 삽입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반면 안경업계는 노안시장에 대한 준비나 홍보가 너무 부족한 느낌이다. 노안 고객마저 안과에 뺏기면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경업계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노안시장은 안경업계 미래를 좌우할 큰 시장이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업계 관계자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