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지역맘카페서 안경원 홍보, 득될까 독될까

2020-04-07     노민희
안경사 커뮤니티서도 화제… "맘카페서 먼저 연락오기도"
화력 강한만큼 단시간 홍보효과 톡톡… 실제로 손님 늘어
비용 지불안한 인근 안경원 비방 우려 등 위험 요소 다분해


# 남편 안경을 맞춰야 돼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oo맘카페에 검색해 보니까 ooo 안경원 추천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방문했는데 친절하신데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5% 적립까지… 역시 맘카페에서 추천한 곳 답더라고요. 단골 예약해야겠네요.

# 아기낳고 렌즈는 불편해서 안끼다가 도저히 안경없이 생활하기 불편할 것 같아 안경을 맞추기 위해 oo맘카페를 검색했어요.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추천된 곳을 방문했는데 만족스럽네요. 역시 블로그 후기보다 맘카페 추천이 제일 믿을만한 것 같아요.




해당 게시글은 경기도 지역의 두 곳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맘카페는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들이 주축이 돼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각 지역마다 대표 카페가 형성돼 있으며 대규모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육아와 관련된 정보부터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그 어떤 카페보다 화력이 강하다.

이런 강점을 활용해 맘카페를 활용한 안경원 홍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알음알음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안경사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맘카페와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을 올린 안경사는 '생긴지 얼마 안된 안경원이 동네에서 왜 이렇게 유명한지 의문이었는데 알고보니 지역 맘카페에 돈을 주고 홍보를 하고 있더라. 맘카페 운영진들이 돈 주면 적극적으로 홍보해준다고 하는데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게시글을 읽은 다른 안경사들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으며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홍보하는 안경원이 적지 않음을 알렸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맘카페와 안경원을 연관 지어 검색한 결과 'ooo안경원이 oo 맘카페 회원분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oo맘카페와 oo 안경원이 함께하는 이벤트' 등의 'oo맘카페 회원님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 증정합니다' 등의 홍보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안경원이 독자적으로 하는 홍보가 늘면서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안경사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안경과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아이웨어 브랜드에 대한 히스토리를 설명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안경과 관련이 없는 여행지나 맛집 등을 추천하면서 소비자와의 친밀감을 쌓기도 한다. 이런 안경원을 찾은 소비자들의 만족감 역시 높다. 소비자들의 방문후기를 보면 친절한 상담과 꼼꼼한 검안에 만족감을 표하면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맘카페 역시 소비자들이 실제로 방문한 뒤 안경사의 검사와 상담이 만족스러워서 스스로 추천하는 글을 올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입소문만큼 빠르고 정확하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마케팅은 드물다. 그런데 비용을 지불하고 의도적인 입소문을 내는 것이라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홍보만 믿고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안경사의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으며 홍보할 여력이 안되거나 혹은 정직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인근 안경원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a와 b 안경원이 있다고 가정할 때 맘카페에 홍보비용을 지불한 a 안경원을 띄우기 위해 b 안경원에 대한 근거없는 루머를 흘릴 수도 있다. 화력이 센 만큼 홍보효과도 뛰어나지만 그 이면으로 죄없는 안경원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최근 몇년간 맘카페 갑질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점만 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충분한 홍보효과를 본 뒤 비용을 더이상 지불하지 않았을 때 보복이 올 수도 있다.

물론 경기불황에 따른 안경원 매출 감소로 우리 안경원을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홍보가 잘 되지 않아 매출이 떨어지는 안경원에는 꼭 필요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맘카페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위험 요소가 다분히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더라도 업계를 병들게 하지 않는 건강한 홍보가 필요한 때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