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

눈으로 볼 수 없는 조각상이 2천만원에 낙찰됐다.

2021-07-29     장은지 기자
Salvatore Garau 유튜브 캡처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의 2021년 버전은 바로 예술계에서 일어났다.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살바토레 가라우'는 육체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조각상을 전시했다. 바로 <명상 중인 부처(Buddha in Contemplazione)>이란 이름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알 수 있듯, 이 조각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이 아니다. 조각상을 제작한 예술가는 해당 작품이 "공기와 영혼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2천만원을 주고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진품이라는 걸 보증하는 인증서가 제공 됐다. 실제로 가라우는 구매자에게 해당 작품을 가로, 세로 1.5m의 공간에 설치해야 하며 주변에 방해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당부(?)도 전했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싶지만, 가라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활성해달라는 취지의 작품"이라며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예술의 영역에서만 용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아 놀라움을 안긴다. <WCJB>에 따르면, 플로리다 게이즈빌 출신의 행위 예술가 톰 밀러가 해당 작품에 대해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2016년 '눈으로 볼 수 없는 조각상'을 먼저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작품명은 <나띵(Nothing)>이다. 그는 "가라우에게 크레딧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아직 고소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소송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있지도 않은 작품이 2천만원에 팔리는가 하면 아이디어가 소송까지 휘말릴 수 있는 이 웃지못할 상황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과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일상을 점철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블랙 코미디'처럼 다가온다. 예능으로 받아들일지, 다큐로 받아드릴지는 자유지만, 육체의 눈을 넘어 마음 속 눈의 화각을 넓혀야 할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