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질주', 양궁선수들은 어떤 훈련을 할까?

양궁 선수들은 타고난 시력이 좋은 걸까?

2021-08-03     장은지 기자
안산 인스타그램

 

◇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의 나라"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개최 예정이던 2020 도쿄올림픽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여졌다. 그러나 한 해 미뤄진 올림픽의 난관 속에서도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금빛 질주는 여전했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지난 7월 28일 <워싱턴포스트>는 “1988년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로 금메달은 모두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그리고 또 한국으로 돌아갔다”며, "한국은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의 양궁이 또 한번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내려가며, 37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온 대한양궁협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선수단에게 시력테스트기, 심장박동수 측정기, 연습용 레이저 활 등을 제공하며 물신양면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지원 목록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시력테스트기'다.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을 꽂아야 하는 양궁은 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양궁 선수들은 모두 시력이 좋을걸까? 

◇ 양궁 선수들의 시력은 성적과 연관이 있을까?

한 관계자에 따르면, 높은 시력이 양궁 선수의 성적과 크게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리우올림픽'과 '도쿄올림픽'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 선수는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력이 좋다고 해도 70m 떨어진 사대에서 정확하게 과녁의 중앙을 포착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과녁 정중앙의 10점짜리 원은 지름 12mm에 불과하다. 시력과 관계없이 육안으로 감별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시력의 한계는 '안경'으로 보완하면 된다. 물론 전체적인 시력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양궁 선수들은 그보다 '표적 시력'을 높이기 위한 특수한 훈련을 거친다. 첫째는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으로, 송곳이 눈 위로 떨어져도 눈을 깜빡이지 않을 만큼 훈련한다. 두번째는 작고 희미한 것이 크게 보일 때까지 물체를 응시하는 것이다. 훈련을 반복하다보면 처음에는 보일 듯 말 듯 하던 작은 물체가 수레바퀴처럼 크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고 한다. 이밖에도 시각적, 청각적으로 방해 요인이 많은 양궁 경기장 특성상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을 위한 적응 훈련이 계속된다.

◇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만들어 낸 쾌거

이번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에서는 최초로 '심박수 중계'가 도입돼 이목을 끌었다. 시청자들이 양궁 선수들의 긴장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경기를 더욱 박진감있게 즐기기 위함이다. 도쿄올림픽 남자 개인전 64강에서 헝가리의 머처시 러슬로 벌로그흐를 상대하던 김우진 선수의 심박수는 마지막 발을 쏠 때 73bpm까지 떨어졌다. 상대 선수가 162bpm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김우진 선수의 심박수는 첫 발을 쏠 때가 86bpm, 경기 중반 가장 높은 수치는 95bpm에 불과했다.

안경을 쓰고 경기에 임한 김우진 선수는 극심한 긴장의 순간에도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보여줬다. 오늘날 자랑스런 '금빛 쾌거'는 타고난 시력이 아닌 피나는 노력과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성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