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매' 만진 손으로 눈 비비면 위험?

길에 떨어진 은행, 그냥 주워도 괜찮을까?

2021-08-30     장은지 기자
픽사베이

가을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계절. 가을이면 거리에 흐드러지는 은행잎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은행나무가 주는 즐거움은 보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거리에 짓이겨진 은행잎과 은행 열매의 쿰쿰한 냄새만큼은 여간 달갑지 않지만 구운 열매는 별미가 따로 없다. 불에 구우면 포슬포슬한 식감과 고소하고 씁쓸한 풍미를 내는 은행 열매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간식거리, 훌륭한 안줏거리다.

작지만 옹골찬 은행 열매의 맛 때문에 거리에 떨어진 은행열매를 주워가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 땅에 떨어진 은행을 맨손으로 만진 뒤 눈을 비비면 안된다는 국내 눈문이 발표돼 이목을 모은다. 성빈센트병원 안과 조양경 교수팀은 "국내 81세 여성과 73세 여성이 은행 열매를 손으로 만진 뒤 눈을 비벼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81세 여성은 열매를 만진 손으로 눈 주위를 비볐더니 일주일간 심한 이물감과 안통을 느꼈으며, 의문의 분비물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73세 여성 역시 같은 행위를 통해 심각한 수준의 안구 통증과 전에 없던 점액성 분비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증상으로 유추했을 때, 의료진은 처음에는 '아데노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각결막염'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했을 때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 점, 독성 반응으로 나타나는 끈끈한 점액질 분비물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은행 열매 껍질에 있는 독성물질이 '독성 각결막염'을 유발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독성물질이 눈 주변의 피부와 결막에 흡수돼 염증 매개 물질 분비를 촉진하고, 강하고 빠른 국소 염증과 면역 반응이 이뤄진 것으로 추측한다"며, "은행 열매와 접촉으로 심각한 안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은행을 다룰 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길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장갑을 끼고 줍는 행위는 괜찮을까? 도구를 사용해 무단으로 은행을 줍는 것도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은행나무의 소유자인 지자체의 허락없이 나무에 달린 열매는 물론,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갈 시 절도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늦가을 거리의 애물단지로 여겨지는 은행, 한두개 줍는다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여길 수 있지만, 준법은 물론, 안전을 위해서라도 삼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