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갑자기 잘 보인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노안에서 갑자기 시력이 개선된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 안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흔히 눈 앞이 흐려지거나 시력이 떨어진다면 원인을 파악하려 안과에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갑자기 시력이 좋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면 특별히 걱정하거나 원인을 밝히려 애쓰지는 않을 테다. 그런데 갑자기 눈이 잘 보이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안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시력이 개선되고 시야가 밝아지는 '개안'이 오히려 치명적인 안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퇴행성 안질환 중 하나인 '백내장'은 한국 성인 중 약 14%에게 나타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백내장'은 심각할 경우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데 평소 노안을 앓던 사람에게 백내장이 발병하면 일시적으로 시력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이 백내장 환자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나타나면 시력이 향상돼?
그렇다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흔히 노안은 카메라 렌즈의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노화로 인해 탄력이 떨어지면서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함으로써 나타난다. 반대로 백내장에 걸리면 수정체가 경화돼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평소 노안을 앓던 사람에게 백내장이 걸리면 일시적으로 수정체가 탄력을 얻어 굴절력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노안으로 인한 '원시 상태'에 수정체의 굴절률이 짧아지는 백내장의 '근시 상태가' 결합해 일시적으로 시력이 개선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정도와 범위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동공 부위나 시신경이 위치한 후극부에 백내장이 발병하면 근거리 시력이 저하되는 반면, 어두운 곳에서는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이 높아지는 현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에 불과하다. 시력이 좋아졌다 착각해 방치한다면 백내장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후 인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평소 노안 증상이 있다가 갑자기 시력이 높아졌다 느낀다면 즉시 안과에 방문해 '백내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내장은 방치했을 때 실명을 피하기 어렵지만, 수술을 통해 충분히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백내장 초기 단계라면 약물 처방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