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1천조원… 업계, 감원등 버티기

안경사 "도매가 상승"‧수입사 "환율 올라 공장대금 부담" 나이스평가, 3분기 개인사업자대출시장 모니터링 보고서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 40% 이상… 금리인상 맞물려 최악

2022-11-28     김선민 기자

 

 

올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안경원은 물론 영세 소상공인이 밀집한 제조‧도매업계도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3일 나이스평가정보가 발간한 3분기 '개인사업자대출시장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총 잔액은 1,051조1,000억원으로 지난 연말 963조8,000억원 대비 약 100조원 가량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은 보통 기업대출인 개인사업자 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로 구성되는데, 개인사업자 대출만 보유한 차주는 76만명,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차주는 249만명이었다. 

업권별 대출 현황을 보면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은 총 620조6,000억원, 비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은 430조5,000억원으로 비은행권 대출이 40.9%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카드사, 캐피탈 등 고금리의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자영업자들의 최대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안경업계도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안경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년에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는 부정적 게시글들이 연일 업로드 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관련 게시글에서 "코로나 창궐 때보다 더 심하게 안되는 것 같다. 도소매 할 것 없이 매출이 폭락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도매가는 계속 오르고 결제 대부분이 카드라 세금도 엄청나다. 반대로 소비자가는 원가 판매 경쟁이 심해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며 "소형 2억~3억원, 중대형 5억원 이상 투자해 적자만 안나면 다행인 실정으로 사장이 월급만 가져가도 대박인 시대가 됐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금리는 더 오르고 도매가 상승, 내부 출혈 경쟁으로 이익은 감소할 것이다. 미리미리 빚 갚고 고정비용 줄여야 한다"고 적었다. 댓글도 이미 최악을 예견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으며,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안경업계는 시장 자체가 다른 산업에 비해 작은데다 영세한 업체들이 밀집돼 있어 금리나 환율 등 국내외 경제 여건에 따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환율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업체들 또는 글로벌 브랜드를 유통하는 국내 유통사의 경우 큰 영향을 받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치솟다 현재는 1300원대로 잠시 유보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달러를 제외한 원화 및 위안화, 엔화 등 약세 기조가 뚜렷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안경테를 수입하는 업체 관계자 A씨는 "올 상반기부터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올라 공장 대금을 지불하는데 부담이 커졌다. 중국의 경우 미국달러 결제가 대부분이라 환율이 지금처럼 급격히 올라버리면 어떻게 손써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1300원대로 좀 내려왔지만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고정비 지출이 커진만큼 직원을 줄이고 도매가를 조금 올리는 방법으로 버텨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의 최초부실발생률은 1분기 대비 0.11%p 상승한 0.56%로 나타났다. 최초부실발생률이란 신규로 장기연체(90일 이상 연체)에 진입한 대출에 대한 연체율을 대출액으로 가중평균한 수치다.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의 최초부실발생률은 전기 대비 0.01%p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비은행권의 최초부실발생률은 0.27%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금융권 여신업무 담당자들을 상대로 대출 시장 전망을 조사한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은 올 4분기 차주 신용 위험이 전분기 대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여신 담당자들의 응답을 바탕으로 신용위험지수를 산출했는데, 4분기 각 업권(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생명보험사)의 신용위험지수는 전 분기 대비 최고 7%p까지 올랐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 리스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까지 기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예정으로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