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렌즈 ‘예술’이 되다… ‘오늘을 빚다’ 이선미 작가전
안경렌즈로 만들어진 도자기가 보여주는 신기한 모습에 관람객 황홀
안경사들이 매일매일 만지는 안경렌즈. 어쩌면 너무 익숙해 무덤덤한 사물인 ‘안경렌즈’가 미술작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했다. 안경렌즈로 만들어진 작품도 작품이지만, 도수가 각각 다른 안경렌즈가 빛을 받아들여 다양한 굴절율로 그림자를 나타내는 모습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최근 안경렌즈를 작품 소재로한 의미 있는 미술 전시회가 개최됐다. 지난 3월 10일부터 22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버스카프에서 ‘이선미 작가-오늘을 빚다’ 작가전이 열린 것.
수년 전부터 안경렌즈를 깎아 전시 활동을 펼친 이선미 작가는 올해는 ‘국보급 도자기’를 테마로 한 작품전을 열었다. 안경렌즈를 하나하나 볼트와 너트로 이어 도자기를 표현했다. 작품 자체의 도자기 선도 아름답지만, 안경렌즈가 빛을 만나 입체적인 빛과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과 함께 이선미 작가는 안경렌즈의 의미를 ‘그 사람’으로 표현했다. 이 작가는 “평생을 나와 함께 하며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없는 나의 흔적이 바로 안경알인 안경렌즈”라며 “나만이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재가 안경렌즈라 작품 소재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안경렌즈에 난 흠집은 개인의 습관과 시간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람마다 다른 모습과 개성을 가지고 있듯 같은 안경렌즈는 거의 없다. 이렇듯 서로 다른 굴절을 가지고 있는 안경렌즈를 모아 사람 사이의 관계, 때로는 얽히고, 때로는 기대기도 하는 그러한 모습들을 생각한다. 또한 우리들이 만들고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시간의 가치를 표현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미니인터뷰 – 이선미 작가
“안경렌즈로 사람 이야기 하려고 작품을 시작했지요”
- 많은 작품 소재중 안경렌즈를 소재로 예술 활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다. 안경은 나에게서 시작해서 나에게서 끝난다. 나만의 안경렌즈 하나가 한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작했다.”
- 올해 작품들은 안경렌즈로 도자기를 형상화한 작품이 많다. 특별한 의미나 계기가 있는가?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문화는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면서 쌓아놓은 시간들을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 문화라 이야기를 한다. 이렇듯 한명 한명의 사람들이 쌓아놓은 시간들이 도자기의 형태로 발현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주제가 ‘오늘을 빚다’이다. 오늘 하루의 시간을 우리가 얼마나 잘 빚어냈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돌아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도자기를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됐다.”
- 안경렌즈로 만들어진 도자기 뿐만 아니라 빛이 도자기를 투사해 벽면이 화려해진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듯, 다 다른 굴절을 가지고 있는 안경렌즈를 모았다. 작업이 보여주는 형태나, 각기 다른 굴절률을 이용해 나타난 그림자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을 상징한다. 조형물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설치될 공간 또한 중요한 작품의 일부이다. 저의 작업은 안경렌즈와 빛을 이용해 영상, 즉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공정이 선사하는 가상공간이라는 점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관계성’을 잘 나타내어주고 있다.”
- 이번 ‘오늘을 빚다’ 작품전이 끝난 후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평면 작업과 설치작업을 구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도자기를 몇 개 더 만들어야 한다. 평면 작업에서 변형된 액자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 설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