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에 화학물질 검출? 부풀려진 보도 탓 때아닌 업계 비상

가디언스 ‘美 소프트C/L가 PFAS로 구성’ 제목의 연구결과 공개 연구원 “C/L, PFAS 그자체… 눈이 원하는 특성 갖고있어” 설명 국내 몇몇 언론 보도… 안경사,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제공 시급

2023-05-19     노민희 기자

최근 콘택트렌즈에서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온라인 기사가 퍼지면서 안경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4유명 콘택트렌즈 검사해 봤더니 암 유발 화학물질 검출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제일 처음 작성한 곳은 온라인 전용 매체로 그 뒤 몇몇 언론사에서도 기사를 재생산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상황이다.

기사에 따르면 13(현지시간) 미국 연구팀이 콘택트렌즈와 관련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를 공유한 뉴욕포스트를 인용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등 여러 대학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8쌍의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 아큐브, 알콘, 쿠퍼비전 등 유명 브랜드의 콘택트렌즈에서 PFAS(과불화화합물) 물질이 검출됐다. PFAS는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화학물질로 종류만 15000여종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자연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암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는 위험물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18쌍의 콘택트렌즈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PFAS100ppm을 초과했으며 이는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식수에 포함됐을 때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PFAS 최고 수준보다 5만배 높다고 설명했다.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인데다 각막에 직접 닿기 때문에 건강 문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수치에는 차이가 있을뿐이지 콘택트렌즈 중에 PFAS가 포함되지 않은 렌즈는 사실상 없다. PFAS 특성상 조리용품, 의류, 가구, 일회용 종이컵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이자 콘택트렌즈 테스트에 대한 과학 고문 역시 콘택트렌즈는 거의 순수한 PFAS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PFAS는 본질적으로 부드러운 플라스틱 소재이며 산소를 많이 원한다는 점, 박테리아가 미친듯이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 렌즈가 부드럽고 편안하기를 원한다는 점 등 눈이 원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회용 소프트 콘택트렌즈에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PFAS가 환경에 노출됐을 때 여러 유형으로 분해되므로 중합체가 위험한 형태의 화학물질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데 눈이 렌즈에서 PFAS를 어떻게 흡수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수행되지 않았다. 또 이 화학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연구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를 100%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쏟아지는 기사로 소비자들이 콘택트렌즈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가 공개됐을때 대다수 소비자들이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보다 단순 기사만을 믿고 콘택트렌즈 착용을 꺼려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기사에 올라온 다국적 기업 제품뿐만 아니라 콘택트렌즈 자체의 안전성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콘택트렌즈 착용 포기 사례가 될 우려가 높다. 5만배라는 수치도 마시는 물의 기준치와 비교했기 때문에 높은 숫자가 나왔지만 기사를 읽는 대부분은 비교 대상보다 5만배라는 숫자로 인해 더욱 공포심을 갖는다.

실제로 기사가 공개된지 몇 일 되지 않았지만 안경원을 찾은 고객들 중 심각하게 질문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늘 이번에 기사가 난 회사의 한 가지 브랜드만 고집하는 고객이 있는데 이번에 기사를 보고 그동안 해당 제품만 썼는데 괜찮은 거냐며 물어보더라. 오해를 풀고 싶지만 아무래도 사실관계나 관련 지식이 명확하지 않아서 잘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 한국알콘, 쿠퍼비전 코리아 측에도 입장표명을 제안했으며 한국알콘은 발빠르게 입장을 전달해왔다. 한국알콘 관계자에 따르면 기사에 나온 유기불소를 측정했다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 예로 데일리스 토탈원, 토탈30 콘택트렌즈 제형에는 유기 불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 알콘은 어떻게 해당 연구 결과가 도출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 보고서 사본을 요청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알콘의 모든 콘택트렌즈는 엄격한 내부 안전성 기준을 따르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FDA를 비롯해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당국에서 요구하는 규제사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상의 품질과 안전성 기준에 부합하는 콘택트렌즈 제조를 위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알콘의 모든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과 쿠퍼비전 코리아는 현재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확인 중이다.

국내에서 콘택트렌즈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근시렌즈를 비롯해 토릭, 멀티포컬 등 기능성 제품군도 괄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현 시점에서 콘택트렌즈에 오명을 씌울 수 있는 기사는 산업 전반은 물론 안경원 비즈니스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안경사는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전문가인 만큼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고 전달할 막중한 의무를 잊으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