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실증특례 대규모 소송, 업계 입장 강력 피력

안경사 131명 집단 행정소송 제기… 과기부장관 상대로 소장 제출 부작용 발생시 책임소재 불분명, 플랫폼 기업에 안경원 종속 우려도 안경사들 “C/L 플랫폼, 안경사와 윈윈? 결국 안경원 대상 수수료 장사”

2024-06-14     김선민 기자
이종호(맨 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3월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열린 ‘제34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계 플랫폼 안건이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이하 과기부)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로 지정되며 안경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준 가운데, 안경사 131명이 자발적으로 과기부 장관을 상대로 지난 4일 집단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안경사들이 주체가 된 집단 행정소송 사례로 안경업계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소송을 진행한 안경사들은 과거 콘택트렌즈가 온라인 판매 허용됐을 당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실증특례 지정 취소 사유로 꼽고 있다. 과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용 목적의 컬러 콘택트렌즈 판매업체들이 난립하며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컬러렌즈 사용으로 부작용이 크게 급증해 2011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됐는데, 보건복지부도 아닌 과기부가 나서 이를 다시 허용하겠다는 것은 국민들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하는 정부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처사라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 입장에서만 봐도 단골 안경원에 전화로 콘택트렌즈를 재주문해서 배송 받는 게 더 편리하지만 이것은 불법이 되고 제3자 영리업체 플랫폼을 통해 배송받으면 합법이 되는 것은 소비자 편의성이나 법리적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단순 소비자 편익을 빌미로 특정 온라인 플랫폼 업체 배불리기 모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실증 특례 지정은 국민의 눈 건강을 저해하고 의료기사법과 안경사 제도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등 비례 원칙에도 위배되며, 행정작용은 행정목적을 달성하는데 유효하고 필요한 최소 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행정 기본법 제10조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픽셀로는 이달부터 내눈N’ 베타 앱을 출시, 자신들이 선정한 30개 안경원과 시범 운영 중이며, 아직 불안정한 앱의 경우 안정화를 위한 부수적인 요소들을 재정비 중이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관련해 올해 3월 발표된 헌법재판소 판결은 소송단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3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발표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금지에 대한 위헌 신청 판결은 무려 8:1의 압도적인 숫자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안경사가 콘택트렌즈의 위험성을 고려해 소비자를 직접 대면해 콘택트렌즈의 사용 및 관리 방법을 충실히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변질·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며, 콘택트렌즈의 직접 전달을 통해 변질 및 오염 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을 향상증진시키기 위한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경사가 직접 대면하여 콘택트렌즈를 판매·전달하는 경우 콘택트렌즈의 사용 및 관리 방법을 보다 충실히 안내할 수 있다. 또 콘택트렌즈가 우편이나 택배 등 중간 매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으므로, 배송과정에서 적정한 보관상태가 유지되지 못해 부패되거나 봉함이 훼손돼 공기 중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지며, 콘택트렌즈가 안경사로부터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므로 콘택트렌즈 변질 및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의 소재가 명확해진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는 콘택트렌즈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 등 국민 안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봤을 때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금지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로 인한 이익보다 판매를 금지했을 때의 사회적 이익과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온라인으로 컬러 미용 콘택트렌즈를 불법 판매한 온라인 업체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업체는 국내에서 중국인 명의를 이용해 해외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 87억원의 부당을 이득을 취한 혐의다. 해당업체 고객들은 눈이 시리고 아프다는 등 다수의 항의나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영리에 눈이 어두워 불법행위를 3년간 자행해왔다. 이는 무분별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가 결국 소비자 편의성을 빌미로 한 영리업체의 단순 이익 창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이외에도 현재 플랫폼 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점 형태의 사업 구조가 문제가 돼 국회에서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개정이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등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 행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증특례이기는 하지만 콘택트렌즈라는 의료기기에 속하는 품목을 플랫폼 기업에게 내준다면 전국의 1만개 가까운 안경원들은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해 관련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콘택트렌즈 제품에 대한 큰 부정적 이슈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전국 안경원에서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수 있도록 착용 및 관리 방법이나 주의사항들을 고지하고 소비자 불편 요소를 적극 관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 실증특례 온라인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메인화면

아울러 해당 플랫폼 업체는 안경업계 경험이 전무한 업체로서 단순히 안경원으로부터 수수료를 취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기부 말대로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목적이라면 안경원에서 자체적으로 재구매 고객에게 수수료 없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편이 소비자 편익에 훨씬 효과적이다. 굳이 특정 업체를 지정해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주는 것은 해당 업체에 대한 특혜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도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실증특례가 큰 편의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가 허용될 경우 안경사들은 소비자의 눈 상태를 관찰하기가 더욱 어려울뿐만 아니라 콘택트렌즈 판매시 의무사항인 콘택트렌즈의 사용방법과 유통기한 및 부작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국민들의 눈 건강 위험 증가는 불보듯 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구 당 안경원 밀집도도 높아 온라인 판매로 인한 소비자 편의성 증대도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소송단은 기존 원고 참가자 외에 전국 안경원으로부터 탄원서를 수집하는 등 업계 전체가 참여하는 소송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실증특례 관련 안경원 및 소비자, 안경원 피해사례 수집 등을 통해 앞으로도 민, 형사상 고발로 강력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픽셀로는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해 세워진 스타트업 기업이며, 콘택트렌즈에 대한 유통 판매 경험이 전무하고 안경사와 무관한 영리 업체로 삼성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