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후 안경 맞춤, 안과보다 안경원 훨씬 만족” 소비자도 인정
의사협회 ‘안경사가 시력굴절검사 하는 것, 무면허 의료행위’ 주장 뒤늦게 소비자 커뮤니티서 떠돌며 논쟁… 안경원 우호입장 대부분
“의사들은 자기들 원래 업무인 수술이나 잘하지. 대리 수술 시키면서 별 것을 다 넘본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놓고 대한의사협회가 ‘안경사에 시력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면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안경 조제 및 판매, 콘택트렌즈 판매 등을 안경사 업무 범위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실제 안경원에서 안경사들이 시력검사, 상담 등을 통해 고객에 맞는 안경, 콘택트렌즈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일정 방식의 시력 굴절검사를 안경사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어 업무범위에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었다.
개정안에는 ‘안경사를 시력에 관한 굴절검사의 시행, 안경의 조제·판매 및 관리와 콘택트렌즈의 판매 및 관리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시력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업무’는 의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무면허의료 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내용은 시간이 꽤 지난 사안이지만 최근에서야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다.
‘안경원 처방이랑 안과 처방 비교해본 적 있는 사람. 안경원에서 처방하는 안경이 훨씬 편하다’, ‘안과에서도 자신들이 처방한 안경은 어지러울 수 있으니 안경원가서 제대로 검사 받고 안경 구매하라고 하는데 의사협회는 쓸데없는 소리 한다’, ‘나중에는 집에서 연고 바르는 것도 문제라고 하겠다’, ‘의료수가 받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 등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안경원, 안과에서 시력 처방을 받아본 적 있는 소비자라면 안경사의 처방이 훨씬 더 세밀하고 선명한 시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사실 안과는 수술이나 약물 등의 처치가 주업무다보니 안경과 관련된 고객은 뒤로 살짝 밀릴 수밖에 없다. 간혹 고객들 중 안과 처방을 갖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무조건 재검사한다. 안과 처방이 정확하지 않다기보다는 어쨌든 안경원에서도 검안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시력의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업무는 의료인 고유의 업무. 비의료인인 안경사에게 마치 안과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안과에서 안경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검안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아는데 안과에서 근무하면 시력검사를 해도 되고 안경원에서 근무하면 불법이라는 해석은 말이 안된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안과에서 검안사라는 역할도 안과의사가 수행했을때 의사협회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의사협회는 “시력검사만으로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것은 국민, 특히 청소년 눈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현했는데 이 역시 올바르지 않다. 대부분의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 기업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들을 수 차례 이수하고 있으며 전문화된 지식과 다양한 임상사례들을 통해 고객들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사 콘택트렌즈 제품을 깊이있게 연구했다고 봐도 무방한 담당 직원들이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으니 시력검사만으로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한 의사협회 발언에는 대한안경사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명분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다시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세밀한 검사와 상담이 항상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도수와 원하는 제품만 듣고 콘택트렌즈를 손쉽게 판매하는 안경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결국 의사협회의 의견과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 실증특례로 업계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이때를 기회 삼아 해외직구가 다시 성행하고 있고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부 업계에서 계속 입맛을 다시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인정한 것처럼 안경, 콘택트렌즈 검사, 상담, 판매는 안경사의 고유한 업무 영역이 될 수 있도록 자정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