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전문성 알리기 뒷전, 브랜드 홍보만 남아

연예인들 일일 직업체험 유튜브 채널에 H 콘택트렌즈 가맹점 출연 안경사 아닌 뷰티어드바이저가 제품 상담·추천 업무 수행하며 교육 같은 채널서 맞춤안경 전문 B매장 체험… 안경점으로 표기 아쉬워

2024-09-05     노민희 기자

안경사들이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때도 꼼꼼한 검안 상담 등 전문성을 통해 소비자를 응대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브랜드 홍보의 목적으로만 동영상을 제작,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아이돌 장원영 렌즈로 잘 알려져 있는 H브랜드를 취급하는 콘택트렌즈 W프랜차이즈의 한 매장을 방문했다. 워크맨 채널은 아이돌 엔믹스 멤버 해원이 여러 게스트들과 다양한 직종의 아르바이트를 체험하는 워크돌과 방송인 장성규가 직업 체험을 하는 워크맨 등으로 진행된다. 워크맨 채널에서는 그동안 영화관, 승무원, 음식점 등에서 직업 체험을 펼친 바 있다.

해당 매장을 방문한 해원과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첫 업무로 렌즈 진열대에 도수별로 비어있는 제품을 채우는 업무부터 시작한 뒤 본격적으로 판매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이때 교육은 상주하는 안경사가 아닌 뷰티 어드바이저라는 새로운 직책의 담당자가 맡았다. 뷰티 어드바이저는 뷰티렌즈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상담, 조언을 진행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안경원에서 뷰티 어드바이저는 생소한 직무인데 안경사 면허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성형외과에서 수술 견적 등을 상담해주는 상담실장과 비슷한 업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설명을 듣던 유튜버도 일종의 바람잡이 아니냐고 표현했기 때문.

이들은 매장 밖에서 적극적으로 모객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유인, 착용 목적과 용도에 맞게 제품을 추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영상 하단 설명에는 본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고객에게 안경사가 직접 상담, 제품·고객·도수 확인 등 절차를 거쳐 안경사가 직접 고객에게 판매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긴 했지만 해당 문구를 보지 못했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콘택트렌즈를 의료기기가 아닌 아무나 판매할 수 있는 하나의 물품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에는 뷰티렌즈도 실리콘 하이드로겔 소재 사용, 최신 기술을 적용해 편안함과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고 난시교정 등 다양한 기능성까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인데 뷰티 목적으로만 너무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뷰티렌즈 전문 프랜차이즈니까 그런 부분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차치하더라도 콘택트렌즈를 고르는 기준이 단순히 소개팅, 오디션 면접 등에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고객들도 콘택트렌즈를 즐겨 착용하고 있다는 등 일종의 고정관념에 대해 깨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었으나 영상 전반적으로 놓고 보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홍보에만 득이 될 뿐이다. 브랜드를 홍보하더라도 안경사에 대한 전문성을 조금 더 보여주거나 콘택트렌즈가 단순 뷰티 제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의료기기로서 전문가의 상담을 잘 받고 구매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조됐다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5년여간 300개가 넘는 직업 체험을 했지만 병원에서 알바’, ‘약국에서 약품 판매 알바는 한 번도 진행한 적이 없다. 그만큼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한 일이고 면허를 소지해야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W 체인도 안경사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세심한 신경을 썼더라면 더욱 윈윈이 될 수 있었지 않을까.

해당 영상은 지난달 29일에 업로드됐으며 현재(92) 조회수 97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특성상 영상이 업로드된 후 시간이 지나도 계속 시청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곧 100만회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100만명 중에 영상을 보고 과연 안경사에 대한 전문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한편, 다음날 공개된 워크맨 영상에서는 방송인 장성규가 B 브랜드 안경원에서 안경사로 직접 체험하는 영상이 소개됐다. 이 안경원은 3D 프린터를 통해 고객 맞춤으로 안경을 제작하는 곳이다. 여기서 장성규는 담당 안경사에게 자격같은게 있어야 안경사를 하지 않냐고 물었고 직원은 정확하게는 면허가 있어야 한다.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뒤 국가고시를 합격해야 안경원에서 일할 수 있다고 정확하게 설명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장성규는 판매 업무보다는 청소, 고객으로 안경 맞추는 과정 체험 등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경렌즈를 가공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현행법상 체험 정도만 한다는 문구가 삽입됐었고 보이그룹 멤버 두 명이 방문해서 안경 맞추는 시간에 대해서 짧게만 소개하는 모습만 나왔다.

이밖에도 점심시간에 안경사들이 선글라스도 수명이 있어서 자주 교체해줘야 한다는 전문가적인 설명도 곁들이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여운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상 소개란에 안경원을 안경점으로 표기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안경사와 안경원, 콘택트렌즈 프랜차이즈들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다. 새로운 직업군에 대해 소개할 수도 있고 더불어 안경업계에 대한 홍보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안경사를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 콘택트렌즈 제품을 단순히 컬러로, 디자인으로만 어필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PB 제품이라도 최신 기술력과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이 활발하게 출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이를 정확하게 알고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