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질서 물흐리는 중고마켓 ‘안경테 떨이’업자들
폐업처분 이유로 6~70% 할인판매, 안경원서 구매는 호구 인식 심어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온갖 물품을 사고파는 시대다.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유기된 동물의 보호자를 찾거나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등 많은 사람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다채롭게 활용 중이다.
다양한 제품들을 사고 파는 곳이다보니 안경이나 선글라스 등을 판매하는 게시글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선물을 받았거나 혹은 자신이 착용하려고 구매했는데 잘 사용하지 않아 판매하는 등 이유도 여러가지다. 중고거래 특성상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사고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콘택트렌즈 및 도수가 있는 안경테, 선글라스 등은 금지품목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인 당근마켓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중고거래 금지 품목 사전 알림’ 기능을 제공 중이다. 거래금지 품목에 대한 키워드를 작성하면 ‘OO님, 혹시 판매할 수 없는 물품 아닌가요?’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판매 금지 물품 거래글 게재 시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 문구와 판매 금지 물품 관련 가이드라인 링크가 안내된다.
콘택트렌즈, 안경렌즈 등은 여러 거래금지 사유 중 법적으로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온라인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 중고거래 특성을 가진 타 블로그, 카페 등에서는 도수있는 콘택트렌즈 거래도 종종 이뤄지고 있지만 대표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도수가 없는 안경테, 선글라스 등은 패션 아이템의 성향을 우선해 특별히 중고거래를 막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개인간의 거래가 아니라 일명 업자들의 거래가 논란을 야기시킨다. 한 지역 중고거래 게시글에는 ‘브랜드 안경&선글라스 7000원에 득템해 가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내용에 따르면 ‘평생 안경을 착용한 사람으로서 안경은 단순히 시력 교정을 위해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안경=패션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경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 매니아가 됐다’며 ‘2012년부터 10년간 오프라인 안경점(원)과 안경브랜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폐업을 하게 됐고 지금 3억원어치의 재고를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인의 조언에 따라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그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리며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사실 한 매장을 운영한 사람이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게시글 내용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제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앞으로 안경테 구매할 때 절대 호구되는 일 없다’, ‘실제 안경점(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거의 원가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 ‘안경시장의 구조 등에 대해서 꿀팁을 대방출합니다’ 등이다.
안경 판매를 홍보하기 위해 흥미를 끌만한 내용을 적기 위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안경원에서 안경을 구매하는게 호구가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 원가수준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가격에 6~70% 할인이라고 한다면 대충 어느정도 마진을 남기는지 소비자들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안경 전문 매장을 운영했다는 그는 안경사인지 밝히지는 않았으나 본인을 안경디자인 전문가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어느정도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안경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손해인듯한 여러 뉘앙스는 자칫 오해를 부른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지역내 한 안경사는 “안경원을 하다가 재고가 남았을때 같은 안경사들에게 판매하는 등 여러 루트가 있다. 3억원어치면 적지 않은 양인데 이를 다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판매하는 것에 있어서는 내가 비난할 거리가 없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나 문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안경원 폐업을 알리며 원가판매한다는 안경원들의 광고글도 올라온 적이 종종 있었다. 빠르고 확실한 광고효과를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이 안경원이나 업계에 작은 오해를 남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