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대소비자 신뢰도 낮은데 내부 적까지 첩첩
한 커뮤니티서 ‘어떻게 돈 버는지 알 수 없는 가게 1위 안경원’ 글 화제 안경원 종사자로 밝힌 댓글엔 ‘안경테 도매가·백DC’ 적나라하게 표현
안경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30대 A 안경사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안경사들을 그냥 판매원 정도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무엇보다 최대한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오해나 편견도 적지 않은데 이런 인식을 심어준데는 안경사 내부의 문제도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A 안경사가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데에는 한 커뮤니티의 게시글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 수 없는 가게 1위’라는 제목의 글 때문이다. 해당 글 내용을 보면 ‘매장 규모는 대체적으로 작지 않은데 갈때마다 손님이 없다. 그런데 직원들은 3~4명을 두고 있는데 월급은 어떻게 충족하는지 모르겠다. 안경 바꾼다고 해도 짧으면 6개월일텐데 안경가격이 몇 백만원도 아니고 그 동네에 매일 바꾸는 사람이 생기지도 않는데 망하는 가게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서 의문’이라는 내용이다.
게시글에 댓글을 보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안경테 좀 괜찮다 싶으면 20만원 넘는다’, ‘시력 -이면 압축 여러번 해야 되는데 렌즈 알만 10~20씩 그냥 깨짐’, ‘안경렌즈로 덤터기 많이 씌운다고 들었다. 굴절률 같은 걸로 사기 친다는데 소비자가 어떻게 알고 대처해야 하나’, ‘우리 동네도 안경점(원) 3곳인데 다 안망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내가 보기엔 다 비슷비슷 해 보이던데 3곳이나 들어설 이유가 있나’ 등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안경사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안보건을 다루는 전문가로 인식하는 뉘앙스보다는 하나의 판매점, 판매 사원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예전부터 안경원이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말들이 떠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안경값 안에는 안경 제조 공임비 및 상담과 검안비용도 포함돼 있지만 따로 안내하지 않으니 고객들은 안경 구매비용 외에는 다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부 안경원에서는 검안비와 안경테·선글라스 피팅비 및 AS비용에 대해 안내하고 별도로 청구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안경원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안경을 구매하면 클리너와 안경 케이스까지 서비스 품목으로 나가고 있지만 부대용품 역시 안경원에서는 비용을 주고 구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A 안경사는 소비자들의 인식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동료가 스스로 몸담고 있는 업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본인이 안경원 종사자라고 밝힌 댓글은 “매장에서 보통 1~3만원대 안경테 구매하면 렌즈 0원이라고 홍보하는 안경원은 대구, 경산쪽에 공장이랑 직거래 하기 때문에 최소 주문량이 많아서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2만원짜리 테 기준 공급가 4~5천원이고 이름 조금 들어본 브랜드 안경테 10만원 20만원 짜리는 공급가 3만9000원에서 9만원 사이다”라며 “직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직원보다는 알바 생들이 많고 원래 안경사 면허가 있어야 일할 수 있지만 몇몇 매장은 면허 없는 사람 고용해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 콘택트렌즈 판매해도 돈도 안남고 그나마 업체에 백DC 받는 안경원도 있지만 인터넷 최저가가 더 싼 경우가 많다. 이런 것도 해당 업체에서 막아줘야 하는데 그럴 생각도 없다”며 안경업계는 이미 망한 시장이라고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게시글을 작성한 사람이 정말 안경사인지, 아니면 도매사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비교적 도매가나 판매가 등 금액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업계 종사자라고 할 수 있는데 부정적인 문구나 뉘앙스가 안타깝다는 것이다. 심지어 안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근무한다거나 백DC를 받는 매장이 있다는 등의 멘트는 정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에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안경업계에 몸담으면서 불만사항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 공급가를 공개하는 등의 댓글은 다소 성급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결국 업계를 좀먹는 것은 내부 요인이 크다는 것도 이런 사례들로 입증되는 것이다.
물건 판매에만 급급한 안경원들도 당연 있다.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서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하는 곳들도 있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기능성 제품들을 더 잘 처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경사들도 곳곳에 적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안경사, 안경원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정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또 불만을 털어내기보다는 나 스스로도 변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