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자폐증 겪는 아동, 다른 치료 전 시기능재활 꼭 선행돼야”
서울에서 시기능훈련재활센터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고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분야별 다중접근 중 시기능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시기능훈련재활센터를 방문한 학부모 등에게 “발달장애나 자폐증이 있는 아이는 흔히 눈 맞춤이 어렵고 물체를 정확하게 주시하거나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보는 안구운동에 문제가 있다. 주시하고 있는 물체와 그 주변의 물체를 동시에 인식하는 중심-주변시 통합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다른 치료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거나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시기능재활이 필수적이다. 다음은 발달장애 아이에 대한 시기능 재활 수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해당 수기는 시기능훈련재활센터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7세 아동의 어머니이자 안경사가 작성한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경사이자 사랑하는 7세 아이의 엄마이며 현재 시기능전문가를 준비하고 있는 송유진입니다. 안경사인 제가 시기능전문가를 알게 된 것은 불과 수개월 전인데, 제 아이의 발달이 평범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몰랐을지 모릅니다.
저희 아이는 발달지연으로 여러 치료기관을 헤매다가 시기능재활을 하면서부터 매일 기적같이 달라지고 있어요. 제가 겪어온 것을 글로 쓰기까지 많이 고민했지만, 우리 아이와 같은 고충과 걱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수많은 가정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가 첫돌이 되었을 무렵 코로나 대유행으로 아이와 함께 대부분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당시는 잘 몰랐지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던 2.5세부터 다른 사람들과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도 일방적이었고 문장이 아닌 암기한 단어를 뱉어내는 식이었어요.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검사를 권했는데, 혹시 우리 아이가 자폐나 아스퍼거와 같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시작됐습니다.
심리상담센터에서는 저희 아이의 눈 맞춤이 약하고 1세 정도의 발달 수준이라며 놀이 치료를 권했어요. 돌 수준이라니! 그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믿을 수 없었고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아직 치료받을 정도는 아닐 거라 여기며 상담 때 추천했던 상호작용과 관련된 놀이를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매일매일 열심히 아이와 놀아 주었어요. 다행히도 어린이집에서 소통이 조금씩 나아졌고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됐나 싶었어요.
그런데 4세 반으로 올라가면서 선생님들로부터 아이의 소근육·대근육에 힘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실제 아이의 손가락 힘이 너무 약하여 꼬집으라고 하면 살짝 손가락을 얹어놓는 정도밖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블록 놀이를 좋아해서 매일 하다시피 했는데도 왜 이렇게 소근육 힘이 약한지, 어떻게 도움을 주면 좋을지 막막하여 병원 부설의 발달센터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발달센터에서 언어치료와 인지치료를 받았는데, 치료가 진행될수록 선생님들이 주시는 피드백들은 눈으로 보는 것과 관련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실제 아이에게 특정한 물체를 보라고 하면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곁눈 보기를 했고, 따라보기 같은 몇 가지 간단한 검사를 해보아도 눈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떤 걸 해 줘야 도움이 되는지 알지 못했고, 고쳐질 수 있는 것인지, 혹은 평생 장애로 남는 것인지 알지 못해 괴롭고 막막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치료실을 1.5년 열심히 다녔을 무렵 담당 선생님이 경계성지능이나 아스퍼거,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세 가지 정도가 의심된다며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이 무너졌어요.
아이 장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여기저기를 알아보던 중 마침 안경사 보수교육에서 시기능이상은 발달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대상자에게 발생하고 시기능재활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효순 이사장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시기능재활이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시기능재활을 시작했고, 물론 저도 시기능전문가 과정에 참가했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시기능재활은 우리 아이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되었고 훈련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어요. 주변 물건에 자주 부딪혀서 다치기 일쑤였고, 발 앞에 떨어진 물건도 발견하지 못하던 아이가 물건을 찾는 실력이 좋아졌고 넘어지고 부딪히는 횟수가 크게 줄었어요. 이것은 주변시를 확장하고 중심-주변시 통합훈련을 하면서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좋아지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몸에 균형감과 리듬감이 생기면서 소근육, 대근육에 힘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종이 인형처럼 팔랑거리며 뛰어다녔던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힘있게 내달리는 모습은 제게 큰 감격이었어요. 아이도 힘이 붙는 게 느껴졌는지 점차 자신감이 생기고, 전에는 떨어져 구르는 공만 주웠던 아이가 이제는 날아오는 공을 잡고 던지는 놀이도 즐기게 되었어요. 신체 협응, 균형, 안구운동 훈련을 한 결과가 일상생활에서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아이의 운동능력뿐만 아니라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전에는 그림을 그릴 때 자기가 그리는 지점을 보지 않았고, 눈과 손이 따로 동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눈으로 그림을 집중해서 보면서 그리고 있어요. 손가락 힘도 생기면서 또렷하게 들쑥날쑥했던 글씨도 점차 줄에 맞추어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색감도 굉장히 다채로워졌는데요. 전에는 손에 들고 있던 한가지 색연필로만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은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더 정교하게 사물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실수나 틀리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해 매사에 머뭇거리던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면서 도전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가슴 뭉클해질 때가 많습니다. 눈 맞춤이 크게 좋아지면서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능력도 좋아졌어요. 전에는 문제 상황에서 울기만 하거나 양보만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자기 생각과 주장도 말하면서 아이의 내면도 단단해지고 있어요. 시기능재활을 시작하면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확실한 길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야 할지?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 엄마로서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한 질문들이 저를 괴롭혀왔지만,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나아지는 만큼이나 온 가족이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고, 힘들었던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여러 발달센터를 다니면서 만났던 아이 중에 저희 아이와 비슷한 양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에요.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 시기능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사실을 안경사인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으니까요. 저희와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시기능재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기능훈련재활센터 이명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