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타각적굴절검사’ 왜안돼? 허용노력 필요
정확한 진단위한 의료행위 인정… 대중, 의사협회 밥그릇싸움 비난 안과는 수술등 목적 달라… 해외서는 옵토메트리스트가 이미 시행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놓고 대한의사협회 의료법위반 소송서 ‘무면허 의료행위 아님’ 판결
최근 한의사가 엑스레이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것에 대한 의료법 위반 소송이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은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선고는 2023년 9월13일 1심 선고와 마찬가지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판결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공돼야 한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명백히 무시한 판결”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보면 안경업계와 비슷한 면모가 보인다. 수 년 전부터 안경원에서 타각적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지만 매년 안과의사협회에서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타각적굴절검사기기가 옵토메트리스트의 주요 영역으로 인정받은지 오래다. 물론 한국 안경사와 옵토메트리스트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안과의사들은 질병, 수술 등에 특화돼있고 옵토메트리스트는 눈 검사와 진단, 상담을 통해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있어서는 한국 안경사와 일맥상통하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타각적굴절검사를 안경사가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안과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서’라고 강조한다. 안경사들에게 검사를 허용하면 본인들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경사들이 실력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도 아니다. 전문 교육을 받고 국가에서 인정한 면허를 취득한 만큼 충분히 타각적굴절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대중들 시선도 곱지 않다. 해당 뉴스가 공유된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허준시대인줄 아는 것인가. 현대 의료기기 쓰는게 불법도 아니고’, ‘한의학이니까 현대 의료기기 못 쓰면 어디 한옥집 같은데 병원 차려야겠네’,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진단받아서 한의원 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엑스레이까지 넘어가면 지들 밥그릇 뺏길까봐 불안해서 그런가봐’ 등 부정적인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다.
물론 양방, 한방 의학이 나눠져있는 만큼 의료기기 사용이나 진료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다만 한방에서는 직접적인 수술을 집도하지 않는 만큼 이와 관련된 의료행위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좀 더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 다양한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이처럼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안경사와 안과의사가 타각적굴절검사기기로 논쟁을 벌이는 것이 밥그릇 지키기 싸움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의견처럼 조금 더 명확하게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타각적굴절검사를 안경원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안경사다. 시력 상태와 니즈를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안경사에게 타각적굴절검사를 허용하는 것이 현 시대 흐름에 맞춘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과에서 검안하고 안경원에서 안경을 맞추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로 한의협은 현대 진단 의료기기 사용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연수 강좌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안경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타각적굴절검사 허용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다. 업무영역 확대를 넘어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