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든 ‘도수안경 온라인판매’ 안경사 시름 깊어져
유력매체 “정부, 연구원보고서 토대로 시범사업 추진 검토” 보도 대안협 “복지부선 사실 무근” 확인…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차단 안경사 “안경원 상생한다지만 결국 피팅숍으로 전락 우려스러워” 라운즈, 안경사 대체불가 인정하지만 시범사업관련 답변 불명확
4년 전 안경업계를 뒤흔들었던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이슈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된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관련해 연합뉴스는 이달 9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연구원)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시범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연구원 보고서가 지난해 11월 발행됐는데, 최근 발표한 것처럼 보도해 시점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정부가 단초점안경 온라인 판매 관련 실무 가이드 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 또 이를 통해 해당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유력 매체가 보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는 물론 안경사들도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이하 대안협)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어떠한 관련 공문이나 협조 연락도 없었을뿐더러 보건복지부도 시범사업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안협 관계자는 “보고서는 지난해 말에 발표된 내용으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연구 당시 협회 쪽에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와서 자문을 했었다. 보고서에 있는 연구 한계점을 보면 실제 안경사가 현장에서 만드는 처방전과 안과 처방전과는 차이가 있고 이는 온라인 처방 한계점을 보여준다고 돼 있다”며 “사실 해당 연구는 표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여러 조건들에 문제가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안경렌즈는 품질 기준이나 광학적 정밀성에 대한 담보가 어렵다. 특히 안경은 착용자 동공 위치나 시선 방향, 얼굴형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정밀한 광학 설계가 필요한 제품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피팅하는 것은 착용자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편리한 구매 방식이 오히려 시력 교정 효과를 떨어뜨리고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협회는 관련 사안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 기관 조율을 통해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안경사들은 라운즈가 단초점안경 온라인 판매를 다시 시도해 안경원을 단순 피팅숍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라운즈는 이전에도 코로나 시국으로 전국민들이 아픔을 겪을 때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위한 사업 신청을 한 업체다. 현재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언젠가는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가는 것 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보고서에 피팅에 따른 불편함만 있다면 온라인으로 안경을 맞추고 불편하면 안경원가서 돈을 내고 피팅을 받으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라운즈 측은 “보고서는 합의한 내용에 기반해 보건복지부 주도로 진행된 것이다. 세계시장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커머스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고 아이웨어 시장 역시 그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전문 직역인 안경사와 안경원의 역할은 대체 불가하고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조에서 당사는 전국 42개 가맹점과 1,200여개 파트너 안경원과의 상생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안경사분들이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좋은 성과를 얻으실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시범사업 진행 유무 관련해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30일 발표됐으며,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대상자 236명을 모집해 연구 대상자 등록 후 4개월간 최종 추적 관찰 기간을 가졌다. 이어 안경 제작 정확도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동공간 거리와 광심간 거리 일치도는 온라인 제작 안경과 안경원 제작 안경 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동공간 거리와 광심간 거리 오차도 두 제작 방법에 따른 차이 비교 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안경 착용 시 만족도는 안경원 제작 안경이 온라인 제작 안경 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안경원 제작 안경에 비해 온라인 안경 부작용 발생 비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착용 시 안경테 피팅에 대한 차이가 크게 나타났는데, 안경원 제작 안경 부작용 발생 비율이 2.54 %인 것에 비해 온라인 제작 안경은 18.22%로 약 7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연구원은 단초점 근시 안경 온라인 판매 시범사업 실무 가이드라인 국외 규정과 지침,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온라인 안경 판매를 위한 법령, 온라인 안경 판매 대상, 온라인 안경 제작 시 준수 사항, 온라인 안경 판매 시 준수 사항 등 4가지 영역에 대한 시범사업 실무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결론 및 정책적 제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도수 안경과 안경원에서 판매하는 렌즈의 제작 정확도 차이는 나지 않으나 직접 대면이 필요한 안경 조정(fitting) 차이에서 온라인 안경 만족도는 낮게 나타났다.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에 따른 소비자 이익이나 불이익은 단순히 경제성과 편리성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적절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와 기존 안경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로 단기적인 비교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는 국민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시범사업에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고려할 것을 제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1년 6월 ‘제37차 비상경제 중재본회의 겸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한걸음 모델 신규과제로 선정된 ‘안경 온라인 판매 서비스’는 같은 해 11월 대안협과 라운즈가 공동연구조사를 이어간다는 합의문을 작성하고 마무리 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소비자연맹, 대안협, 라운즈, 중립적 진행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단초점 안경 전자상거래 한걸음 모델 상생조정기구를 통해 8차례 전체회의 및 이해관계자 간 개별회의를 진행했으며, 단초점 안경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 눈 건강 및 편익, 안경사 제도의 의의, 이해관계자 간 상생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상생조정기구 참여자들은 보건의료인으로서 안경사 전문성과 중요성에 크게 공감했지만 눈 건강에 위해가 없는 단초점 안경 전자상거래 추진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첨예한 논쟁들이 이어졌다.
대안협은 관련해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안경 온라인 판매 반대집회’를 통해 국민 눈 건강을 해치는 정부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며, 이를 계기로 청와대 및 국회, 세종 정부청사 기획재정부, 광화문 정부청사, 이스트소프트 앞에서 약 4개월 동안 전국 시도안경사회 회원 및 일반 안경사들이 총 130여 차례의 1인 시위를 통해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반대해 왔다. 또 ‘안경 온라인 판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전격 구성해 전국적으로 안경 온라인 판매 절대불가 운동 및 청와대 국민청원, 대국민 서명운동, 1인 시위 등을 발빠르게 전개해 나갔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많은 인원이 모여 단체행동을 할 수 없음에도 안경사들의 자발적인 1인 시위 참여와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안경사들의 입장을 전한 대안협 임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