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가면 쓴 픽업업체, 자사제품 판매에만 혈안
혁신 기술 갖춘 업체로 홍보하지만 의료기사법 교묘히 악용 불과 판매대금의 80% 선취…안경원과 윈윈아닌 중간채널로 이용만
플랫폼 기업으로 포장한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 판매업체들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이하 대안협)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말 픽업업체 2곳은 검찰에 송치되고, 1곳은 기소되는 등 이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들은 자신들을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라고 자평하지만 어떤 플랫폼 업체도 판매대금의 80% 가까이 선취해가지는 않는다. 이는 자신들의 온라인 판매 행위를 감추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포장 기술에 불과해 보인다.
대안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픽업에 가담한 안경원들이 스스로 양심에 따라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픽업업체들은 안경원들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질 생각이 없으면서 자신들의 영업 피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안경사들에게 ‘불법이 아니다’라고 호도해 왔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미 픽업을 해지했거나 애초에 가담하지 않은 회원들로부터 온라인 픽업에 참여 중인 안경원을 처벌해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안협은 픽업업체들과 연관된 안경원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징계 및 행정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며, 안경사 직역의 윤리와 책임을 지키기 위한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픽업 가담 안경원들도 줄줄이 해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이 모 업체와 픽업 거래를 해지했다는 서울의 한 안경원 관계자는 “사실 큰 수익도 아닌데다 워낙 동료 및 선후배들도 콘택트렌즈 픽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아 해지했다. 생각해보면 안경원은 20%도 되지 않는 수수료를 챙기는데, 고객 컴플레인이나 기타 응대는 안경사가 한다. 픽업 업체들은 안경원에 제품만 갖다주면 끝나는 구조가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교묘히 의료기사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해 안경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하는 이유도 자신들의 제품을 더 팔기 위해서 아니겠나. 업계 발전에 하나도 기여가 없던 업체가 안경사들 밥그릇 걱정을 해주겠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한 체인 모두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택트렌즈 픽업 업체와 안경원 간 유통구조가 모순됐다는 사실은 많은 안경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흔히 플랫폼 기업들이라고 하면 자신들이 입점사를 모집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마케팅이나 홍보를 해주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 업체들은 안경원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자사 제품을 안경원을 통해 판매한다. 이는 플랫폼을 제공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안경원이 중간 채널이 되는 시스템이다.
모 픽업 업체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검찰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렌즈상품 선택, 도수 선택, 매장 선택 등 일부 과정이 앱을 통해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전자상거래 방법에 의한 판매로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고, “안경원이 고객에게 검안 없이 제품 봉투를 전달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며, 이는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협도 “그동안 많은 안경사들이 단순히 제품을 전달했을 뿐인데 이제 와서 판매자로 지목돼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안경사 직업윤리 회복과 억울함을 밝혀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된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안건은 대안협을 비롯한 안경사들의 극렬한 반대움직임 끝에 무산됐지만 거의 성사 단계에 있었다. 한걸음 모델 신청 기업인 ‘라운즈’의 경우 현재 안경원 가맹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으며,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3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안건으로 지정된 ‘픽셀로’의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개 플랫폼’의 경우 저조하긴 하지만 어쨌든 해당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혁신’과 ‘국민 편의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규제 완화를 해달라던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안경사들의 반감은 심한 편이다. 규제가 완화돼 도수안경과 콘택트렌즈에 대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이들 업체가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부 안경사들은 이들 업체가 현재는 의료기사법을 준수하며 업계에 정착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바뀔지 모를 제도적 변화를 기다리며 선배 안경사들이 일궈놓은 시장을 뺏어갈 것이라 확신한다.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어줍잖은 타이틀로 포장한다고 해서 그들이 선배 안경사들이 어렵게 일궈 놓은 안경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 안경사들이 모를리 없다. 아직 온라인이 완전 개방되지 않은 안경시장에 대해 법망을 피해 자신들 배만 불리려는 업체들에 대해 주의를 넘어서 그들에게 따끔히 경고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