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총, 무면허 방사선 검사 정당화 판결에 깊은 우려
"의료안전 붕괴 초래할 것", 법원 판단에 강력 유감표명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회장 허봉현·이하 의기총)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간호조무사가 방사선사 면허 없이 Cone Beam CT(콘빔 CT) 검사를 시행한 사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내린 자격정지 처분을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의기총은 이번 판결이 의료기사 고유 업무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현장 법질서와 전문 직역 간 경계를 뒤흔드는 사법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판결은 무자격자 방사선 검사를 사실상 정당화하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의료안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Cone Beam CT 검사를 지시하고, 간호조무사가 실제로 200여 명의 환자에게 해당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간호조무사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이를 취소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일반적 지도·감독 아래 진료보조 업무의 일환으로 방사선 검사를 시행한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의기총은 해당 판결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명확히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자의 의료기사 업무 수행’을 묵인한 것으로 보며, 법의 기본 원칙과 체계를 훼손하는 중대한 오류라고 강조했다. 방사선사는 국가면허를 보유한 전문 의료인으로서, 단순한 장비 조작을 넘어 환자의 방사선 피폭 관리, 영상의 정확성 확보, 검사 중 사고 방지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직역이라는 점에서 간호조무사의 무면허 검사는 명백히 위법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의기총은 특히 이번 판결이 간호법상 조항을 근거로 간호조무사 업무 범위를 해석한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은 2025년부터 시행된 신설 법률이며, 해당 사건이 발생한 2018~2019년 당시에는 적용될 수 없는 법이다. 아울러 간호법 제12조 제3항은 간호사의 업무에도 ‘의료기사 등의 업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간호조무사의 방사선 검사 수행은 더욱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의기총 주장이다.
아울러 의기총은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 구두 지시만으로 간호조무사가 방사선 검사 등 의료기사 고유 업무를 대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이번 판결이 그러한 불법적 관행에 법적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자격 있는 전문가 직무 영역을 침해하는 동시에, 의료 현장 혼란과 국민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조차도 간호조무사 업무는 진료보조에 국한되며, 방사선 검사는 그 범위를 벗어난 전문 의료행위라는 점에 동의하고, 이에 대한 내부 교육과 안내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직역 간 상호 존중과 합의된 역할 구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무시한 판단을 내린 것은 부적절한 법 해석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기총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의료기사의 업무는 고유의 전문성과 법률에 기반한 영역으로 무면허자가 대체할 수 없으며, ▲의료행위의 법적 정당성과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어야 하고, ▲법원은 법 적용의 시기와 범위를 엄정히 판단하여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존중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는 직역 간 경계와 전문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의기총 허봉현 회장은 “의료기사의 업무는 단순한 진료보조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법적으로 보장된 전문 행위”라며, “무면허 의료행위가 더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0만 의료기사를 대표해 무면허 행위 근절과 직역 수호를 위한 강력한 대처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