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배달 시도 쿠팡, 약사반대 부딪혀 약배달 철회

퀵커머스 사업 확장위해 서울 강남구 약국 접촉했지만 무산돼 소비자들 “1인가구는 좋지만 가짜 약·마약류 유통 우려” 반대 복약지도 없는 약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는 본보기 삼아야

2025-09-11     노민희 기자
사진 네이버뉴스 캡처

최근 쿠팡이 ‘30분 약국 배송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사실이 밝혀졌다.

쿠팡은 자사 배달플랫폼에서 제약사와 손잡고 건강기능식품을 30~1시간 이내로 배달해주는 퀵커머스사업에 동네 약국을 입점시키려다 약사들 반대에 부딪혀 철회 수순을 밟았다.

쿠팡은 쇼핑 카테고리 확대를 위해 서울 강남구 소재의 일부 약국에 한해 입점을 제안한 것인데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마스크와 의약외품 등을 1시간 안에 배송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쿠팡이 의약품 배송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약사들도 거세게 반대하자 현재는 약국 입점 및 판매 계획은 없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은 다이소와 일부 편의점에 입점돼 있다. 비타민, 유산균 등 약사의 조언이 없어도 구매가 가능한 제품들로 입점돼 있는데 일부 소비자들도 약국보다 더 저렴하고 편하게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 바 있다.

사실 쿠팡의 사업확장에 안경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이하 대안협)에 따르면 지난 7월 쿠팡의 배달플랫폼인 쿠팡이츠가 안경원을 대상으로 콘택트렌즈 및 안경류 플랫폼 입점 판매를 권유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의료기사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며 안경사들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허봉현 협회장은 쿠팡이츠 및 유사 플랫폼의 입점 제안은 의료기사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해당 제안에 응하는 것은 불법에 가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영업사원의 권유나 금전적 유인에 절대 응해서는 안된다. 안경사는 소비자의 눈 건강과 직결된 전문 보건의료인으로서 직역과 윤리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플랫폼에서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내세우지만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 발생할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떠넘길 우려가 높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했다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동네약국 입점과 관련된 뉴스의 댓글을 보면 쿠팡 별거 다 입점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관리가 잘 될까’, ‘진짜 아픈 사람은 필요할 수 있지만 약을 쿠팡에서 굳이?’, ‘이러다 독과점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음’, ‘쿠팡에서 배달하면 약도 짭 생길 것 같다’, ‘활성화되면 마약류도 악용할 확률 생김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물론 1인 가구, 노년층 가구에서는 정말 필요할 때 손쉽게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댓글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마약류 오남용, 배달사고, 가짜 약품 등에 대한 걱정은 공통적이다.

눈에 띄는 한 가지 댓글은 요즘 약사들도 복약지도 잘 안하는데 편의점때부터 건강기능식품 입점되는거 눈치 주는 것 별로다등 전문가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이는 안경업계에서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패션을 위한 용도로 착용하는 안경테, 선글라스나 도수가 없는 뷰티렌즈 등은 전문가의 조언 없어도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측에서도 이런 일부 소비자들의 의견을 주시하기 때문에 최근 플랫폼 입점을 제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사들의 반대로 약국 입점은 철회됐지만 아직 안경, 콘택트렌즈 입점을 완벽하게 철회한 것은 아니다. 또 실증특례로 인한 콘택트렌즈 픽업서비스까지 정부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쿠팡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서 언제든지 노릴 수 있다.

대안협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안경사들 역시도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안경사도 콘택트렌즈 구매할 때 별다른 설명이 없다는 소비자 의견이 더 많아지기 전에 전문성을 확실히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