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그대로 간직한 '지붕없는 박물관'

2010-06-07     이재령


【하기(야마구치)=송동근기자】 마쓰모토 강만큼이나 깊은 역사와 전통의 향기, 문화재들로 가득찬 야무구치현의 작은 도시 하기.

쓰와노에서 취재를 마치고 이곳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리자 히가시 하기 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400년 전 전국시대의 무장 모리 데루모토가 하기성을 축성하면서 형성된 도시로 인구는 5만9000명 정도. 시가지가 작고 아담해 당시의 부케야시키(무사주택) 정취와 옛 상인들 삶의 흔적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이곳을 쇼교토(작은 교토) 중의 한 곳으로 꼽으며 지금도 ‘에도시대 지도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곳’, 아예 ‘지붕이 없는 넓은 박물관’이라고까지 말한다.

우선 히가시 하기 역에서 마쓰모토 강을 지나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국가사적(쇼와 7년·1932년 지정) 기도 다카요시 구택을 돌아보았다.

다카요시는 덴포 4년(1833년) 이곳 한(藩)의 의사 와다 마사카게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가쓰라가의 양자로 들어가 가쓰라 고고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태어나 에도(현 도쿄)로 갈 때까지 20세까지는 이 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구택에는 지금도 그가 태어난 방이나 정원 등 옛 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당시 한 의사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또 국가 중요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하기조 성시(城市). 이곳 거리는 마치 바둑판처럼 잘 구획돼 있고 중·하급 무사들 주택과 상인들의 가게가 처마를 잇대어 늘어서 있다.

거리 주변에는 에도시대의 옛 모습과 정취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여행객들의 발길을 끈다. 특히 ‘아름다운 일본 거리 100선’에도 선정된 기쿠야 요코초 골목을 비롯해 이세야 요코초, 에도야 요코초 등 일본스러운 골목이 한껏 운치를 더해 준다.

당시 하기 한(현 현청)의 납품업자였던 호상의 구택인 기쿠야가와 담벽을 기와로 장식해 흙으로 만든 토광, 다카스기 신사쿠의 탄생지, 기도 다카요시 생가 등은 그 옛날 성시 거리의 풍경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하기박물관은 호리우치지구 중요 전통건축물보존지구 내에 있다. ‘온 거리가 박물관’이라는 테마에 맞춘 중핵시설로 시승격 400년 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4년에 개관했다.

이곳에는 하기 출신으로 유신의 대표적 인물인 다가스기 신사쿠의 서한·투구 등 생애관련 자료와 영상을 비롯해 이곳을 주제로 한 자연, 역사, 민속, 미술공예 등의 자료가 보관·전시돼 있다.


건물 외관은 기와로 장식한 외벽과 은색 기와가 겹쳐져 박물관 이상의 기품 있는 명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또 무엇보다 하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통적 특산품인 도자기다. 이는 일본 내에서도 제일로 알아주는데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도공 이경·이작광 형제가 시작한 도요(陶窯)의 명맥이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묘한 역사적 감동이 느껴진다.

일본의 기초가 된 메이지헌법을 제정하고 초대 내각 총리대신에 취임, 4번이나 총리를 지낸 이토 히로부미와 외무대신 이노우에 가오루, 일본 공업의 아버지 야마오 요조, 이노우에 마사루, 엔도 긴스케가 이 고장 출신인데 이들은 ‘근대 일본의 선구자, 조슈 파이브(長州 출신 5인)’라 불린다.

그 중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어릴 적 생가와 별장(중요문화재·1907년 도쿄에서 고향으로 이전)도 이곳에 자리해 있어 우리와도 뗄 수 없는 인연의 역사를 말해 준다.



옛 마쓰모토 마을의 쇼인신사 주변에 위치한 글방 쇼카손주쿠. 이곳은 요시다 쇼인이 그의 문하생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짧은 기간 구사카 겐즈이, 다카스기 신사쿠, 기도 다카요시, 이토 히로부미 등 수많은 인재가 배출됐다.

이런 역사와 예스런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메이지 유신 인재들의 선구자적 숨결이 깊이 느껴지는 듯하다.

|dksong@fnnews.com|


■ 항공/교통

- (김포발) 하네다-야마구치 우베공항 1시간 45분(jal·ana 1일 18편 운항)

- 우베공항에서 jr신야마구치역까지 40분 소요.

- 야마구치역에서 하기까지 버스로는 약 1시간 10분 소요.

- 문의: 보초교통 하기영업소 22-3811

- (김포발) 하네다-하기·이와미 공항까지 1시간 40분(ana 1일 1편), 공항에서 버스로 약 1시간 20분

- 직행버스문의: 이와미교통 (0838)24-0080

■ 관광/정보

- 하기시 관광과 www.city.hagi.yamaguchi.jp/hagicity/(0838)25-3139

- (사)하기관광협회 www.hagishi.com/(0838)25-1750

- 하기온천여관협동조합 www.hagi.ne.jp/(0838)22-7599

- 하기박물관:(0838)25-6447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어른 500엔, 어린이 100엔)

- 하기 8경 유람코스(약40분): 운항 3∼11월(09:00-17:00) 어른 1200엔 어린이 600엔

- 관광순환버스: 시청 앞 발착하는 서부순환과 동부순환 2코스 운행의 마루버스(요금 1회 100엔, 1일권 500엔) 30분마다 운행(1일 24편)

- 관광택시 대절: 2시간 이내 8960엔 (0838)22-7797

- 자전거 렌털: 1일 평균 요금 1시간에 150엔, 1일 1000엔/스마일렌털 (0838)22-2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