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산업의 새 시장 창출
2011-09-30 강민구
김이식 삼일 pwc 상무-경영컨설턴트
it강국의 자부심이 넘치던 몇 년 전 미국의 팔로알토에서 있었던 전략마케팅교육에 참가한 필자는 다양한 국가의 교육참가자들과 한국산 it기기들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기 이전의 시기였기에 개인적으로는 한국 휴대폰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동료들은 아이폰의 "혁신"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당히 심도있게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 시장이 포화가 되어, 비싼 것에 더 비싼 것으로만 가다 결국 2백만원이 넘는 "프라다폰2"와 같은 제품을 런칭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휴대폰 시장에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제품과 컨셉을 제시하면서, 관련시장을 몇십배 더 큰 엄청난 규모의 시장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아이폰은 포화된 시장, 이미 성숙기를 지난 시장이 "혁신"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토종 안경업체의 "혁신"을 통한 성장전략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안경시장은 최근 몇 년간의 휴대폰 시장과 같이 포화상태에 있는 시장이며, 거시적 측면에서 인구감소, fta등과 같은 여러 가지 위협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위기에 직면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업체는 아이폰이 휴대폰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처럼, 안경에 대한 인식과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안경 프랜차이즈의 역사도 십수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기존의 개인 매장과 이렇다 할 차이를 제시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인테리어 깔끔한 곳 정도 수준이랄까. 이런 환경에서 이 업체의 등장은 전략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것이다. 전략 컨설턴트의 눈으로 보면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며, 더구나 아이폰과 같은 해외업체가 아닌, 국내 토종 업체에 의해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 업체의 핵심 전략은 안경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안경을 바꾸려고 마음먹고 들어서는 곳'에서 '별 생각없이 자유롭게 들렀다가 결국은 사게 되는 것'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기존의 매장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도 결국 운영방식은 똑같았다.
프라다폰이 비싼 고급 기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은 기존 휴대폰과의 경쟁이었을 뿐이었던 것처럼, 기존의 안경원 또한 다양한 인테리어와 매장규모 확대 등의 노력을 하였지만 결국 소비자에게는 똑같은 안경원과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바로 이점을 놓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인식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개발하고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전략이 철저하게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연구한 결과에서 도출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안경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4∼5년 동안 바꾸지 않고 쓰게 되지만, 주변에 안경을 바꾼 사람을 보던지, 새로운 스타일의 안경을 써보는 등의 자극을 받으면 쉽게 안경을 바꾸게 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평균 2.7회 새로운 안경을 써보면 6개월 내에도 기존 안경을 바꾸기도 하지만, 자극 받지 않으면 4∼5년 그냥 별 생각 없이 기존안경을 쓴다는 독특한 행동패턴이다.
그런데 기존의 안경원 운영형태는 인테리어가 어떤 스타일이든, 고급이던 아니던, 모두가 소비자가 쉽게 써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이점을 개선할 수 있으면 숨어있던 소비욕구를 폭발시킬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는데, 소비자가 쉽게 안경을 써보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업체는 이런 운영형태를 정반대로 혁신하고 있다. 출입문을 개방해 문 열 때의 부담감을 없애고, 오픈 진열을 통해 쉽게 써볼 수 있고, 유휴공간을 배치해 같이 온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부담 없이 생각해 볼 수 있고…등 소비자의 구매패턴과 생활패턴을 고려한 매장 컨셉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매장 컨셉이 무난하게 정착된다면 2조 5천 억 원이라는 안경시장은 그 성장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일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업체가 마케팅 컨설턴트의 눈에 특별하게 보이는 또 한가지의 이유가 있다.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포화된 안경시장에서는 두 가지 패턴이 필연적이다. '할인경쟁'과 '대형화'. 이런 현상은 포화된 모든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현상이다. 당연히 과거 휴대폰 할인경쟁이 그랬고, 할인점 1+1과 '통큰치킨'등의 경쟁이 그랬다. '대형화' 역시 모든 포화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관된 현상이다.
패션은 유니클로, 자라 등 500평 이상의 대형 매장들이 2년 만에 기존 패션 프랜차이즈 점을 초토화 시켰다. 안경산업 또한 대형매장을 주로 내는 모 안경 프랜차이즈사는 작년 한해 20여 개 매장을 만들었고 다른 곳 또한 유사한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간단히 앞으로 5년 내에는 모든 상권에 대형매장이 들어온다고 예상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 업체의 마케팅 전략은 이런 할인경쟁과 대형매장의 압박으로 암울한 안경원 원장들에게 새로운 시장창출이라는 돌파구를 제공해주고 있다. 매장이 작더라도, 정가판매를 해도 독특한 차별성 때문에 매출과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등의 침투로 암울한 국내 패션 프랜차이즈 산업이나 아이폰으로 초토화된 국내 휴대폰 산업을 감안하면, 국내 토종브랜드가 시장의 숨통을 열고 포화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안경업계 종사자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것이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