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좋으면 운전사고 위험이 줄어들까?

2010-06-14     이재령


【학술기획-시력과 운전 (vision and driving)】

면허취득 표준검사임에도 사고와 연관성 매우 약해
미세명암 구분하는 대비감도 낮으면 야간운전 곤란

자동차 운전에 함에 있어서 시각은 교통상황과 도로 상태를 살피고 올바른 판단과 운전 조작이 이루어지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실제로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 중에 시야가 차지하는 부분은 90% 이상이며, 나머지는 청각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운전에 대한 시력의 중요성으로, 그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는데, 과거 사고 횟수 시력과의 관계를 조사 하거나, 혹은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이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일부는 도로상에서의 일어난 운전 사고의 횟수와 시력이 관련이 있다고 보고된 반면, 다른 많은 연구들은 그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하고 있어, 현재로도 논의 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여러 가지 시기능과 운전과의 관련성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 시력 (visual acuity)과 운전

운전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측정되는 시기능은 시력이며, 이는 중심시력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운전면허에 따라 1종은 교정시력 양안 0.8, 단안 0.5이상 그리고, 2종은 0.5이상의 시력을 가져야 하며, 다른 나라의 경우도 비슷하게 양안 혹은 좋은쪽의 눈이 0.5이상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시력자체가 운전면허 취득의 표준검사처럼 시행됨에도 불고하고, 시력과 사고와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매우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연구에서는 그에 대한 연관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는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의 연구과제로서, 17,000여명의 운전자의 사고기록과 시력 측정 기록을 분석한 burg의 연구 보고서에서는 54세 이하인 경우에는 시력과 사고 횟수와의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고 있으며, 54세 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아주 약한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라고 보고 하였다. 최근의 연구로서는 owsley가 시력이 0.5이하인 운전자가 사고횟수가 높았다고 보고 하였으나, 시력이 0.5이상인 경우에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런 과거의 기록을 추적하는 연구와는 달리 시력의 흐림의 정도에 따른 실제 운전 능력을 실험한 연구에서는, 시력이 감소한다고 해도, 실제의 안전 운행에 관련된 사항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단지 교통 표지판에 대한 인식 거리가 짧아지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반대로 hofstetter는 13,000여명의 운전자 시력과 그들의 사고 횟수를 추적한 결과, 시력이 좋지 않은 운전자들이 시력이 좋은 운전자들에 비해서 사고 횟수가 많은 것으로 보고 하였다. wood 교수팀은 실제 운전자들의 시력을 인위적으로 (플러스 렌즈를 이용) 흐리게 하여, 운전 능력을 실험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기본적인 시력검사 (visual acuity) 자체만으로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추가적인 검사 (예를 들면 대비감도)가 이루어져야, 안전성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대비감도 (contrast sensitivity)와 운전

대비 감도는 미세한 명암의 차이를 구분해 내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인데, 실제 생활의 모든 사물이 크기가 서로 다르며, 그 고유의 명암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심 시력 검사보다, 대비감도 검사가 실제 생활에 더욱 관련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비검사는 흔히 펠리롭슨(pelli-robson) 차트를 이용하여 측정한다.

실제 도로에는 다양한 색상의 차량과 어두운 도로로 인해 다양한 대비감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비감도 검사가 운전과 관련된 사고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비감도가 저하된 운전자는 거리 감각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지며,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안전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나 야간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야 (visual field)

주변시와 중심시에 대한 감도를 시야 전반에 걸쳐 측정하는 것이 시야계 검사인데, 정상적인 시야의 범위는 안전 운행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운전중에 운전자는 정면을 주시함과 동시에 주변의 사물에 대한 정보를 주변시를 통하여 받아들이게 되며, 주변의 사물에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주시하는 지점을 정면으로부터 주변으로 이동시켜 그 발생한 상황에 대한 확인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이 시야의 범위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진 경우에는 주변의 상황에 대해 적절히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되어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10,000명의 운전자의 시야 정도와 사고 횟수를 조사한 johnson 과 keltner는 시야의 제한이 양안에 모두 있게 되면, 사고의 횟수가 정상적인 운전자에 비해 2배 높은 것으로 보고 하였다. 하지만 시야의 제한이 한쪽 눈에만 있는 경우에는 운전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운전 속도가 증가하면 시야가 좁아진다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실제로 시야가 좁아진다라는 의미보다는 주변시로 들어오는 사물의 이동속도가 빠르게 되어, 사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인식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temporal summation), 인식을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어떤 사물의 크기가 일정하다고 가정을 하면, 사물로써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상 사물을 주시하여야 하며, 그 주시 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에는 사물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한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서 운행 방향인 정면, 그리고 더 먼 거리를 주시하여야 함으로, 정면의 상황에 주위를 더 기울이게 되어,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아진다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 입체시 (stereopsis)

입체시는 양안시차 (binocular disparity)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과 관련해서는 다른 차량과의 거리 확인하고 유지하는데 관련된 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론상으로 입체시 기능이 운전에 유용하리라 여겨지지만, 실제 운전 상황에 있어서 입체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강조되지는 않는다.

이유인즉, 먼저 입체시를 양안시차를 이용하는 만큼, 그 거리가 짧을수록 입체시가 커지나, 그 주시거리가 6m 이상이 될 경우에는 그 입체시 효과가 거의 없으며, 단안으로 보는것과 양안으로 보는것의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운전 상황에서 앞차와의 거리가 수십미터에 이르게 되어, 양안시차가 실제적으로 없게 된다. 최근의 rubin의 연구 결과에 또한, 입체시와 사고 횟수에 대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하였다.

■ 마무리 - 시력과 운전 사고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미약

운전에 있어서 시력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으며, 상식적으로도 시력이 나쁘면 운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안전 운행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고 기록을 바탕으로 추적한 연구들은 시력(visual acuity)과 사고 횟수와의 관련성에서 제한적인 근거밖에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고려를 해 봐야 하는데, 먼저 시력이 문제가 있는 운전자들은 보다 방어 운전을 하게 되고, 복잡 하거나, 낯설은 도로 주행을 피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줄이게 되어, 사고 횟수가 정상인과 비교해도 높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운전을 한다는 자체는 시력이 최소 0.5이상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운전하는데 있어서 작은 표지판등을 보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요소가 사고로까지는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력 검사가 함께 고려된다면 (예를 들면, 시력, 대비감도, 시야검사), 운전과의 관련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단순히 시력검사만 하는 현행 운전 면허 신체검사만으로는 안전 운행을 위한 시력 요구사항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은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