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경시장을 지키자

2011-10-28     문성인



올해 국내 패션업계를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이랜드, 제일모직, lg패션과 같은 대기업의 자회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국내 패션업체들은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다국적 spa 브랜드의 공세로 그 입지가 대단히 축소되었다. 실제로 h&m의 경우 지난해 2월 국내에 런칭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만에 412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국내 패션업계의 강자로 올라섰고, 그 뒤를 이어 자라, 유니클로 등이 대형 매장을 선보이면서 국내 빅3업체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굴지의 패션회사들이 이처럼 단기간에 다국적 브랜드에 시장을 내주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반격의 기치를 내걸고 신규 브랜드의 런칭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다국적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은 강력한 유통망을 통한 대응에 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지만 h&m은 고작 4개의 매장밖에 없고, 매장이 가장 많은 유니클로의 경우에도 현재 매장수는 5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계의 대표인 이랜드의 경우 524개의 매장이 있으며, lg패션의 대표 매장인 tngt도 86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패션업체들은 이러한 유통망을 활용해 다국적 업체의 시장확대를 막고,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 한-eu와의 fta등으로 인해 곧 대형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예상되고 있는 안경업계에서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패션업계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대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패션업계와는 달리 대부분 영세업자로 구성되어 있는 안경업계의 경우 더욱 더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필자는 해외 유명브랜드를 앞세운 해외 대기업의 한국시장 공략을 준비해야 하는 안경업계에 몇 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 유통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안경원의 숫자는 이미 8,600개를 훌쩍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정도로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로 구성되어 있어 막대한 자본과 대형점포, 그리고 첨단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다국적 업체의 공세를 견디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시장을 대표하는 안경 브랜드의 탄생과 이를 통한 시장선점이 필요하다. 한국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다국적 안경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으며, 이들은 한국시장 진출시 이미 널리 알려진 명품 브랜드의 독점취급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강력한 안경 브랜드, 또는 안경 유통 브랜드가 시장에 먼저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안경시장의 유통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뢰받는 안경 브랜드, 유통 브랜드의 정착을 위해서는 강력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육성이 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의 육성은 가맹점포를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유통망 구축이라는 비교우위를 선점할 수 있으며, 자영업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제품이나 유통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브랜드의 형성 및 정착에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경시장과 같이 포화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점포의 대형화 추세에도 가맹점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조사에서부터 생산, 유통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외브랜드의 진출과 같은 시장변화에 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한 사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안경업계의 프랜차이즈 형성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경쟁이 치열할수록 프랜차이즈를 통해 그 경쟁을 극복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자영업자의 프랜차이즈 구성비율이 약 3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안경시장의 경우 전체 8,600여 개의 점포 중 프랜차이즈 비율이 약 18%에 불과하고, 이러한 프랜차이즈 업체마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의 안경시장에서는 강력한 시장파워를 겸비한 1∼2개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시장경쟁력을 전반적으로 향상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의 위기에 따라 흔들리는 국내 경제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주권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외풍에 영향을 덜 받았던 안경업계도 이제 곧 글로벌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국내시장을 지켜내고 나아가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안경업계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