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강수진·조수미..여왕들이 돌아온다

2010-03-11     fneyefocus

세계 클래식 무대를 누벼온 여왕들이 속속 귀환한다. 부상을 딛고 5년 만의 첫 무대를 국내서 가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발레 인생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1년 5개월 만에 국내서 토슈즈를 신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국내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조수미는 해마다 국내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번엔 정통 독일 예술 가곡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통 클래식 무대는 이번이 4년 만이다. 여왕들의 무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정경화

정경화는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빅뉴스'다. 지난 2005년 9월 왼손 손가락 부상으로 연주 활동을 접었던 그다. 당시 예정됐던 서울공연 표는 환불해줬고 그해 계획했던 바흐 협주곡 녹음 등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후 지금까지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진 양성에만 몰두해 왔다. 그의 무대 복귀가 언제쯤일까는 그동안 세계적인 관심사였고 마침내 그 복귀가 실현을 앞둔 것이다.

오는 5월 4일 예술의전당에서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영국 명문 교향악단 필하모니아 협연 무대로 연주 활동을 시작한다. 정경화는 자신의 연주곡 중 스스로 최고로 꼽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복귀작으로 택했다. '현의 마녀'로 불리며 정열적이고 도전적인 연주로 명성을 쌓아온 그가 이번 복귀 무대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감을 키운다. 지난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정경화는 이후 40여년간 바이올린 여제로 군림하며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연주자로 꼽혀 왔다. 정경화의 연주를 손꼽아온 팬들은 이번 공연을 놓치면 아쉬움이 클 것 같다.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와 오는 11월 예정됐던 협연 일정은 최근 취소됐다. 정경화의 무대는 5월 이 공연이 올해 유일한 셈.


15년 만에 내한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번 무대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과 베토벤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강수진

발레리나의 평균 은퇴 연령은 30대 초반. 이런 면에서 불혹이 넘은 나이인데도 세계 무대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발레리나 강수진은 신화 같은 존재다. 내달 10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강수진 갈라 '더 발레'는 일단 볼거리가 풍성하다. 1년 5개월 만인 그의 이번 무대는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레퍼토리에다 3편의 국내 초연작으로 꾸며진다.

최고 기대작은 역시 '카멜리아 레이디'. 알렉상드르 뒤마의 '라 트라비아타'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과 함께 강수진의 3대 드라매틱 발레작으로 꼽힌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99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동양인 최초로 안았다. 국내서 그의 '카멜리아 레이디' 공연은 8년 만이다. 음악은 쇼팽곡이 쓰인다.

세계적인 안무가 우베슐츠의 '스위트 no.2'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신예 안무가 이반 매키의 최신작 '베이버 플레인즈'는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강수진이 자신의 파트너로 직접 고른 3명의 슈튜트가르트 발레단의 발레리노 중 누가 가장 강수진과 어울리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지난 2008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로 국내 첫 선을 보인 마레인 라데마케르는 강수진과 '까멜리아 레이디'에서 호흡을 맞춘다. 서호주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이반 카발라리는 '구름'에서, 지난 2006년 독일 무용상 '퓨처'상을 수상한 제이슨 레일리는 '베이버 플레인즈'를 강수진과 함께 선보인다.

■조수미

조수미는 지난 2005년 '바로크 음악으로의 여행' 이후 5년 만에 정통 클래식 무대를 가진다. 더욱이 고음의 난이도 높은 콜로라투라 기교의 소프라노 조수미에게는 새로운 분야라 할 수 있는 정통 독일 예술 가곡이다.

독일 가곡은 원작시에 충실하면서 문화적 시정이 담백하고 이지적 선율이 강조되는 예술 가곡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한 기교만으로는 부를 수 없는 정서적 완성도가 높은 곡이다. 노래에 담긴 시의 내용과 흐름을 이해해야만 독일가곡의 숨겨진 음악성을 표현할 수 있어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어떤 재해석을 가할지 주목된다.

조수미는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예술가곡 콘서트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 를 선보인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등 독일의 대표적 낭만파 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의 고난이도 아리아도 선보인다. 국내 무대선 처음 부르는 곡이다. 콜로라투라의 초절기교를 요구하는 이 곡에선 조수미의 화려한 음색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