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안경 디자이너 “항상 다름을 창작해야 한다”

2014-04-21     한대희
<인터뷰> 김종필 디자이너

김종필 디자이너는 디자인샤워의 대표로 '수작전', 'NY REPORT', 'A3 PROJECT'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 1세대 안경 디자이너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컨셉을 갖은 100% 수공예 안경브랜드 '수작전'은 국내외 패션 종사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경디자이너가 된 동기를 설명 해 달라.

△대학생 때 '제 1회 대한민국 안경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대회를 개최한 회사의 제안으로 그곳의 안경 디자이너로 근무하게 되었다. 금속공예를 전공하여 어느 정도의 디자인 감각은 있었지만 작업을 거듭할수록 한계가 느껴졌다. 안경 디자인에 대하여 전문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이렇다 할 안경전문디자인 교육기관과 서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해야만 했다. 외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정보들이 많았고, 안경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국내 최초로 하우스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소개한 웹진 eyestory.com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급여는 말할 것도 없고, 음…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이 열악했다. 그럼에도 안경 디자인은 상당히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또, 유럽과 일본시장의 흐름을 보며 국내 안경업계에도 분명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한국 안경시장은 디자이너가 안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미비했다. 디자인보다는 공장(기술)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안경원에서 판매하는 것에 고객이 따라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안목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업체들은 소매점이 아닌 고객의 눈치를 보게 됐다. 자연히 소비자의 힘이 커지면서 브랜드 파워가 중시되고, 당연하게 디자이너의 존재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또, 안경이 시력 보안을 위한 제품으로 보급되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라식, 렌즈 등 시력을 보완할 것들이 얼마든지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안경을 찾는다는 것은 패션으로 안경을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기에 안경에서 디자인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생각했던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물론 예상보다는 한참 오래 걸렸지만 말이다(웃음). 사실 17년이나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웃음).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움에 대한 욕심이다. 사고가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열려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항상 다름을 창작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틀은 필요 없다. 얼마 전 안경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컴퓨터공학이 전공이어서 걱정이라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 대답은 명확하다. 컴퓨터 공부 열심히 하면서 안경디자인도 틈틈이 해라이다. 그것이 곧 그 친구의 개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금속공예를 했던 사람이다. 그 이력이 현재 '수작전'이라는 수공예 안경 브랜드를 갖게 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눈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얼굴을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수작전'의 안경을 카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삼 중국의 대단함을 느끼는 기회였다(웃음). 솔직히 당황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안경에 관련된 모든 것이 재미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믿겠지만 삶의 95%가 안경과 관련되어 있다. 안경과 관련 없는 대화는 세 마디 이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안경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웃음). 안경으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안경들로 전시회도 해보고, 안경원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안경에 관한 여러 상품들 예로 안경케이스, 렌즈클리너, 간판까지도 직접 디자인하며 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은 안경의 구조. 메카닉에 대한 생각으로 즐겁다. 그 동안은 혼자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내 주변에 '누군가'있음이 확실히 느껴진다. 재미있고 감각적인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이다. 나 역시 그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래서 요즘 이것저것 고민하는 것들이 많다. 앞으로 기대해도 좋다.

hdh0323@fneyefocus.com 한대희기자